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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해 나아가

엄마는 처음이야

by 하민영

<출산 4개월 2주째>


아이가 보행기를 타기 시작했는데 뒤로 간다. 보행기를 타고 새로운 세상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요즘 해보(웃음이 많은 아이)가 되었다.

미소가 어찌나 이쁜지.

다리도 아주 튼튼해져서 받치고 있으면 잘 서 있는다.

요 며칠 동안 계속해서 할머니 집에 갔더니 아이는 피곤했는지 어제는 많이 보채고 울었다.

그러너니 오늘은 계속 자고 있다. 거의 놀지 않는다. 힘들었나 보다.

암튼 이유 없이 보채며 울고 아무리 달래도 계속 떼를 쓰며 울면 힘들다.


*당근이 소화가 안 되어 당근 죽은 그만 먹여야겠다.

(2002년 3월 4일 월)


<출산 4개월 2주 2일째>


아이를 돌보다 보면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백일이 지나면서는 돌보는 일이 다소 수월해져 한두 시간은 내 시간이 난다. 그럴 때면 TV를 보거나 훌라호프를 한다. 아이가 울 때는 젖을 먹이거나 달래야 하고 깼을 때는 업어 주고 놀아주고 책을 읽어준다.

아이가 잘 때는 빨래, 청소, 다림질, 설거지, 식사 준비 및 식사, 젖 짜기를 한다. 젖 짜는 일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일과다 보통 4~5시간 간격으로 짜며 대략 30분 정도 걸린다. 너무 시간이 지연되어 7~8시간 만에 짤 때에는 젖이 몹시 불어 있다. 처음에는 젖 짜는 일이 매우 힘들었다. 유축기로 짜서 젖이 갈라지고 아이가 빨아서 피부염이 생겨서 손으로 짜니 손이 몹시 아팠다. 젖양은 많고 아이는 적게 먹어서 짜내는 양이 많았다.

3개월이 지나면서 컨디션이 많이 회복되었고 젖 짜는 일도 익숙해져서 수월해졌다. 그래도 여전히 젖 짜는 일은 나의 중요한 일과이며 힘든 일이다.

이것저것 집안일을 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난다.

아이는 밤 1시 이전에는 잠을 자고 깊이 자면 5~6시간은 충분히 자니 나도 여유가 생겼다. 낮에 놀 때는 깔깔거리며 웃기도 하고 앉혀주고 보행기를 타니 손이 덜 간다. 그래서 이제는 나를 위한 시간을 매일 1시간 정도는 가져야겠다. 책 읽기를 하던지, 영어공부, 인터넷, 홈페이지, 신문보기 등 공부를 해야겠다. 운동도 열심히 해야 하는데... 최소 일일 30분 이상 운동을 해야지. 지금은 훌라호프나 체조를. 지구력을 기르는 운동을 해야겠다. 나를 위해 일일 1시간 투자하자.


*꽃샘추위로 눈. 비 오다

(2002년 3월 6일 수)


<출산 4개월 3주째>


남편은 내가 아이에게 하는 것을 보고는 불안하단다. 아이를 너무 애지중지하며 정성을 다하는 것이 혹시 너무 맹목적이어서 나중에 마음을 다치지는 않을까. 아님 아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나는 단호히 주장한다. 아이를 키우는데 정성을 다해야 한다. 또한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 사실 남편의 걱정도 이해가 간다. 나는 살면서 어떤 일에 조바심내고 무서워하며 조심스러워 마음 조리는 일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아이에 대해서는 그렇게 마음을 조릴 수가 없다. 행여나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어디 다쳐서 아프지나 않을까. 깨질세라. 닳아질세라. 온통 나의 한순간 한순간이 아이에게 집중되어 있으며 나를 아이에게 바치고 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남편이 걱정할만하다. 그러나 어쩌랴. 정말 나는 아이가 너무너무 사랑스럽고 예쁜 걸. 그리고 아이를 예쁘고 멋지고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 걸.

인생에서 6세 이전이 가장 중요하며 그 중요한 6세 중 더 중요한 0세에 엄마가 아이와 함께 있는데 내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줘야지 않겠는가. 그래도 내 맘에는 부족한 것 같은데.

남편이 걱정하는 것처럼 내 욕구를 아이를 대신해 풀어내려고 하는 것만 경계한다면 아무리 많은 사랑을 주어도 그것은 해가 되지 않는다. 사랑을 받은 사람만이 줄줄 안다. 엄마 아빠 사랑 듬뿍 받으며 건강하게 자라라.


*어제는 아이가 8시간 반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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