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건
나이가 들어가고 어른이 된다는 것은 결국 더 많은 상실을 경험하고 감내해 가며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것을 목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천천히, 또는 준비도 없이 급작스럽게 소멸의 상태로의 이별을 몇 번 경험하고 나니 한 사람에 대한 부재가 일으키는 물결 같은 잔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럴 리 없다는 마음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가 있는지 부정의 단계에서 깊고 긴 애도의 시간을 거쳐 그저 이 현실을 견디고 추억하며 나 또한 소멸될 때까지를 기다리며.
작년 초, 연달아 있었던 집안의 모든 어른들의 장례를 마무리하며 혼자 중얼거리던 어머니의 말씀이 기억이 난다.
이제 내가 할 도리와 일을 모두 끝마쳐냈노라고.
그 말을 들은 나는 내 검은 구두의 끝은 그저 마냥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이제 다음은 우리의 몫. 그 언젠가 먼 훗날이지만 반드시 다가올 다음 세대로의 교체에서
그 짐을 지고 일어서야 하는 것이 나와 오빠의 무게임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잘 견뎌낼 수 있을까. 모든 추억과 슬픔, 감정들을 뒤로 누르고 자녀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며 ‘어른답게’ 부모님의 마지막을 잘 정리할 수 있을까.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나면 더 이상 새로운 사람들이 내 인생에 들어오기보다는
내가 알고 지낸 나의 사람들이 점점 줄어가는 것을 보게 되겠지.
그렇게 점점 ‘나’만 남게 되고 그런 나 역시 언젠간 필연적인 소멸 일로로 발을 내딛게 되겠지.
죽음이란 이번 생애에서의 연이 다했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에, 다시는 볼 수 없는 이들의 존재를 일상 속에서 느끼며 또 한 번 눈물을 삼키고 기도해 본다.
숨이 멎은 뒤에 생에서 내 곁을 지켜주었던,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 있어 다시 한번 포옹의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