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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씨일기 Dec 27. 2023

2023년 12월 27일: 홍차를 마실 수 있는 위장

매일 쓰는 짧은 글



한참 막 20대가 되었을 때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샷도 추가해서 꿀꺽꿀꺽 잘도 마셨지만, 어느 순간부터 커피는커녕 카페인이 조금만 들어도 두근대는 심장과 소화가 안 되는 위장의 콜라보로 감히 쳐다도 볼 수 없었다.


한국에 살면서 커피, 카페인을 마실 수 없다는 것! 그건 생각보다 많이 힘든 일이다. 평소에도 어디 카페 가서는 카페인이 적고 달지 않은 메뉴를 찾기란 꽤나 어렵다. 심지어 그냥 티백에 뜨거운 물을 넣어주는 음료는 또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싼지(단가가 제일 싸다는 걸 알고 있는데 말이다, 궁시렁궁시렁) 정 마땅치 않을 때는 눈물을 머금고 시켜야 하는 수준이다. 직장에서도 상사가 쏘는 커피 단체 주문에서도 눈치껏 아아를 시키지 못하고 딸기라테나 디카페인 음료를 따로 요구해 시켜 먹는 유별난 사람이 되기 일 수. 그때그때의 분위기에 따라 눈치껏 먹지도 못하는 아메리카노를 시켜 한 모금을 입 안에 가득 머금고 조오금씩 삼켜먹는 남모를 사회생활에도 익숙해졌던 어느 날.


12월에 있는 생일에 선물 받은 홍차를 일단 맛이라도 봐보자, 하고 큰맘 먹고 한 잔 우려내보았는데 어라, 생각보다 먹을 만했다. 심장도 안정적이고 소화도 잘 되는 것 같고. 오늘의 컨디션이 꽤나 괜찮은 것인지, 아니면 그동안 열심히 먹어온 양배추가 그 힘을 발휘한 것인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겠지마느 그동안 물, 술, 차(디카페인 티백 위주)만 마셔왔던 나의 일상에 조금씩 다시 카페인을 들여도 될 것 같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 들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기쁘다. 나의 세상이 다시 조금은 넓어진 것 같아서. 차의 세계도, 커피의 세계도 다시 진하게 한 발자국 들일 수 있을 것 같은 설렘을 홍차와 함께 선물로 받은 것 같은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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