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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Han Aug 24. 2021

당근마켓 2.0, <동네생활 서비스>를 분석한다(3)

동네생활 탭의 짧은 역사

본 내용은 2021년 봄 <UX 기획의 이해>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혹시 앞선 글을 보지 않으셨다면!)


들어가며

최근 당근마켓은 앱 내에서 기본적으로 서비스하던 중고거래 시스템에 더해 동네생활 시스템을 추가적으로 론칭했다. 동네 생활은 타임라인 형식으로 이뤄져 있고, 유저가 글을 쓰면 댓글을 달거나 리액션(좋아요,하트,이모티콘 등)을 남길 수 있다. 

마치 SNS의 타임라인 UI를 그대로 가져다 놓은 것 같은 모양이다.

대부분 중고거래를 생각하고 당근마켓을 사용하는 유저의 입장에서, 동네생활 탭은 중고거래와 연결지점이 전혀 없는 하나의 독립된 신규 기능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기능의 지원은 특히 플랫폼 BM에서 매우 매력적인 기능이지만, 중고거래 서비스에게 있어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뭐라도 있으면 좋은 것 아니겠어?'라는 마인드로 추가한다는 것은 스타트업에서 유명한 린 방법론이나 MVP(최소 기능 제품) 개념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고, 실제로 이제 사용자들은 중고거래 앱은 중고거래 앱으로, SNS 앱은 SNS 앱으로 따로따로 쓰는 것에 익숙해 있으며 '올인원'에 대한 환상을 버린 지 오래다. 

이럴 경우 신규 기능은 서비스 내에서 생뚱맞은 것으로 받아들여져 사용자들이 외면하거나, 스팸 및 광고게시글과 같은 오용 케이스의 증가로 불필요한 로드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수많은 신생 서비스에서 실패로 이어진 전례가 있다. 하지만 약 1년여가 지난 현재 당근마켓의 동네생활 탭은 성공적으로 활성화되어 사용자 사이에 위화감 없이 안착했다. 다른 중고거래 앱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방문자수(당근마켓은 이를 침투율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의 비결은 어쩌면 동네생활 탭의 새로운 글을 유저들이 계속해서 확인하는 데서 발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동네생활 탭은 성공적으로 당근마켓에 섞일 수 있었을까? 그 변화의 시작은 2020년 겨울의 붕어빵과 2021년 벚꽃 이벤트, 그리고 이를 위해 당근마켓이 준비한 세심한 경험 디자인에서 피어났다고 할 수 있겠다.


1. 동네생활 탭의 등장


지금은 동네생활 탭에 다양한 관심주제에 대한 카테고리가 구성되어 있지만, 초기 동네생활 탭을 사용할 때는 이러한 카테고리가 크게 의미가 없었다. 유저들의 이용도 이 때까지는 소극적이었으며, 이 때 사용자들의 이용 패턴은 동네 정보를 게시하는 형식이 주를 이뤘다. 어떤 사람이 알고 있는 정보를 전시하면(예 : 칼 갈아주는 할아버지가 동네에 오셨네요. 칼 가실 분들은 오늘 나가보세요), 다른 사람이 정보를 확인하고(오 마침 칼이 무뎌서 필요했는데!)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으로, 사람들 간의 유의미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러한 첫 번째 패턴이 충분히 많이 생기기 위해서 필요한 사용자들의 동기(내가 굳이 내 품을 들여서 글을 올릴 이유가 뭐지?)는 주로 호의에 기반한다고 볼 수 있는데, 당근마켓이 주는 따뜻한 톤 앤 매너가 사용자들로 하여금 이러한 동기를 적절하게 자극했는지 몰라도 동네생활 탭의 첫 번째 활성화는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2. 두 번째 정보 교환 유형


그 다음 발생하는 정보 유형은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달랐는데, 이를 대표하는 카테고리가 바로 '분실/실종센터' 카테고리다. 예를 들면, <불광천에서 에어팟 프로를 주웠어요, 잃어버리신 분은 케이스에 뭐라고 써있는지 당근챗 부탁드려요> 라든지, <ㅇㅇ동에서 고양이가 탈출했대요, 혹시 근처에서 비슷한 아이 보시면 댓글 부탁드려요, 고양이는 이동 동선이 넓어서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와 같은 게시물이다. 이런 유형의 게시물 또한 여전히 호의에 기반해 작성된다는 점은 첫 번째 유형과 동일하다. 고양이를 찾아주면 주는 현상금이나, 에어팟프로를 찾아줬을 때의 사례금을 위해 글을 쓴다기 보다 안쓰러운 마음에 도움이 되고 싶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하지만 첫 번째 유형의 게시물과 두 번째 유형의 게시물의 차이점은,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에어팟 프로를 잃어버린 사람은 채팅을 보낼 것이고, 주인을 찾고 나면 글을 올린 사람은 후기를 올리는 식이다. 혹은 안쓰러운 고양이를 위해 '슬퍼요' 리액션을 누르거나, 찾기를 기원하는 댓글을 제 3자가 올릴 수도 있는 것이다. 

모두 다 누군가가 애타게 찾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런 사용자들의 행동 패턴의 발생에 있어서, 아직까지는 당근마켓이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당근마켓에서는 신규 기능을 알리고 홍보하기 위해 지속적인 푸시 및 팝업 알림을 보내기는 했지만, 이 시기 동네생활 탭의 존재를 인지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은 얼리어답터 집단에 해당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동네생활 탭에서 발생한 <겨울간식 이벤트>는 당근마켓의 적극적인 관여의 시작으로 보기에 충분했다.


3. 동네생활 탭의 활성화


이 이벤트가 있기 전 ‘가슴속3천원’이라는 앱이 인기를 끈 것을 먼저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가슴속3천원 앱은 길가 노점에서 판매하는 붕어빵의 위치를 안내해주는 앱으로, 요즘 사람들이 현금을 잘 들고 다니지 않아 붕어빵 구매를 위해 3000원을 따로 들고 다닌다는 '썰'에서 유래된, 붕어빵의 위치를 알려주는 단순한 앱(기능이 단순하다는 뜻이지 절대 만들기 쉽다거나 하다는 얘기는 아니다!)이었다. 

보통 이런 간식들은 작은 포장마차(붕어빵,계란빵)나 트럭(타꼬야끼)의 형태로 장사를 하는데, 출몰(?)하는 장소가 그때그때 다르고, 막상 찾아서 사 먹으려고 하면 잘 보이지 않는 법칙(?)이 있었다. 그래서 특히 타코야끼 트럭의 위치를 물어보는 글이 동네생활 탭에도 많이 올라온 바 있었고, 이 때쯤 시의적절하게도 '가슴속3천원'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겨울 간식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당근마켓의 입장에서는 '동네간식에 대한 정보를 동네생활 탭에 올려달라'는 이벤트를 시작하는 것이 동네생활 탭의 취지에도 적절한 형태의 정보인데다, 사용자들의 활발한 정보 교류를 이끌어낼 수 있고, 이벤트가 종료된 후에도 유도된 사용자 행동이 커뮤니케이션의 지속을 유도하기에 좋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 이벤트를 실행할 절호의 기회였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겨울간식 이벤트>는 보다 더 적극적인 UI(정기적 푸시알림)를 바탕으로 마케팅이 진행됐고,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이 붕어빵, 떡볶이, 군고구마 등에 대해 :
(1) 자신의 꿀팁을 업로드하고(ㅇㅇ역 앞 유명한 떡볶이 집이 있어요, 여기만 3년째 가요),
(2) 공감하는 내용의 댓글을 달며(저도 여기 갔는데 진짜 맛있었어요),
(3) (1)과 (2)를 토대로 한 새로운 글이 업로드되는(당근분들이 알려주신 떡볶이집에 갔는데 역시 맛있네요. 당근 감사해요) 선순환구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 법, 당근마켓은 겨울간식 이벤트로 제법 재미를 보았는지 벚꽃 시즌에 맞춰서 ‘동네사진전’ 카테고리를 활성화시킨다. 코로나 시기로 인해 2년째 벚꽃구경을 갈 수 없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수많은 사용자들이 자신의 동네에서 찍은 벚꽃 사진을 자랑하듯 올렸고 이는 동네생활 탭의 타임라인의 양적인 증대로 이어졌다. 양적인 증대는 정보 중심으로 동네생활 탭을 이용하던 특정 유저층의 불편함을 야기하기도 했지만, 이미 많은 사용자들의 동네생활 탭을 사용하는 데 익숙해지면서 이러한 불편함이 동네생활 탭의 비활성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나는 당근마켓 내부에 발생한 세 번째 유형의 패턴이 동네간식과 벚꽃사진전을 기점으로 발생했다고 본다. 세 번째 유형의 특징은 특정한 목적 없이 습관적으로 앱에 접속하여 동네생활의 게시물들을 확인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앞선 유형에 비해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목적성이 상대적으로 얕다는 특징을 가지는데, 쉽게 말하면 필요를 먼저 생각하고 앱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앱에 들어가서 앱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필요가 발생하는 것이다. 별 생각 없이 동네생활 탭에 들어가서 올라와 있는 글을 읽다가, 좋아요를 누르거나, 필요하면 댓글을 달고, 몇 분 뒤 글을 다 읽으면 화면을 스와이프해 새로고침해서 새로 올라온 글이 있는지 확인하다 보면 30분에서 1시간이 훌쩍 지나는 것이다. 영락없이 내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사용하면서 하는 행동이다. 

Photo by Eddy Billard on Unsplash


마치며

이렇게 '동네생활 탭의 역사'를 정보와 경험의 측면에서 정리해 보았다. 어디까지나 내가 당근마켓을 사용하고 경험한 시각을 바탕으로 작성했다는 점에서 팩트라기 보다는 일종의 스토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물론 나는 내 가설이 맞는지 항상 궁금하다!), <경험 디자인>책에 내 스토리를 뒷받침할 만한 챕터가 있었는데, 바로 '상호작용성' 에 대한 것이다. 


당근마켓의 상호작용성 분석에 대한 얘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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