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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씨일기 Jan 22. 2024

"저희 가게 처음 오시죠?"

매일 쓰는 짧은 글: 240122



어제 있었던 일이었다.

근 2달 가까이를 시험 준비로 집과 도서관만 오가는 생활을 했는데, 

집과 도서관 사이에 매일 다니는 길에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동네 순대국밥 집이 있었다.

이런 곳에 이런 식당이 있었다니, 하면서 흥미로운 눈길로 보며 지나치기를 몇 번,

언젠가 한 번은 M군과 같이 공부를 할 때 저녁 식사로 가보자 약속을 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로컬 맛집으로 꽤나 유명한 집인 모양이다. 전혀 몰랐다.)



근데 밝을 때 들어가 어두워져서 도서관에서 나오는 길에,

하루종일 고된 공부로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서는 항상

뭔가 순대국밥보다 더 자극적인 것이 당겼다.

그래서 몇 번 오늘은 저 국밥 집에 가볼까? 하면서 문 앞에서 한참을 기웃거리다가

근처 곱창 집에서 소맥을 한다던가, 아구찜 집에서 든든하게 한 상 시켜 먹던가 하면서 번번이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제 곧 마지막 시험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M군도 도서관에 같이 와서 공부하는 마지막날로 예상이 되어서 오늘은 어찌 되었든 반드시! 그 순대국밥 집에서 식사를 해보자 다짐했다.




딸랑.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에는 전부 단골들로 보이는 아저씨들. 소주를 반주 삼아 국밥을 든든히 말아 드시고 계셨다. 뭔가 신뢰감이 가득 상승하는 기분.


뭘 먹을까, 하면서 몇 개 없는 메뉴 중에서 심사숙고를 하니, 종업원 분이 물과 컵을 들고 오면서 웃으시며 말씀하였다.


"여기 가게 처음 오시죠?"


응? 왜 물으시지, 하면서 네, 맞아요~라고 대답하니 매우 의미심장한 미소로 적당히 얼버무리며 자리를 떠나셨다. 뭘까, 했는데 아마도 2달 동안 가게 앞에서 우왕좌왕하면서 갈까 말까 하는 갈팡질팡한 모습을 가게 안에서도 다 지켜보고 계셨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2달 만에 드디어 들어온 손님들에 웃음이나 처음 오셨죠,라고 참지 못하고 말을 붙인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분이 꿀꺽 삼킨 뒷말에 대한 궁금함이 조금쯤은 마음에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국밥은 예상했던 것대로 맛있었고,

그 집의 김치과 깍두기는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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