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지의 나라,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갈 기회가 생겼습니다. 프랑크푸르트는 독일의 도시 이름이기도 하지만, 프랑크 소시지로도 유명한 도시입니다. 저는 식품 MD이기에, 육가공 제품을 공부하는 사람이기에, 독일을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소시지, 햄, 베이컨 등 육가공제품에 진심인 나라가 바로 독일입니다. 소시지, 햄, 베이컨 등을 만드는 주 재료는 돼지고기입니다. 독일은 돼지고기, 감자, 맥주가 유명한 나라입니다. 음식문화는 국가의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독일의 돼지고기 사육두수는 대략 2,130 만두(22년 기준)이며, 대한민국의 1,176 만두(23년 기준) 내외로 1.8배 많이 사육합니다. 독일의 인구수는 8,325만 명, 한국의 인구수는 5,174만 명 1.6배입니다. 어찌 되었던 돼지고기의 소비량이 높은 한국대비 독일의 돼지고기의 사랑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돼지고기는 소고기에 비해 육가공 성질이 좋습니다. 소에 비해 살코기대비 지방의 비율이 높은 돼지고기의 특성 때문입니다.
독일은 돼지고기를 활용한 햄, 소시지 등의 육가공 사업을 기반으로, 그 제품을 만드는 육가공기계의 제조 및 판매와 관련해서도 세계에서 선두그룹에 위치한 국가입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IFFA(국제식 육가공박람회)가 열리는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독일의 방문은 처음이었습니다. 숙소의 이름이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프랑크푸르트 시내는 박람회로 숙박비가 비싸서, 20~30분 떨어진 외곽의 호텔을 숙소로 잡았습니다. 그것이 오히려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도심의 호텔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오랜 시간의 역사를 간직한 듯 푸르른 나무의 높이는 호텔의 높이만큼이나 자라 있었습니다.
울창한 숲길을 따라 걸어보았습니다. 세월의 흐름, 지나간 역사의 시간을 간직한 그 숲길 속에서 또 다른 기억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도심에서 떨어진 숙소를 얻었기에 느끼는 "삶의 여유"를 가슴속에 간직하고 왔습니다.
호텔 숙소의 한가로운 시골 풍경
저는 소시지, 햄, 하몽 등을 엄청 좋아합니다. 식품 MD이기도 하지만, 전공도 축산가공이기도 하고, 수제 햄소시지를 만드는 매장과 공장에서도 근무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햄, 소시지 제대로 만들면 정말 맛있습니다. 독일이라 그런지, 호텔 조식에도 대부분 다양한 소시지와 햄, 치즈 등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호텔에 머무르는 동안 조식을 거르지 않고 제가 좋아하는 정통 독일 식육가공품을 마음껏 먹었던 것 같습니다. 비엔나소시지, 푸랑크소시지, 비어슁켄에, 하몽 등 제 입맛에는 딱 좋았습니다. 한국의 육가공제품보다 염도는 약간 높지만 결착력이라던지, 향신료의 풍미는 "독일의 정통 소시지"를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독일의 호텔에서 머무르실 기회가 있다면, "조식 거르지 말고, 독일 정통 햄을 다양하게 드셔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호텔 조식의 독일 정통 햄, 소시지
우연히 방문했던 쇼핑몰 앞의 그릴 소시지 판매대, 그냥 보면 우리나라의 흔한 떡볶이, 순대 파는 그런 곳처럼 보입니다. 특이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마도 훈연에 진심인 듯하여 찍어 보았습니다. 판매대 중앙에는 커다란 그릴이 천정을 지지대로 걸려서 위치하고 있고, 그 위에 햄과 소시지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릴 아래쪽에서는 나무로 불을 피워 연기를 내 훈연을 하는 장치가 있었습니다. 역시 훈연의 일상생활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훈연이란 방부효과를 통해 보존기간을 늘리고, 특별한 훈연향을 부여하기 위해 육가공에 활용되는 아주 오래된 방법입니다. 요즘 육가공에서는 훈현향을 내는 시즈닝과 착색필름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정통 방식이라 더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먹어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릴 소시지 판매대
독일은 "메쯔거라이 마이스터"라는 정육, 육가공제조 전문가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독일에서 교육받으신 전문가분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기도 합니다. 저는 독일에서 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산업인력관리공단에서 보는 "식육가공기사" 자격증과 "식육처리기능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 초에 "식육즉석가공업"이 도입되기 시작하였으며, 저는 초창기 즉석델리코너에서 수제햄소시지를 만드는 직무를 수행하기도 하였기에, 독일의 식육가공산업에는 관심이 많았습니다.
독일의 레시피는 한국보다 염도가 높게 형성되어 있었기에, 염도를 맞추는 것과 천연향신료의 비율을 조정하는데 꽤나 시간이 걸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초창기 독일 육제품 레시피를 한국화 하여 만드는 시기에 근무했던 저로서는 독일의 정통햄소시지를 이번 기회에 더 보고, 더 자세히 알고 싶었습니다.
독일 대형마트에서 만난 수많은 소시지를 보고 감탄했습니다. 소고기, 돼지고기의 진열보다 더 많은 Space를 차지하고 있는 식육가공품에 놀람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나, "생소시지", 즉, 열처리하기 전 천연돈장과 천연양장에 충진 되어 있는 소시지는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상품이었습니다. 소시지가 무척이나 크고, 색상이 화려해 보입니다. 그릴에 굽거나, 끓는 물에 데쳐 먹는 소시지 정말 맛있을 것 같습니다.
햄소시지를 만드는 간단한 식육이론
고기의 조직은 Actin, Myosin이라는 근섬유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으며, 소시지를 만드는 공정은 소금(Salt)과 향신료를 넣어 잘 섞어 줍니다. 염용성 단백질의 추출을 위해서 진행하는 과정이며, 염용성 단백질은 고기의 결착력과 보수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Silent Cutter에서 잘게 썰어 고기반죽(풀)을 만들게 되는 과정을 거치며, 중간중간 얼음 혹은 냉수를 넣어 줍니다. 이는 Silent Cutter가 고기를 자르면서 발생되는 품온을 낮추기 위한 공정이며, 일정 온도이상으로 높아지게 되면 유화, 즉 emulsion이 잘 이루어지지 않게 됩니다. 유화라 함은 단백질, 지방, 물이 제대로 섞여 분리되지 않는 현상을 말하는 것입니다. 유화가 잘 안 되면, 유분리(지방이 분리되어 고임), 수분리(물이 분리되어 고임)의 현상이 나타나 좋은 품질의 식육가공품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유화가 잘 이루어져야, 결착력, 보수력이 우수해져 좋은 식감과 맛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전시회에서 만난 스페인 하몽 "Beher 회사" 시연장면
와인과 함께 먹으면 좋은 하몽의 시연 장면을 보았습니다. 정통 건염방식의 하며, 오랜 기간을 건조 숙성시킴에 따라 깊은 풍미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하몽에 진심인 나라, 스페인"의 Beher 회사의 시연회를 박람회에서 만났는데, 진심 맛있었습니다. 하몽을 얇게 써는 기술자의 미소가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한 나라의 식문화"가 산업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한국은 "삼겹살 구이라는 식문화가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함께 구워 먹는 쌈야채, 굽는 불판, 연기를 뽑아내는 배기장치, 굽기 편한 테이블, 가위의 사용 등 생활 전반에 있어 남들은 갖지 않는 특이성과 산업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독일의 경우 "육가공제품에 대한 식문화의 발달"로 햄소시지를 만드는 육가공기계, 육가공제품 등의 지원 산업들이 세계최고 수준을 보유할 수 있었습니다. 육가공제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교반기, 믹서기, 스타퍼, 인젝션, 챔버 등과 원재료를 손질할 수 있는 칼, 칼 가는 자동 숫돌, 야스리, 철망앞치마, 철장갑 등 부자재의 발전, 만든 상품을 포장하는 포장기계 등의 산업이 발전하였습니다. 물론, 완성품인 소시지, 햄, 육지물 햄 등의 소비문화도 발전되었으며, 감자, 맥주 등과 관련된 연계사업도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독일식 정통 소시지를 먹으면서 생각해 본 "식문화와 산업발전의 연계성", 재미있는 하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