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대학교 새내기가 헌내기에게

by 왕씨일기

대학교 3학년의 봄이었다.

오전에 교양 수업을 들으러 가기 전에 잠시 도서관에 들렀다 나오는 길이었다.

나오는 순간 비가 찔끔찔끔 내리는 듯 마는듯한 얇은 가랑비가 바람에 흩뿌려지고 있었다.

아, 우산도 없는데 아침부터 뭐야. 욱하며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많이 내리는 건 아니지만 강의실까지 그냥 걸어갔다간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옛 어른들의 말을 확인하게 될 것 같고,

날도 아직 추운 데다 하필 안경을 끼고 있어 불편함이 배가 될 것 같았다.


어쩌지, 동기 애들한테 전화라도 해볼까.

하며 도서관 입구 앞에 서서 어떻게 하나 고민하고 있던 중

옆에서 누가 봐도 이번 3월에 새로 입학을 한 파릇파릇한 신입생이 친구와 전화 통화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와, ㅇㅇ야. 밖을 봐봐. 지금 봄비가 내려!"



벌써 10년도 전의 일이지만 아직도 그 말을 들었을 때의 충격과 신선함은 잊히지 않는다.

나에게는 짜증 나는 가랑비가 누군가에게는 가슴 설레는 봄비가 되었다.

같은 상황 속에서도 다른 관점을 찾아낸다는 것,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

봄비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나보다 어린 그 친구에서 뭔가 인생의 중요한 뭔가를 깨우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