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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맛을 보아요

엄마는 처음이야

by 하민영

<출산 3개월 3주째>


아이의 백일 사진을 찍었다.

아이의 연출은 만점이었다.

웃으라면 웃고, 작게 웃으라면 작게 웃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리저리 예쁘게도 찍었다.

밝은 색, 노란색, 주황색에는 시선을 빼앗겨 옷을 만지고 있었다.


아이는 이제 젖병과 실리콘 젖꼭지에 완전히 길들여졌다. 4주 동안 고생한 보람이다.

이빨이 나려나 아랫입술을 열심히 빨아댄다.

눕혀 놓으면 누워 있기 싫다고 칭얼거리며 앉히면 좋아한다.

누워 있을 때 내가 옆에 누워 있으면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쳐다본다.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 엄마를 알아보고 예쁘게 웃어준다.

옹알이 웃음소리와 옹알이는 기분이 좋을 때는 꽤 크다.


나의 컨디션은 그런대로 괜찮다. 변비는 없고, 치질도 거의 없는 듯하다. 아직 약간은 가끔씩 변이 되다. 그래서 조금 피가 묻어나기도 하지만 아프지는 않다. 발가락 염증도 며칠만 지나면 완치될 것 같다. 젖꼭지는 이제 헐지 않는다. 아직 빨갛게 달아올라 있으나 그 정도는 약과다. 젖 먹일 때 아프지는 않다. 손가락은 여전히 자고 일어나면 붓는다. 허리 아픈 것은 많이 좋아졌다. 아직은 불편하기는 하다. 아이를 오래 업거나 안고 있어서 인 것 같다.

외출 후에는 몹시 피로감을 느낀다. 방금 훌라호프를 했다. 운동량을 늘려야 할 거 같다. 최소 30분. 전반적으로 몸의 회복 속도가 느린 것 같다. 조금만 찬바람을 쐐도 감기 기운이 돈다. 봄이 되면 많이 돌아다녀야겠다.

-봄을 기다리며-

(2002년 2월 16일 토)


<출산 3개월 4주째>


나의 아기천사와 나의 사랑하는 남편이 곤히 자고 있다.

남편은 대전에서 10시경에 왔는데 많이 피곤한가 보다. 내일 아침 6시 30분경에 출근한다고 한다. 남편에 대한 요구와 기대를 많이 줄였다. 최대한 편안하게 해 주고 주말에 도와줄 수 있도록 한다. 가능한 남편이 덜 피곤할 때 도와줄 수 있도록 하자고 생각을 바꾸고 욕심을 조금이나마 버렸다.


우리 아이는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이제 앉히면 잡아주지 않고도 수초 동안 혼자서 앉아 있을 수 있다. 물건을 눈앞에 주면 손가락을 구체적으로 움직여 물건을 잡고 입으로 가져간다. 젖을 먹는 양도 늘었다. 많이 먹을 때는 170cc가량 먹는다. 내 젖이 약간 줄은 듯 하나 아이가 먹기에 부족하지는 않다. 지금 아이에게 놀잇감은 모든 사물과 물체가 된다. 만지고 빨고 보고 듣고 느끼고 냄새 맡고.

딸랑이, 색깔 모빌, 주사위(숫자, 색깔), 색깔축구공(큰엄마가 사주심), 베이비놀잇감(프뢰벨), 손인형, 오리인형, 각종동화책, CD, 테이프, 비디오등. 비디오는 아직 보여주지 않았다. 비디오보다는 책에 더 많이 친숙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하지만 아빠가 안고 TV를 보고 있으면 아이도 열심히 본다. 나는 아이와 함께 있을 때는 거의 TV를 보지 않는다.

이유식도 가능하면 다양하게 열심히 해야겠다. 지금은 1일 1~2회 맛보기나 건너뛰는 날도 있다. 종류도 다양하지 않다. 앞으로는 야채와 곡물을 다양하게 만들고 맛보게 해야겠다.

아이는 지금 많이 앉고 서는 연습을 하고 있다. 아이가 누워있는 것보다는 앉는 것을 더 좋아한다. 거울을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한다.


아이에게 열심히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놀아주다 보면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때로는 지치고 힘들지만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를 보면서 감사한다.

아이의 젖 먹는 시간간격과 횟수도 15회에서 10회가량으로 줄었다. 먹는 양은 보통 70~80cc, 혹은 100cc가량 먹는다. 많이 먹을 때는 170cc가량 먹는다.

(2002년 2월 20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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