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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씨일기 Feb 29. 2024

엄마아빠와 고깃집 나들이

매일 쓰는 짧은 글: 240229




동네에 있는 인기 있는 고깃집에서 할인 행사를 시작했다. 오며 가며 보이는 홍보 패널에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저 가격이라니 가지 않을 수 없겠는걸, 이라고 내심 혼자 중얼거리던 찰나. 오늘 저녁을 차리기 귀찮아하는 엄마의 모습에 문득 생각이나 한 번 가보자고 꼬드겨봤다.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아버지와 함께.


이미 몇 번 간 경험이 있는 나는 꽤나 만족하는 식당이지만 시장 바로 옆에 붙어있고 주 고객층이 시끌벅적한 동네 아저씨들이라 조용하고 고상한 우리 엄마가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 걱정을 누를 정도의 파격적인 할인이었기에 일단 엄마아빠를 데리고 식당에 갔다. 역시나, 오늘도 시끌벅적한 식당. 심지어는 자리도 없어 오늘 그 식당에서 가장 시끄러운 아저씨들 바로 옆 테이블로 배정을 받았다. 그때부터 시작된 엄마의 눈치보기 대작전.. 결과는 상상에 맡기겠다.




식후에는 아버지는 밤 운동을 하러 공원으로 갔고 나는 엄마와 오랜만에 밤 시장구경을 나섰다. 조오금은 다시 쌀쌀해진 날씨에 코끝은 빨개지고 아직도 남아있는 붕어빵 장수의 부지런함에 감탄하며 시장의 이모저모를 구경했다. 식사자리는 마냥 편하지 않았지만 엄마와 팔짱을 끼고 온기를 나누며 지금 무가 어떻네, 봄동이 나왔네, 곧 삼겹살 데이라 고기가 싸네, 등 별 하릴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급할 것 없이 시장을 걸으니 또 아무렴 어때, 마음이 불쑥 솟아났다.


물론 앞으로 그 고깃집을 엄마아빠와 갈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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