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재미를 찾아가는 아이들
두 아이의 혀가 가야 할 길이 서로 점점 바뀌기 시작하는게 보인다. 자주 먹는 음식, 좋아하는 음식, 피하는 음식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이제 25개월을 막 지나가는 시점, 호불호를 말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아이들은 각자가 원하는 것을 이제 행동을 넘어서 단어로 표현하기 시작한다.
큰 아이는 과일을 참 좋아한다. 딸기, 포도, 사과, 귤, 수박 등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달고 신맛에 강한 듯 보인다. 샤인머스캣을 앉은 자리에서 몇 알을 연거푸 먹고, 이번 겨울에는 단어 카드로 놀다가 갑자기 수박이 튀어나와서 울면서 수박을 달라고 찾아 진땀을 빼기도 했다. (수박바 아이스크림으로 간신히 수습할 수 있었다.) 적당히 먹는 과일은 몸에 좋지만 뭐든지 과유불급이기에 양을 조절할 필요가 있었다. 문제는 요즘 이게 과자와 젤리, 사탕으로 점점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확실히 단맛을 좋아하는지 수시로 젤리와 과자, 쥬스를 찾아서 최대한 시각적으로 노출을 시키지 않고 여러가지 조건을 달면서 주고 있다. 달달한 걸 좋아하지 않는 아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제한 없이 계속해서 찾고 먹으려 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참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들의 숙제일 것이다.
작은 아이는 탄수화물을 참 좋아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일단 밥을 찾고, 배고플때 제일 먼저 나오는 말도 '밥'이다. 쌀밥을 정말 좋아한다. 별 다른 반찬 없어도 한 공기 정도는 뚝딱 비운다. 그리고 면도 참 좋아한다. 할머니가 해주신 잡채, 엄마가 해준 파스타, 요즘은 짜장라면에 빠져서 아빠가 만들어주면 얼굴에 짜장 투성이가 되도록 먹는다. 그리고 밥 먹을 때 '국'이 있어야 한다. 집에서 밥을 먹을 때는 대부분 아이들용 식판을 사용하고 있는데 식판에 국 자리가 비어있으면 뭔가 빠져있다는 표정으로 국을 찾는다. 그럴때마다 나는 시아버지 오셨다고 하면서 놀린다.
그래도 둘 다 할머니들이 해 주신 밑반찬들을 계속 먹어서인지 나물류도 잘 먹고 콩이나 가지, 호박도 참 좋아해서 대견하고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커서는 또 싫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식성도 곧 습관이기에 일찍부터 계속 경험치를 쌓아가는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이지 않기 위해서는 엄마와 아빠부터 먹지 말아야 한다. 이게 정말 중요하다.)
보면 볼수록 큰 아이는 엄마의 식성을, 작은 아이는 아빠의 식성을 가져간 듯하다. 나는 밥, 빵, 라면류 좋아하고 과일은 잘 먹지 않으며 초딩입맛에 입이 짧은 편이고, 아내는 못먹는게 없다시피 할 정도로 식성의 스펙트럼이 넓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뭐든지 골고루 잘 먹는 것이 당연히 좋겠지만, 아내는 몰라도 나는 내 아이들에게 그런 말 할 처지가 못된다. 나는 지금도 가지가 싫고, 생선류와 내장류는 거의 입도 대지 않는다. 아이들에게도 나중에 '싫은 음식을 굳이 억지로 먹을 필요는 없다' 라고 얘기할 생각이다. 작은 아이가 영유아검진에서 키와 체격이 매우 하위권에 있는게 좀 걱정되긴 하지만, 그저 아프지 말고 좋아하는 음식을 적절하게 즐기면서 먹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알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