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B형독감
명절 연휴 시작 몇일 전부터 나를 괴롭히던 기침은 결국 연휴 시작 전날에 B형독감 확진이라는 결과로 찾아왔다. 준비해두었던 일정들, 연휴에 대한 설렘들이 전부 산산조각나버리는 순간이었다. 아이들도 증상이 있어서 결국 나는 연휴가 시작되는 토요일 전날부터 연차를 쓰고 어린이집을 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돌봐야 했다. 아내는 그래도 증상이 없어서 출근을 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평소보다 일찍 끝나게 되어 한시름 놓았다.
아이들이 아프면 안 그래도 인기순위가 낮은 아빠는 더더욱 순위에서 밀려나게 된다. 아이들이 경쟁적으로 엄마를 찾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서로 엄마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이 안겨 있기 위해서다. 안 그래도 엄마 껌딱지인 작은 아이는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온종일 [엄마 안아]를 외치며 울고 또 운다. 아빠가 가까이 가면 팔을 휙휙 흔들면서 만지지 말라고 한다. 큰 아이는 또 작은 아이만 엄마에게 안겨있는것에 샘이 나서 더 크게 울면서 엄마를 찾는다. 아빠는 쓸모가 없어지고, 엄마도 힘들고 아이도 힘든 시간이 계속된다.
아이들에게는 쓸모가 없어진 나는 그 시간에 최대한 집안일을 해두고 아내가 말하는 요구사항을 즉시 수행하기 위한 5초 대기조가 된다. 아프면 밥도 잘 안먹으려고 하는 큰 아이를 위해서 간식을 조달하고, 아이들의 물과 기저귀. 갈아입을 옷을 항상 세팅해놓는다.
전염의 위험성이 있어 양가 집도 마스크를 쓰고 잠깐만 있다가 올 수 밖에 없었다. 명절 시작 전부터 아이들 세배 연습도 시켰는데 제대로 보여드릴 수도 없어서 참 안타까웠다. 안 그래도 이번 명절도 짧은데 이런 식으로 아프면서 지나가야 하는 상황이 참 속상했다.
연휴 기간동안 병원을 두 번 갔는데 갈 때마다 주차장이 만원이고 병원 안은 아이들로 인산 인해를 이루었다. 세상에 이렇게 아픈 아이가 많구나. 명절인데도 우리처럼 고생하는 부모들이 정말 많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참 아팠다. 그래도 우리는 양가 큰집이 거리가 가깝기라도 하지, 어쩌다 한 번 볼 수 있는 가족들을 아이가 아파서 볼 수 없게 된 사람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내일이면 벌써 연휴가 끝이다. 나랑 큰 아이는 이제 병의 막바지인거 같고, 작은 아이와 아내는 회복에 아직도 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래도 입원까지 가지 않은게 다행이라고 봐야 할까. 아이도 어른도 예방접종도 잘 챙기고 면역력도 잘 챙겨야 하는 시기이다. 나는 평소에 건강을 잘 챙기지 않아서 이번에 설 연휴라는 비싼 값을 치뤘다. 모두가 괜찮아지면 연휴가 끝나는 주말에라도 양가 부모님들에게 다시 방문해야겠다.
26년 신정도 그렇고 구정도 상황이 계속 좋지 않았지만, 더 좋은 일이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 다시 한번 힘내본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