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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씨일기 Jan 11. 2024

시험장 가는 길

매일 쓰는 짧은 글: 240111



잠들지 못하는 정신을 깨워 예정보다 일찍 일어나 시험장으로 향했다. 집에서 전철로 꽤 떨어진 곳이지만 그 시간마저도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활용해 본다. 어느새 꽤나 적어진 사람들 사이에서 반쯤은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리며 고개를 숙이고 마무리 암기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어두운 커튼을 거둔 듯 시야가 확 밝아졌다. 고개를 드니 전철이 어두운 터널을 지나 밝은 곳으로 나와 새하얀 세상이 반겨주고 있었다. 






새하얀 운무(雲霧)가 드리워진 하늘아래 새하얗게 물든 한강. 금방이라도 눈이 세차게 쏟아질 것만 같은 두툼한 이불을 덮은 듯한 하늘. 마치 그 유명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첫 문장 같은 풍경이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별것 아닌 일상 속에서도 이렇게 문학 세계에 빠져버린 것 같은 순간을 만끽할 수 있다니. 고개를 숙여 자기 할 일을 바삐 하던 사람들도 모두 고개를 들어 잠시잠깐의 여운을 즐겼다. 멍하니 눈앞의 풍경을 즐기다가 바쁘게 핸드폰을 꺼내 허둥지둥 찍어보는 사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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