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있는 구내식당

근무하는 사원들이 뽑은 지역 맛집, 구내식당에 간판을 달아 드렸다.

by 칼잡이 JINI
구내식당의 소중함

공장의 특성상 구내식당의 맛과 품질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칼을 하루 종일 다루는 직업상 육체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구내식당의 맛과 품질이 떨어지면 불만의 컴플레인이 증가한다. 구내식당의 컴플레인은 다른 것에 대한 불만으로도 확장될 수 있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외진 곳이라 점심시간에 외부로 나가서 식사하려면 큰 맘을 먹어야 가능하다. 출근하면 어찌 되었던 점심과 저녁식사를 구내식당에서 해야 한다. 맛이 있어도, 맛이 없어도 어쩔 수 없다.


근무하던 공장에는 20년 가까이 근무하신 구내식당의 선임 참모님이 계신다. 너무 감사한 분이다.

사원들이 뽑은 지역 맛집, 오래된 선임참모님의 손맛 때문이다.


선임 참모님이 차려준 구내식당의 메뉴 중 기억나는 것들을 몇 가지 적어보자면...,

파를 썰고 남은 파뿌리와 채소로 육수를 우려낸다. 구내식당의 국물 요리의 맛이 깊다.


봄이면 냉이와 돌나물을 캐오신다.

본인이 드실 것 캐러 갔다가, 생각나서 더 캤다고...,

깨끗이 씻어 냉이 국을 끓이면, 갓 딴 싱싱한 자연의 향이 난다.

모두들 맛있다 한다. 그제야 이야기하신다. 들에 가서 캐는 김에 더 캤다고...,


수육을 참 맛나게 끓이신다. 커다란 가마솥 조리도구에 이것저것 넣으시고 오래도록 육수를 내어 그 육수에 수육을 만들어 내면, 그 맛의 깊이가 다르다.

저녁메뉴로 수육이 나오는 날이면, 근무하는 사무실 직원들도 구내식당에 가서 수육을 적당한 함께 썬다.

고기를 세절하는 공장이라 사무실 직원들도 대부분 칼질을 잘하기 때문에 수육을 써는 것은 일도 아니다.

따듯하게 모락모락 피어나는 수육의 향이 직원식당 내에 퍼진다.


연세드신분들이 만하서 그런지 밥에 고추장을 비벼드시는 분들이 많다. 서비스로 항상 고추장과 들기름이 준비되어 있다. 김치와 밥을 넣고 비벼드시기 쉽게 메뉴 외에 항상 준비되어 있다. 만족도가 높다.


김장을 담그시면, 김장 김치를 가져와 나누어 주신다. 물론 참모님만 가져오시는 건 아니다. 외곽의 특성상 현장 근무 여사님들도 김장 김치를 가져와 함께 나누어 먹는다. 배추김치, 갓감치, 총각김치, 파김치 등 김장철이면 구내식당엔 김치 풍년이다.



300인분 삼겹살 회식준비

가공장 내 전체 삼겹살 데이는 정말 큰 프로젝트이다. 모두가 움직여야 한다.

삼겹살을 구워 먹는 날에는 주차장에 차를 주차할 수 없다. 모두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해야 한다. 셔틀도 일시 늘려 운행한다. 어쩔 수 없이 차를 끌고 온 사원은 보안실에 차키를 맡겨야 한다. 혹시라도 발생될 수 있는 음주운전을 차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차장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지게차로 팔레트를 움직여 파트별로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준비해 준다.

준비된 팔레트 위에 종이박스와 비닐 등으로 테이블을 만들어 주고, 깨끗이 씻어 놓은 부르스타와 불판을 배치한다. 물론 부탄가스도 새로이 넣어준다.

구워 먹을 현장은 준비되었다.


구워 먹을 회식용 삼겹살과 목살은 별도로 결제하고 재고와는 구분해서 작업을 해야 한다. 1kg 단위로 먹기 좋게, 나누어 주기좋게 팩에 담아 준비한다. 본인들이 구워 먹을 것이라 세절하는데 진심이다.

고기도 준비되었다.


삼겹살을 식당에서 처럼 구워 먹으려면, 식당 참모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박스단위의 상추를 씻어야 한다. 마늘도 편채로 썰어야 하고, 청양고추도 썰어야 한다. 사무실의 지원팀도 모두 구내식당의 조리실에서 함께 준비한다. 삼겹살을 구울 때 함께 구울 묵은지도, 쌈장도 직접 맛나게 만드신다. 파김치도 준비하고, 이것저것 준비할 것이 많다.

찬도 준비되었다.


준비된 음식을 주차장으로 옮긴다. 테이블을 만들고, 일회용 접시에 상추, 고추, 마늘 등을 팔레트로 만든 테이블에 세팅을 해준다. 기본 상차림은 완성되었다. 추가로 가져다 먹을 수 있도록 셀프바도 만들었다. 삼겹살과 목살도 세팅되었다.

회식 준비가 끝났다.


저녁 어둑어둑해질 5시쯤, 공장의 외곽을 비치는 서치라이트와 조명 등을 모두 밝힌다.

사원들이 각자 준비된 테이블에 앉는다. 아스팔트 바닥이지만, 코로나 시기 이후 처음 맞이하는 단체 삼겹살 파티에 대한 즐거움이 느껴진다.


공장장과 협력사 대표의 간단한 인사를 한다. 물론 듣지 않는다. 짧을수록 좋다.


테이블에 앉은 각 파트에서 술잔을 채운다.

단체 회식의 묘미는 각자 준비한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각자의 집에서 담근 과실주부터 막걸리, 양주까지, 묵은지, 파김치 등 김치의 종류도 많다.

이제 설설 취기가 도는 듯싶다. 건배사가 나오기 시작한다.

"한우 파이팅", "돼지 파이팅", "수입육 파이팅", "냉동 파이팅", "검품 파이팅", "환경, 기술, 보안 파이팅"

동물농장인줄...,


그 어려웠던 코로나가 끝나고 처음 모여서 먹는 삼겹살 파티, 그들의 얼굴에 웃음이 만개하다.

간판 있는 구내식당


항상 감사한 구내식당 참모님들에게 무엇을 해드릴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을 해 보았다.

자부심을 심어드리고 싶었다.


"지역 맛집, 간판 있는 구내식당"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간판에 달 식당 이름이 필요했다.

물론, 상표등록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장에서 해 드릴 수 있는 최고의 명예를 부여하기로 했다.

상금 20만 원을 걸고, 간판에 써 넣을 식당 이름을 공모했다.

선정된 이름은 "정성 가득 한 끼 밥상, 이 편한 밥집"이었다.


정성 가득 한 끼 밥상, 이 편한 밥집

구매식당의 영양사와 참모님을 모시고, 식당 이름이 마음에 드시는지 여쭈어 보았다.

"감사합니다. 뭘 이런 걸 다~~"란 말로 대신 하셨다.

근무하는 사원들이 감사해서 만들어 드리는 건데, 그들이 먼저 감사하단다.


식당 간판을 달아야 하는데, 어떻게 만들어 드릴까?

진짜 식당 간판처럼 제대로 만들어 드리기로 했다.

나무에 식당 이름을 각인해서 구내식당 입구에 간판을 달아 드렸다.

간판 달아드리던 날, 구내식당의 참모님들이 나와 식당 간판아래서 활짝 웃던 그 미소가 기억난다.



퇴직하던 날, 안아주시며

"항상 건강하고, 자주 들려~~, 정들었는데~"라며 말해주시던 참모님

퇴직 기념으로 집에서 정성껏 짠 들기름 2병을 선물로 건네주시던 참모님

야근할 때면 사무실까지 찾아와서 저녁 먹고 일하라고 챙겨주시던 참모님


참모님, 근무하는 동안 진심 감사했습니다.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