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을 해보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
그저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명상이 당신의 머릿속에 어느 순간부터 자리잡았기를 기원한다.
나는 오로지 그것을 목표로 이렇게도, 저렇게도 글을 쓰고 있으니까.
명상에 대한 글을 읽는 것은, 어디까지나 명상에 대해 이해하고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며, '명상 마인드'를 만드는 것과 관련이 있다. 사실 명상은 명상 상태를 경험하는 것 이외에도, 명상과 관련한 자신의 모든 경험과 체험을 수집하고, 그 과정에서 체득하는 무형의 다양한 것들이 다 소중한 자산이 된다.
요즘처럼 정보 습득이 쉬운 세상에서는 어찌 보면 명상 마인드 보다 명상을 경험하는 순간이 더 중요할 지도 모른다.
오늘은 보다 쉽게, 편안하게, 일상 속에서 명상을 접하자는 측면에서 각 잡고 앉아 하는 명상이 아닌, 틈틈이 조금씩 맛볼 수 있는 명상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한다.
명상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가 있다면, 사실 명상을 '하는 것' 자체는 정말 쉽다. 잊지 말자, 명상은 우리가 하는 '정신 활동'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여러분이 조금만 깊이 생각하고, 그 생각을 바탕으로 행동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명상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여러분은 그저 그런 상태/행위에 '명상'이라는 이름표를 사전에 붙이기만 하면 된다.
그래도 그냥 무작정 '해보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안내자로써 너무 준비가 안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니, 한 가지 예를 살펴보면서 '그냥 명상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감을 잡아 보자. 실제로도 어렵지 않게 해볼 수 있는 것이니 한번 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노라면, (서울 기준) 보통 5분에서 10분정도의 시간이 주어진다. 물론 인천,경기권 버스는 15분이 기본이고, 지방이라면 그 기다림의 시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 필요한 시간은 최소 5분 정도면 충분하고, 어차피 버스를 기다리며 우리가 하는 것이라곤 유튜브를 보는 것이나 음악 듣는 것, 혹은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지각할 나를 탓하는 것 정도이니, 여러분이 어디에 살든 버스 정류장에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그 때 명상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 하는 명상은 방식이 어떻듯, 결국은 알아차림 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버스 정류장에서의 명상은, 버스 정류장에 있는 다양한 것들을 관찰하고 알아차리는 것을 의미한다. 알아차림의 원리는, 개인이 가진 주의력을 잘 조절하는 것이다. 주의를 잘 조절한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1, 스스로 의도를 가진다.
2. 내가 지각하려고 하는 것을 지각한다.
3. 그러면서 내가 지각하지 않으려는 것은 지각하지 않는다.
4. 3을 하기 위해, 지각의 대상을 전환하거나, 2에서 지각한 것의 기간을 유지시킨다
등등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알아차림의 대상을 (더 관찰하기 쉬운) 나의 외부 대상에서 시작하고, 점차 익숙해지면서, 나와 가까운 정보들(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이나 감정까지)도 관찰하고 알아차리면서 여러분의 정보처리 능력은 무르익게 되고, 점점 명상에 익숙한 사람이 돼 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버스 정류장에서 관찰할 수 있는 대상들은 무엇이 있을까? 도착시간 안내판, 앉을 수 있는 의자, 노선표와 같은 것들은 버스 정류장 어디에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매일 가던 정류장이지만,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정류장을 구성하는 대상들이 무엇인지 의도적으로 관찰한 적은 잘 없을 것이다. 버스를 놓치지 않고 바로 타면 장땡인 것이고, 내가 타는 노선이 아니라면 노선도가 있든 없든 나와는 상관이 없다는 정도가 여러분이 정류장에서 하는 생각들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특정한 정류장(내 집앞 정류장, 회사 앞 정류장, 친구네 집 앞 정류장)을 각각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차이점이나 공통점을 비교하는 일이나, 더 나아가서 눈을 감고 특정 정류장을 떠올렸을 때 실물에 가깝게 정류장을 떠올리는 일은 모두 여러분의 주의 조절 능력을 향상시키기 때문에 명상 훈련으로 라벨링할 수 있다. 버스 정류장에서 가부좌를 틀거나, 들숨과 날숨을 열심히 쉬며 남들의 이목을 집중시켜야만 명상을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나 외부 대상을 관찰하는 것(open monitoring)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눈을 감고 버스 정류장의 광경을 기억해 떠올리는 것(focused attention)은 하려고 해도 당장은 잘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기억이 잘 안나면 내일 다시 버스 정류장에 가서 다시 해보면 그만이다. 성공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닌, 그것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초심자 단계에서는 훌륭한 주의력 훈련이자 기억력 훈련이 되는 것이고, 이 훈련을 통해 경험치가 쌓여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좌선' 같은 것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해 봐야 되지도 않는다(근력운동을 한번도 안 해본 사람이 100kg 바벨을 들겠다고 낑낑거리는 것이 운동이 아니듯 말이다). 지금 단계에서여러분은 무엇이든 의도적으로 관찰하는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이미 명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버스를 타고 나서도 여러분의 훈련은 계속될 수 있다. 여러분이 탄 버스에 있는 사람들을 지각하는 훈련이다. 기점에서 첫차를 탔기 때문에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그건 거짓말이다. 기사님이 없는 버스가 어디 있나? 기사님 뒷통수에 앉아서, 기사님의 하루에 대해 (마치 셜록홈즈가 추리를 하듯) 관찰해 볼 수도 있고, 여의치 않으면 기사님의 행동을 바탕으로 기사님의 기분 상태 등을 유추해볼 수도 있다.
물론 특정한 사람을 빤히 쳐다보는 것은 실례되고 사회적으로 문제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물건마냥 하염없이 볼 수는 없다는 것을 노파심에 한번 더 강조한다. 일단, 사람을 쳐다보지 않고도 '지각'하는 것은 가능하다. 상대방이 나와 얼만큼 떨어져서 서 있는지, 그 사람이 약속시간에 늦어 서두르는지 아니면 여유있게 버스를 기다리는지를 관찰할 수도 있다. 갑자기 포근해진 날씨에 어울리지 않게 롱패딩을 입은 사람은 혹시 오랜만에 바깥에 나오면서 날씨감각 업데이트가 덜된 것은 아닐지 생각해볼 수도 있다. 그 사람과 나 사이에 떠다니는 수많은 정보들을 내가 캐치해서 내 나름대로 처리해 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절대 잊어서는 안될 중요한 것은 이러한 추리, 유추, 관찰 행위는 정답을 맞추는 행위가 아니라, '나'를 중심으로 내 주변의 대상을 탐구하는 행위라는 점이다. 만약 당신이 탐정이고, 수사중인 경찰이라면 이른바 '팩트'에 집착하는 것이 필요할 지 모른다. 혹은 경찰 지망생이라면(사실 필요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런 추리 훈련을 버스에서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명상을 연습하는 사람들이고, 명상 훈련을 하는 사람들이다. 여기에는 답이 없고, 대상도 굳이 필요하지 않으며, 그저 여러분의 시도만이 의미있을 뿐이다.
초심자의 명상 훈련에서 중요한 것은 나를 둘러싼 대상의 정보를 내가 의도를 가지고 지각, 탐색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기사님이 실제로 어떤 기분인지, 내 주변 사람이 와이셔츠를 입고 있는지 티셔츠를 입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냥 내가 그것을 지각하기 위해 생각한다는 것, 버스에 탄 다른 사람들은 지각하는 행위를 알아차린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을 뚫어져라 무례하게 볼 필요도 없고, 더 나아가 사실은 다른 사람들을 관찰할 필요 자체도 없을 수 있는 것이다.
방금 정말 중요한 얘기를 했는데, 아마도 다들 잘 캐치하셨으리라 생각한다. 명상 훈련에서 '어떤 대상의 여부'는 필수적인 것이 아니다. 나중 단계에는 오히려 대상에 집착하는 방식을 버리는 것이 훈련의 미션이 될 것이다. 버스 정류장 명상훈련의 본질은 특정 대상을 정확히 관찰하는 것이 아니다. 엄밀히 말해 관찰과 정보 처리의 수준이 올라가면서 그 관찰의 대상은 점차 나와 가까운, 나의 내면으로 수렴되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상이 없는 것, 추상적인 것을 사고하는 것을 어려워하기 때문에 익숙해질 때 까지 외부의 대상을 관찰하는 일종의 연습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예시의 핵심이 '꼭 버스정류장에서 명상을 하세요'가 아니라는 것을 독자 여러분들은 잘 캐치하셨을 것이다. 명상 훈련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맥락에 대한 이해다. 하나의 문장이 어떤 단계에서는 이런 의미고, 다른 단계에서는 저런 의미인 것들이 명상 관련 개념에서는 정말 너무 많다. 그래서 맥락에 대한 이해나 입체적 분석이 없이 문자 그대로 '납작하게' 명상을 이해하는 순간 명상의 본질에 다가갈 수 없게 된다. 초심자에게는 특히 명상 훈련 과정에서 본질을 오도하는 문제가 흔히 발생할 수 있다. 그 때마다, 내가 지금 하는 행위와 사고가 명상의 어떤 본질과 맞닿아있는지 항상 잊지 말고 복기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며, 이렇게 본질을 잊지 않는 것이 명상의 방법 하나, 순간의 경험 하나에 집착하여 이상한 결론에 닿지 않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을 언급하고 싶다.
여러분이 무엇을 하고 있든, 의식적으로 주의를 유지하고 있기만 하다면, 설거지를 하면서 명상 훈련을 할 수도 있고, 샤워를 하면서 할 수도 있고, 여타의 다른 취미활동을 하면서, 심지어 상사/부모님/친구 에게 한소리 들으면서도 여러분은 명상을 할 수 있다. 초심자 단계에서는 그 경지가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 감각이 무엇인지만 얻게 되면면 이론적으로는 24시간 내내 명상 훈련을 할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그냥 어디서든 명상을 하라' 라는 문장이 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무턱대고 내 신체조건이 아무 준비가 안되어 있는데 눈만 감고 심호흡만 한다고 해서 어디서든 명상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본질과 원리를 바탕으로, 잘 짜여진 구조 속에서 순차적으로 그때그때 방식을 바꿔가며 훈련을 하다 보면, 어느날부터는 명상에서 얻게 된 관점을 바탕으로 나에게 주어진 어려운 일들을 척척 해내면서 나의 본질까지 탐구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하면 되는지 (=스스로를 어떤 상태에 놓으면 되는지)아는 것이 선행되야 한다. 그 후 부터는 장소는 전혀 구애받지 않는다고 더 명확하게 전체 맥락을 알고 명상을 하자는 것이 초심자 여러분에게 꼭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이다.
너무 긴 글은 오히려 내용 전달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아, 기존에 작성해 놓은 내용은 따로 재구성하여 재업로드 하고자 한다. 나를 둘러싼 것이면 무엇이든 의식적으로 관찰해 보시기 바란다. 그것이 여러분의 명상 경험의 첫 시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