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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데아 Feb 03. 2019

너는 언제 엄마가 될거야?

엄마가 되지 않을 권리, 그런 것 쯤은 가볍게 무시하는 사회.

나는 엄마가 되는게 너무 무섭다. 임신도 출산도 육아도. 그래서 섣불리 아이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결혼한 후, 어딜가나 언제 엄마가 될 건지 서스럼없이 물어온다.


약속 자리에 나가 반갑게 안부인사를 건네고 몇 마디 주고받고 앉으면 바로 '애는 언제 가질 계획이야?'라고 묻는다.


나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글쎄요 낳을 때 되면 낳겠죠" 라고 하면 요즘은 계획 출산을 해야한다고 하고, "아직 계획없어요"라고 하면 나이도 있는데 빨리 생각하라고 한다. 한번 대뜸 애는 언제 낳을거냐고 물어보는 지인에게 '우리는 안 낳는다'고 이야기했다가 그 분 뿐만 아니라 주변의 지인들까지 분위기가 어색해진 상황도 있었다.


임신은 남편에게도 쉬운 문제인 것 같다. 최근에 애를 낳고 싶냐는 친구의 질문에 남편은 "나는 낳고 싶은데 ㅇㅇ이가 아직" 이라고 말했다. 남편은 어떤 준비가 되었기에 아이를 낳고 싶다고 하는 것일까? 우리의 육아 분담 논의에서 출장이 잦은 남편은 많이 도와주겠지만 현실적으로는 힘들것같다는 입장이다. 그러니까 애 낳으면 내가 봐야된다. 임신,출산, 육아가 나의 몫이어서 나는 일도 그만둬야하는데, 남편은 그냥 아이가 낳고 싶다.


나를 제외한 사람들이 나에게 언제 엄마가 될거냐고 가볍게 물어온다. 하지만 그 무게를 직접 감당해야하는 나에게는 너무나 무겁고 버거운 질문이다. 아이를 낳고 생길 내 인생의 변화를 과연 감당해낼 수 있을지. 아이를 낳고 내가 행복할 수 있을지. 그 숱한 고민을 가볍게 치부해버리는 저런 식의 태도들이 나를 더욱 임신과 육아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것 같다.


여전히 임신, 출산, 육아는 오로지 엄마의 몫이라는 생각이 강한 사회다. 실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을 쉽게 생각하는 남편만 봐도 알 수 있다. 남편은 알고 있는거다. 애를 낳으면 그 많은 부분의 역할을 엄마가 수행할 것이라는 걸. 나 역시 알고 있고, 이 부담이 너무 무거워서 아이를 낳자는 남편의 바람에 동의를 할 수 가 없다.


나를 제외한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애 낳고 키우는 것 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가볍게 이야기를 툭 던지는 게 이토록 불편하고 힘든건 나뿐인걸까. 나는 아직 준비가 안됐는데, 벌써부터 나에게 엄마를 강요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한 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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