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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Han Aug 22. 2021

당근마켓 2.0, <동네생활 서비스>를 분석한다(2)

당근마켓 분석의 UX적 당위성

본 내용은 2021년 봄 <UX 기획의 이해>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나는 당근마켓이 앞으로 '중고 거래의 경험을 재구성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당근마켓의 사업 진행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좀더 멋있고 거창하게 말한다면, '중고 거래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정도로 패러프레이징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앞선 글에서 중고 거래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격돌을 '3세대'로 정의하고, 3세대 중고거래 서비스를 준비하는 당근마켓 서비스를 '당근마켓 2.0'이라고 이름붙인 바 있다. 그 근거로 나는 당근마켓에서 최근 제공하고 있는 '동네생활 서비스'를 중심에 두고자 한다.

왜 당근마켓은 이 중요한 시기에 '중고거래 시스템 고도화'가 아닌 '동네생활 서비스'를 다음 스텝으로 사용자들에게 선보였을까?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하물며 모든 의사결정이 크리티컬할 수 밖에 없는 스타트업에게는!


당근마켓의 당근은 ‘강한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강한 채소’가 아니라, ‘당신의 근처’를 줄여쓴 말이다.
당근마켓의 방향성은 중고거래보다는 지역 커뮤니티에 가깝다. 당근마켓이 중고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지역 커뮤니티를 위해 필요한 ‘사람’을 모으기 위해 중고거래라는 특성이 적합했기 때문인 것이지, 중고거래를 더 쉽고 빠르고 편리하게 제공하기 위해서가 아닐 것이다. 이것이 앞선 글에서 표현한 ‘그릇의 크기’이자, 번개장터,중고나라와 같은 이전 세대 중고거래 서비스와 당근마켓의 근본적인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가 다르다는 것이다

<당근마켓 2.0>이란, (내가 지어낸 말이지만)당근마켓이 지역 간의 연결을 돕는 서비스가 되기 위해 거쳐야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중고거래의 경험을 재구성한다는 것은, 중고거래라는 이벤트들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즉 '경험'과 '디자인'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깊게 고려해보는 것이 당근마켓 2.0을 위한 중요하달 수 있는데, 마침(이 수업의 교재라서 그런 것은 단지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그 두 가지 키워드를 모두 아우르는 '경험 디자인' 이라는 책이 이미 세상에 나와 있다!


이 책을 쓰신 김진우 교수님에 따르면, 경험 디자인은 혁신적인 경험의 결과를 예측하고, 불확실한 상황을 설명하고 예측하기 위한 전략적 방법론을 제공하며, 서비스 사용자의 행동을 근거로 서비스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당근마켓이 지향하는 ‘지역 간의 연결을 돕는 서비스’는 생각보다 불확실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를 바탕으로 한다. 얼핏 생각해보면 이미 많은 곳에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는 이름으로)서비스되고 있는 진부한 콘셉트라고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기존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먼 곳에 있어 닿지 않는 사람들을 어떻게 연결할까’라는 이슈로부터 출발하여 디자인되었고, 당근마켓은 먼 곳이 아닌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연결을 돕고자 한다는 점에서 SNS와 기본적으로 고민의 방향이 다르다고 할수 있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 간의 연결을 IT 플랫폼에서 돕는 서비스’로 무엇이 있을까? 자문자답 하자면 나는 벼룩시장 정도만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벼룩시장은 예전에 내가 알았던 벼룩시장과 많이 달랐다..


만약 당근마켓이 그저 기존의 중고거래 플랫폼을 개량하여 그 사이에서의 비교우위를 갖는 것이 목적이라면 당근마켓은 경험 디자인이 그렇게 필요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중고거래 서비스를 고도화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당근페이를 우선 업데이트한다거나, 하다못해 남성패션/잡화 카테고리라도 재구성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근마켓은 뜬금없이 중고거래와는 전혀 상관없는 '온라인 동네 게시판' 같은 것을 만들어서 메인 탭의 5가지 요소 중 하나에 위치시켰다. 이는 다른 중고거래 서비스가 가지 않은 길을 가고자 한다는 당근마켓의 메시지로 읽혀질 수 밖에 없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 만큼 불확실한 상황은 없을 것이다. 실패에는 너무 가혹한 비판이 따라붙고, 성공 하더라도 사람들은 성공의 원인을 전략이 아닌 행운에서 찾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서비스 운영 및 기획 과정에서 시의적절한 판단 및 의사결정을 돕는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는데, 이러한 의사결정의 나침반이 되어주는 것이 바로 경험 디자인이 될 수 있다(고 책은 설명한다). 

교수님 잘 지내시죠? 혹시 최근 책 판매부수가 늘지는 않으셨는지..


당근마켓에게 필요한 데이터는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도록 만들 때’ 당면하는 이슈지만,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관련 데이터는 ‘서로 멀리 있는 사람들이 만나고자 했을 때’ 당면하는 이슈와 솔루션이다. 이 두 이슈가 얼마나 다른지는 사람들이 옆집, 윗집 이웃과 만나지 않는 이유와 동창을 만나지 못하는 이유가 다른 것을 생각해보면 금방 와닿을 것이다. 그렇다고 전혀 연고 없는 사람들이 지역을 초월해 커뮤니케이션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서비스를 동네생활의 레퍼런스로 쓴다면 '이웃 간의 연결'이라는 당근마켓의 지향점이 퇴색될 여지도 높아질 것이다.


새로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행동을 어떻게 조작하고 유도할 것인가?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려울 수 있지만, 사실 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에게 물어보거나 사용자의 행동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을 물어볼 지, 어떤 행동을 확인할 지 판단하기 위해 경험 디자인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당근마켓 2.0의 방향성을 제시해 줄 경험 디자인은 서비스의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이제 서론은 이쯤으로 그만하고 동네생활 탭을 실제로 들여다보도록 하자.


다음 이야기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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