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둘째 주 바깥 기온은 16도, 자동차 안에서 느끼는 온도는 상당히 더워서 겉옷을 벗어야 했다. 농장에 도착했을 때는 바람이 불어와 햇살의 따가움을 날려주었다. 살짝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적당한 날씨에 농장 일을 했다. 이번에는 할 일이 많아서 2시간 반 정도 일을 했다. 날씨가 더웠더라면 많이 힘들었을 텐데 바람 덕분에 많이 힘들지 않고 기분 좋게 일을 했다.
농장에 도착해서 바라보는 밭은 초록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누런 황토색 빈 땅은 초록색이 반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밭으로 달려가서 채소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안녕. 와~ 너희들 정말 잘 자랐구나.”
채소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휴대폰 카메라 버튼을 누르기 시작한다. 카메라 버튼을 누르는 것은 나와 채소들만의 인사법이다.
“나는 일하러 가는 것인지 글쓰기 재료를 수집하는 것인지 모르겠네. 헤헤헤”
남편은 호미며 괭이를 챙겨 오는데 나는 영 딴청만 부리고 있다.
“많이 찍으세요~~~”
다행히 남편이 나를 타박하지 않고 격려의 말을 보태준다.
첫 번째 구획에 있는 상추 3종, 겨자채, 파, 당근(모종), 깻잎 등을 먼저 카메라에 담는다. 그리고 다른 구획에 있는 당근(씨 뿌리기), 근대, 열무, 쑥갓을 찍었다. 가까이에서 카메라를 들이대기도 하고 키높이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사진을 찍는 나는 연신 기분이 좋다.
“여기 무당벌레 있네. 어서 사진 찍어.”
“어디 어디. 어~ 정말 무당벌레네.”
“도망가기 전에 찍어.”
“그래. 지난번 애벌레는 놓쳐서 아쉬웠는데.”
지난번 모종을 옮겨심기하려고 땅을 팠을 때 애벌레가 나왔었다. 잠깐 딴일을 하다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사라졌다. 열무와 겨자채를 먹은 아이로 추정되는 애벌레를 놓쳐서 아쉬웠었다.
“해충은 징그러워”라고 남편이 말한다.
“뭐이가 징그러워. 생명이 살아가는 방법이 다 다르지.”
애벌레는 꿈틀꿈틀 기어가는 모습이고, 느닷없이 나타나서 사람을 놀라게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얘 사진 찍을 줄 모르네.”라면서 몇 번을 다시 찍었다. 근대 잎사귀에 올라앉은 무당벌레를 사진으로 찍는데 요리저리 움직여서 사진이 제대로 안 찍힌다.
“어서 찍으셔.” 무당벌레 사진발 잘 받으라고 남편이 위치를 잡아주며 말한다.
“칠성 무당벌레인가? 날개에 점이 몇 개인지 세어봐야지...”
“양쪽에 두 개씩 네 개인가? 아님 다섯 개인가?”
사진을 찍으랴 무당벌레 관찰하랴 바쁘다. 나중에 사진으로 확인하니 칠성무당벌레다.
“무당벌레가 산다는 것은 농약을 안 쳤다는 증거지.”라고 남편이 말한다.
무당벌레는 진딧물 같은 해충을 잡아먹으니 농부에게는 고마운 존재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무당벌레류는 약 90여 종 이상이라고 한다. 이들 중 28점박이무당벌레, 큰이십팔점박이무당벌레는 가지, 감자 등에 피해를 입히는 해충이란다. 그래도 밭에서 자주 보는 무당벌레는 대부분이 농부에게 이로운 게 많다. 칠성무당벌레를 가장 많이 본 것 같다.
무당벌레와의 대화를 마치고 김을 매는데 또 다른 생명체를 만났다. 풀을 뽑으려고 살짝 땅을 팠을 때는 공벌레가 나왔다. 무당벌레에 이어 공벌레를 카메라에 담으며 지난번에 놓친 애벌레에 대한 아쉬움을 달랬다.
이번 주는 할 일이 많았다. 김매기, 솎음하기, 잎채소 수확하기, 웃거름 주기 등 제법 일할 양이되었다. 지난주보다 채소들도 많이 자랐지만 풀들도 함께 많이 자랐다. 고랑의 풀들은 괭이로 캤고, 작물 사이사이에 자란 풀들은 호미로 뿌리째 뽑았다.
김매기를 마치고 열무와 근대는 솎아주기를 했다. 지난주에 솎음 한 열무는 10cm 정도 간격을 두면서 한두 개만 남기고 또다시 솎아주기를 했다. 잎사귀도 커지고 뿌리도 커지기 때문에 경쟁률을 줄여서 햇볕과 영양분이 골고루 잘 받도록 해줘야 한다.
근대는 처음 재배하는 거라 밭에 한참을 서서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재배법을 알아보니 줄기가 딱딱해지기 전에 잎을 따서 먹는 것으로 보아 상추처럼 키우면 될 것 같았다. 근대는 지난주 솎아주기를 안 해서 한자리에서 10여 개 이상 뭉쳐서 자랐고 웃자랐다. 근대도 열무와 마찬가지로 한두 개만 남겼고 10cm 정도 간격을 두고 솎음을 했다. 열무와 근대는 솎아주기 한 양이 꽤 많아서 이웃들과 나눠먹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당근은 5~6cm 정도로 자랐지만 줄기가 실처럼 가늘었다. 열무나 근대보다 성장이 더뎠다. 당근은 한꺼번에 너무 많이 자라서 서너 개만 남겼다. 당근은 잎사귀를 먹지 않기 때문에 솎아서 버렸다.
쑥갓은 예전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솎아주기를 하지 않아도 튼튼하게 잘 자랐다. 그래서 솎음을 하지 않기로 했다. 쑥갓을 아래나 옆에서 잎을 따는 것보다 위를 자르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쑥갓을 옆에서 따면 위로 자라서 빨리 딱딱해졌기 때문이다. 전지가위로 머리 부분을 싹둑싹둑 잘라서 수확했다. 여리고 푸른 쑥갓이 어찌 그리 빛깔이 곱고 향기로운지 모르겠다.
겨자채며 치커리는 수확량이 많지 않았으나 상추는 제법 양이되었다. 상추는 자주 딸수록 더 잘 자란다. 주말농장 중에서 효자상품이 상추다. 재배하기도 쉽고 오래 먹을 수 있으며 적은 땅에서 많은 양을 수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내가 딴 상추를 보니 상추의 떡잎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지저분했다. 과거의 경험을 잊어버리고 어린잎들이 더 자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남편이 상추 딴 것을 보니 떡잎을 다 따주어서 상추가 깨끗하게 잘 자랐다. 그제야 '아차' 싶었다. 떡잎을 따주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생각한 것이다. 이번에는 상추의 아랫부분부터 깨끗하게 따내면서 “내가 지난번에 상추를 잘못 땄네.”라고 말했더니, 남편이 “괜찮아.”한다. 또 남편이 딴 상추와 내가 딴 상추를 비교해보았다. 나는 상추를 서너 장만 남기고 아낌없이 땄는데 남편은 제법 큰 상추도 남겼다. “당신은 내가 딸 만한 상추도 남겼네.”라고 내가 말했더니 “적당히 키워서 먹자.”라고 남편이 말한다. 우리는 서로의 상추 재배 취향을 적절히 존중해주면서 상추 따기를 했다.
이번에는 많이 일한만큼 수확한 채소도 꽤 많았다. 물오른 채소를 많이 수확하여 나눠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지인들과 채소를 나누려고 공원에서 만났다. 나는 채소 자랑을 위해 신나게 봉투를 열어젖혔다. 지인 중 한명이 물었다.
“주말농장 하면 뭐가 좋아요?”
“빈 땅에 초록으로 이렇게 자라는 것을 보면 뭐랄까?... 기분이 좋죠.”
나는 카메라에 담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4월 첫 방문 때와 중간 그리고 이번에 찍은 사진을 비교하면서 열심히 자랑했다. 나는 연신 신이 나서 이야기했지만 지인은 나와 별로 공감이 안 되는 것 같았다. ‘힘든 일을 뭣 하러 하나.’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자연을 만나는 것,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 도시에서는 체험해보지 못한 경험을 하는 것, 남편과 추억을 쌓는 것, 작물을 수확하는 것, 수확한 채소로 풍성한 밥상을 차리는 것, 이웃과 채소를 나누는 것 등등 주말농장을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은 여러 가지이다. 남편은 지인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그냥 힐링이지. 좋아하는데 무슨 이유가 있겠어. 키우는 과정 속에서 기쁨을 느끼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