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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Han Aug 22. 2021

당근마켓 2.0, <동네생활 서비스>를 분석한다(1)

여태까지 당근마켓이 이뤄낸 쾌거, 당근마켓에게는 이제 시작이다(아마도?)

본 내용은 2021년 봄 <UX 기획의 이해>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당근마켓은 2018년 1월, 지역기반 중고거래 플랫폼 서비스를 후발주자의 위치에서 전국 단위로 시작했다. 4년차인 현재,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의 중고거래 서비스들을 제치고 1위의 자리에 위치해 있다. 



'중고나라'는 현재 시장 가치가 약 20조로 추정되는 중고거래 시장을 이끌어낸 서비스로, 이른바 1세대 중고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2003년 네이버 까페로 시작된 중고나라의 이전에도 이베이, 혹은 옥션 등과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은 존재했지만, 그 때까지 중고 거래는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경험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당시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중고거래의 장점을 어필하던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왜 굳이 중고를..?' 이라고 반응했었고, 심하게는 '나는 중고 알러지가 있어서 중고는 못 써..' 라는 말도 들었던 기억이 있다.

중고 알러지.. 그런 것이 있다면 저는 이미 쇼크사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마치 인터넷 쇼핑을 하듯이 중고 물품을 웹에서 손쉽게 검색하고 다양한 결제 방식을 이용해 배송 방식까지 선택할 수 있는 시대에 이르렀고, 이러한 중고거래의 대중화는 '중고나라'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중고나라는 웹의 시대에서 앱의 시대로의 세대 전환을 맞이하며 서비스 1위의 자리를 내줄 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점점 컴퓨터보다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고, 중고나라는 웹 기반의 ‘네이버 까페’를 바탕으로 구축되었기에 중고거래 시스템이 활성화되면서 불거지기 시작한 다양한 문제들을 선도업체로서 해결해야 하는 미션에 더해 새로운 디바이스로 자리매김한 스마트폰에서의 사용자 경험까지도 설계해야 했다. 


하지만 단순히 '중고나라 앱'을 론칭하는 것으로 해결할 만한 쉬운 일이 아니었는지, 중고나라 앱은 중고나라 까페의 후계자가 되지 못했고, 오히려 중고나라의 앱 버전으로 사람들은 '번개장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번개장터는 중고거래와 모바일 서비스 경험이 결합하면서 유저들이 원하는 ‘신속성’이라는 니즈를 정확히 캐치했다. 번개장터는 텍스트 기반이 아닌 이미지 기반으로 신속하게 원하는 물건을 검색하고, 판매자에게 앱 내 메신저 서비스를 이용해 신속하게 연락이 닿을 수 있게 만들었으며, 허위매물 및 사기 물건 필터링을 통해 앱에 더 적게 머물고도 원하는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러한 신속성은 앱 초기 국내에 불고 있던 핀테크 열품과 맞물려 현재 번개장터의 메인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번개페이’ 서비스의 성공적인 안착을 이끌어냈다. 물론 이러한 앱내 결제 시스템은 이미 안전거래라는 이름으로 중고나라 까페 시절부터 운영하고 있던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중고나라의 안전거래는 '판매자는 제때 돈을 받지 못하고, 구매자는 판매자가 거부하니 요청할 수 없는' 부정적인 인식이 박혀 사용자의 호응을 얻어내지 못한 반면, 번개장터는 기존의 다른 서비스에서 앱내 결제 모델을 경험한 사용자들에게 많은 설명 없이 번개페이를 쉽고 빠르고 편한 결제 시스템으로 각인시킬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번개장터는 이전 세대 중고 플랫폼인 중고나라와 비교해 약 3배 많은 MAU를 이끌어냈다. 2세대 중고거래 서비스의 키워드는 '페이'였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중고 ‘거래’, ‘구매’만을 키워드로 해서는 3세대 중고 거래 서비스의 흐름을 설명할 수 없다.
2세대 중고 플랫폼인 번개장터와 3세대 중고 플랫폼인 당근마켓의 2020년 기준 MAU는 603만 명으로 그 차이는 4.3배에 이른다. 당근마켓은 물품들을 그다지 잘 큐레이션하지도 못하고(남성 상의,하의,아우터,신발,기타 악세사리를 당근에서는 '남성패션/잡화'로 뭉뚱그려 제공하고 있다), 멋진 페이 시스템을 지원하지도 않는다(아직까지는). 

오히려 사용자를 기준으로 일정 범위를 벗어난 물건은 조회조차 되지 않아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팔지 않는 물건은 구매할 방법이 없는, 사용자의 자유를 제한하는 불편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예전에 좋아하는 뮤지션의 LP를 중고로 구하려고 시도했던 적이 있다. 노클레임 노리턴 선입금 택배도 기꺼웠던 그 때, 당근마켓(웹)에서 원하는 물건이 심지어 원하는 가격에 올라온 것을 봤지만, 나와 다른 동네에 올라온 판매글이라 아무리 해도 그 판매자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었던 적이 있다. 차라리 그 판매글이 내 눈에 보이지나 않았으면 그렇게까지 속이 쓰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결국 나는 아직까지 그 LP를 사지 못했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다른 동네 물건을 사고 싶어하나 보다

전국구를 모두 커버하는 중고 플랫폼에 비하면 있는 물건도 보여주지 않는 당근마켓은 중고 구매자, 판매자 모두의 외면을 받아 마땅한 것 아닐까? 하지만 수치는 전혀 다르게 이야기하고 있다. 당근마켓은 다른 중고 플랫폼에 비해 압도적인 사용자 수(현재 MAU는 1400만이다)를 보이고 있다. 대체 왜일까?


나는 당근마켓의 ‘그릇의 크기’가 다른 것에서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맡을 수 없는 향기를 느낀다. 당근마켓은 ‘중고거래에서 시작하지만 지역커뮤니티 및 정보 서비스를 지향’하며, ‘동네 이웃 간의 연결을 도와 따뜻하고 활발한 교류가 있는 지역사회를 꿈꾸고’ 있는, 훨씬 더 큰 스케일을 갖고 있는 서비스이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당근마켓이라는 서비스를 (내가 위에서 썼던 것 처럼) 중고 거래 서비스라고만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아직 당근마켓이 의도적으로 거기까지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거래 서비스로서의 당근마켓은 굳이 이름 붙이자면 <당근마켓 1.0>이라고 할 수 있다. 당근마켓은 중고거래 서비스들간의 전쟁에서 승리를 쟁취하고, 동네 네트워크의 활성화를 위한 <당근마켓 2.0>를 준비하고 있다.


나는 3세대 중고거래 서비스의 핵심을 '(중고거래의)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선 중고거래 서비스 간의 경쟁은 '중고 물품을 거래'하는 과정을 더 쉽고 편하게, 빠르게 하기 위한 솔루션을 개발해내는 것이 중요했고, 그 결과 많은 솔루션이 개발되고 대중화되었다. 이제 더 이상 소비자들은 중고거래를 어색하지 않아 한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중고거래 서비스의 플레이어들은 '왜 중고물품을 거래하는가?', '중고물품을 거래한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가?' 와 같은, 이전에 고민하지 않았던 것들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를 맞닥뜨리게 되었다. '중고거래가 대체 뭘까?'에 대한 답을 사용자들에게 새롭게 제안하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설득해내는 것이 3세대 중고거래 서비스의 주된 싸움의 주제가 될 것이라고 볼 때, 당근마켓은 과연 앞으로의 싸움을 잘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다음 이야기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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