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내가 대신 아팠으면
육아는 매순간 언제나 힘들지만, 그 중 가장 힘든 순간을 꼽으라 하면 역시 아이가 아플 때 라고 생각한다. 일단은 병원에 가야한다. 이동시간부터 대기시간, 진료를 받고 집에 돌아오면 몇시간이 훌쩍 가 있다. 아이도 아이대로 피곤하고 어른도 피곤하고 기분이 좋지 않다. 짜증이 나게 되고 작은 일에도 예민해진다. 그래서 이럴때일수록 혹시라도 아내와 싸우지 않도록 항상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 행동하고 말을 할 필요가 있다. 안 그래도 힘든데 서로에게 상처를 줄 필요까진 없지 않는가.
이전에도 얘기했다시피 작은 아이는 아프기 시작하면 주변에 엄마가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엄마를 찾으면서 울기만 한다. 큰 아이는 그게 작은 아이에게 엄마를 뺏기는 거라고 생각하여 똑같이 엄마를 찾는다. 집 안에 온종일 아이 울음소리만 들린다. 아빠는 아이들에게 가까이 갈 수조차 없다. 뭐 그런 시기니까 라고 납득하긴 하지만 혼자 아이들을 감당해야 하는 아내에기도 미안하고, 끝까지 엄마만 찾는 아이들에게도 참 말 못할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정말 몇 시간 계속되면 아무리 부모라도 정신이 나갈 것 같다. 밥이라도 잘 먹으면 그래도 낫겠는데 입이 쓴지 단 것만 찾는다. 그때부터는 간식의 시간. 젤리부터 요거트, 과자 등등 총출동이다.
아픈 아이에 대한 걱정부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 피곤함에서 오는 괴로움, 그렇다고 아파서 힘들다고 하는 아이들에게 화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 사이에 집 안은 제때 치우지 못해서 정말 엉망진창이 되어간다.
그럴 때는 정말 아무에게라도 SOS를 치고 싶은 심정이다.
다행스럽게도 양가 부모님 댁이 그렇게 멀지 않아서 자주 도움을 받고 있긴 하지만 애초에 아이들이 아프지 않는게 최고다. 면역력을 높이고자 여러가지 영양제도 먹이고 있지만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린이집이라는 단체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아이들이 자주 아플거라고는 예상했고 아이들이 아플때마다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항상 각오를 하고 임하지만 힘든건 힘든거다.
나도 어렸을 때 잔병치레를 많이 한 편이었다. 그 때마다 대부분 엄마나 할머니가 봐주셨는데 그때도 얼마나 힘드셨을까 생각이 든다. 쓴 가루약 먹기 싫어서 엄청 떼를 썼던 기억이 나는데 당시 어머니는 가루약 밑에 설탕을 깔아서 나에게 먹이셨다. 알약을 먹을 수 있게 되고서부터는 그런 고역도 겪지 않아도 됐지만.
이번 독감은 정말 지긋지긋하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아이들은 아직도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안하고, 아내도 제일 늦게 증상이 시작되어 호되게 당하고 있다. 내일도 병원을 갈 예정인데 이제는 좀 이 고통의 시간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