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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고 자라고 자라고

엄마는 처음이야

by 하민영

<출산 5개월째>


아이가 어제오늘 잠덧을 심하게 했다. 오늘도 여전히 떼를 쓰며 운다. 그런데 젖병을 물고 제 두 손가락(엄지와 검지)을 입에 넣고는 젖은 먹지를 않는다. 그래서 젖병을 빼면 우는 것이었다. 손도 많이 빨고 침도 많이 흘린다.

문득 어머니가 오래전에(3개월 때부터인가) 아랫입술을 꽉 물고 옹송거리는 -빠는- 모습을 보시더니 "벌써 이빨이 나려나 보다."라고 말씀하신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아래 잇몸을 보았다. 그리고 손으로 만져보았다. 다른 잇몸과 달리 리아랫잇몸 두 개에서 거칠거칠하며 딱딱하게 느껴지는 것이 이이가 나고 있었다. 아주 조금 0.05mm 정도 올라와 있었다.

아이 몸에서는 작은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기쁜 마음에 아빠에게 전화했다. 남편도 기뻐하며 "신기하다"라고 말한다. 괜히 가슴이 뛰고 기쁜다. 작은 변화가 신기하기만 하다.

아이는 우리에게 신기함 그 자체이다. 작은 몸짓 하나하나 모두가.



아이가 이유 없이 울 때는 당해낼 힘이 없다. 하지만 아이가 울 때는 다 이유가 있다고 하는데 엄마인 내가 잘 모르는 것뿐이다. 한계를 느낄 때는 아이를 내려놓고 "울어라" 해놓고는 미안해서 얼른 안고 어르다 또 울면 "이놈" 하며 혼도 내보았다가 제 풀에 지쳐 울먹였다가 또 화도 내보았다가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기도 한다. 젖을 먹이기도 했다가 업어보다가 안아보다가 별의별 방법을 써 보다 소용없다.

화를 내거나 아이를 가만히 두었다가 나는 금방 죄책감이 든다. 아이가 울음을 그치고 잠이 든 후에서야 이렇게 되어서 울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잠이 오는데 충분히 젖을 못 먹었을 때, 젖병이 아니라 엄마 젖으로 먹고 싶을 때, 기저귀가 젖었을 때, 잠이 올 때 등등.

아가 미안하구나. 너의 뜻을 잘 헤아리지 못해서.

(2002년 3월 19일 화 맑음)


<출산 5개월 3일째>


아이는 뭔가에 집중하고 있으면 침을 많이 흘린다.

내가 이야기를 해주면 저도 열심히 옹알이를 한다.

아이의 목욕통이 작아졌다. 아이가 많이 컸나 보다.

이번 주에는 이유식을 많이 못했다. 이가 나서인지 많이 보채는 편이었다.

아이가 5일 만에 대변을 보아서인지 매우 힘들어 보인다. 힘을 주면서 이상한 소리를 낸다.

3개월쯤까지는 방귀를 많이 뀌었었다. 나도 마찬가지.

지금은 아이도 나도 거의 방귀를 뀌지 않는다.

아이는 시간이 갈수록 예뻐진다.

아이가 귀티가 나면서 윤기가 있다. 예쁘다. 정말

엄마는 지금 아이의 바다에 푹 빠져 있음.

(2002년 3월 21일 목)


<출산 5개월 7일째>


아이는 이빨이 나기 시작한 지난주부터는 밥에 잠들기 전에 많이 보챈다. 더구나 두 달 동안은 젖병에 모유를 먹거나 실리콘 젖꼭지를 씌우고 젖을 먹었는데 이제는 그냥 젖을 달라고 보챈다.

이빨이 나면서 간지럽고 불편한가 본데 엄마 젖이 부드럽고 좋은가 보다. 아이의 미각이란 매우 예민한가 보다.

젖을 먹다가 아이가 젖을 깨물면 무척 아프다.

지금은 무조건 보는 것마다 열심히 빨아댄다. 숟가락 옷자락, 이불 등등 침을 많이 흘리면서.


*다음 달까지 젖을 먹이고 떼려고 하는데 걱정이다. 쉽지 않을 것 같다.

(2002년 3월 25일 월 맑음)


<아이의 수면시간>


3월 23일(13시간 30분)

오전 00:00~07:00

9:0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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