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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Han Jan 22. 2022

6.명상 '어떻게' 하는가 (1)

육하원칙으로 이해하는 명상 마지막!


들어가며


나는 항상 궁금하다. 다들 명상을 어떻게 하고 계실까. 내가 살면서 한 수많은 경험과 체험 중, 내가 명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실제로 명상에 해당하기는 할까? 내가 그것들을 설명했을 때 그것을 들은 남이 하는 경험과 체험은 나와 같은 경험, 체험일까? 다른 사람들이 명상을 하며 생각하는 경험, 체험이 나의 경험과 동일한 것이기는 할까? 


이러한 고민이 해결되지 않는 한 명상을 하는 방법, 방식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이유에서 '어떻게' 파트를 쉽사리 써내려가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본 결과, 위의 질문들이 애초에 해결될 수 있는 성격의 질문들도 아닌데다, 저것을 핑계로 무한정 글쓰기를 멈추는 것도 답이 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의 생각들을 바탕으로, 내가 '명상이라고 생각하는 것' 을 어떤 방식으로 수행하는지 일상적인 언어로 정리해 써보기로 했다.


 


명상 상태, 명상 마인드, 명상 훈련


명상이라는 개념이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와닿지 못하는 큰 이유는, 인간의 어떤 정신활동도 명상이라는 개념에 포함할 수 있을 정도로 명상이 광범위한 개념인 탓이라고 생각한다. 이것도 명상이고, 저것도 명상이라면, 사실상 명상이 가지는 정보적 가치는 사실상 없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수천년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방식으로 행했던 그 모든 정신활동을 명상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어버린 결과, 명상은 쉬는 것이면서 쉬지 않는 것이고, 종교적이면서 종교를 초월하며,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에서 궁극의 진리까지 포괄하는 이른바 '모든 것' 이 되어버렸다. 처음 명상의 정의를 이런 식으로 접하면 그 사람에게 명상은 '아무것도 아닌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는 명상을 한 데 묶어 얘기하기 보다는, 요소 별로 나눠서 설명하는 것을 좋아한다. 실제로 나에게 명상이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느껴졌던 때, 명상을 명상 훈련, 명상 상태, 명상 마인드의 3가지 요소로 나눠서 명상을 이해한 결과 막힌 속이 뚫렸었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명상을 뭘 어떻게 하면 됩니까?'의 질문을 시원하게 해결해줄 답은 명상 훈련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명상 훈련은 2부에서 독자적으로 설명하기로 하고, 우선 1부에서는 명상 상태와 명상 마인드에 대해 기본적인 부분만 정리해 보겠다.



명상 상태

명상 상태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기존의 문헌에서 참나,선정, 삼매 등으로 다양하게 설명되는, 특정한 자리(zone)에 들어가 있는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개인이 이 상태에 도달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것도 없는 고요(무아, 무상, 공, 텅빔 등등으로 표현되는)를 경험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명상 상태'는 어떤 특별한 노력이 없이도 사람이라면 살아가면서 우연히 경험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상태를 '명상 상태'로 이름 붙이지 못하고, 별 것 아닌 꿈 같은 것으로 치부하거나, 완전히 다른 어떤 개념으로 치환해 버리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명상 상태를 몇 번 경험한 것은 명상을 '잘 하는' 것과는 별 관련이 없다. 명상을 오래 하고, 자주 하고, 잘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명상 상태'에 자신의 의지에 따라, 더 쉽고 편하게 도달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상태를 (제대로)경험한 것과 경험하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많은 문헌에서 이 명상 상태를 묘사하고 있는데, 이 상태를 경험(인식)하지 못하고 그 글들을 보면 다소 헷갈리고 이해가 잘 되지 않을 수 있지만, 한번 그 상태를 경험하고 나면 다양한 방식의 묘사가 공통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람마다 명상 상태에 들어가는 방법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그래서 평소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명상 상태에 들어가는 연습 및 훈련이 필요하며, 초심자는 명상 상태에 도달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 하나의 목표가 될 수 있다. 중급 및 고급 단계에서는 명상 상태에 들어가는 것은 기본이 되고,  명상 상태를 지속하면서 그 상태에서 '무엇을 하는가'의 여부가 목표가 될 수 있다.  

(이 그림과 유사한 시각적 표현들은 '명상 상태 1'를 근거로 한다고 이해하면 쉽다.)


그렇다면 요즘 유행하는 숲명상, 이완명상, 걷기명상, 독서를 하면서 하는 명상, 명상 가이드를 들으면서 하는 명상을 등을 경험할 때의 개인의 상태도 '명상 상태'에 해당하는 것일까? 보통 이런 경험들과 함께 얘기되는 것 들로는 스트레스 완화, 인지 및 정서 조절, 주의조절, 이완 등을 들 수 있다. 이 또한 명상 상태라고 할 수 있지만 위에서 말한 '명상 상태'와는 질적으로 다른 상태라고 봐야 한다. 


(요즘 명상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런 식으로 다르게 표현된다)

설명을 위해 명상 상태를 상태 1과 상태 2로 구분하도록 하겠다. 지금은 그 두 가지 상태가 구분될 수 있는 다른 상태이며, 두 상태를 섞어 이해하지만 말자는 정도만 인지하고 넘어가 보면 좋을 것 같다.

두 명상 상태를 제멋대로 섞어서 이해하면 이런 결과를 얻는다.


명상 상태와 관련된 생각들


명상 상태(1이든 2든 모두 다)는 비현실적인 초능력도 아니고, 비유적인 상상의 결과물도 아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명상 상태는 일반적인 인간 정신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상태이다(적어도 초심자 단계에서는 그렇게 접근해야 한다). 


인터넷으로 명상을 검색하면, 전생 체험, 유체이탈, 타심통, 우주와의 합일과 같은 비과학적 경험들을 명상 상태와 동일시하며 설명하는 내용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 관점을 바탕으로 단언컨대 '명상 상태'와 '비과학적 경험'은 분명히 구분지어서 얘기되어야 할 주제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두 개념과 관련된 나의 입장 몇가지를 간단히 정리해 보겠다.


(1). 초능력(돈을 끌어당긴다거나, 소원을 이뤄준다거나, 매력을 끌어주는 것 모두 포함이다)을 얻기 위해 명상을 하고싶은(또는 하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 또한 그 사람의 자유이고 그 사람이 생각하는 명상일 수는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정의하고 지향하는 명상과는 접점이 없으며, 따라서 내가 소개하는 내용의 일부를 차용하여 입맛에 맞게 변형해서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2). 비과학적 경험이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해, 나는 명상의 과정에서 충분히 지각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특정한 맥락에서 말이 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비과학적 경험들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 과학적으로도 설명할 수도 있지만, 내 설명이 꼭 맞는 설명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참이 아닐 수도 있다고도 생각한다. 비과학적 경험들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루고 싶지 않으며, 불가지(不可知)의 영역으로 남겨두고 싶다. 


(3). (1), 혹은 (2)를 명상의 주된 가치로 생각하거나, 위의 관점을 핵심으로 명상을 정의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으며, 이전부터 소통에 어려움을 많이 느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분들과는 명상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싶지는 않다.



명상 마인드


명상 마인드에 대해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명상과 관련된 근거들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명상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에서 명상의 효과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명상은 수천년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인 경험부터 특수한 경험을 포괄하는 행위 및 상태를 각자의 언어로 재구성해 만들어진 말도 안되게 광활한 개념이다. 그러다 보니 명상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수많은 낭설, 전설, 신화, 언어유희, 지금 세상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정보, 모종의 목적으로 이상하게 가공된 개념 등이 쌓여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21세기 현대인인 우리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정보들 중에서 버릴 것은 버리고, 건져낸 정보들을 현실적인 형태로 재가공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의 결과 개인이 갖고 있는 명상에 대한 정보, 그것을 바탕으로 형성된 관점을 '명상 마인드'라고 보면 된다. 


명상 마인드의 주관성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개인이 만든 명상 마인드 또한 스스로의 언어로 구성된 주관적인 것이라는 점이다. '명상' 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아무리 맞다고 생각하는 명상의 형식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꼭 정답이요 진리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그래서 내가 '어떻게' 파트를 쓰는 것을 주저했던 것이고, 지금도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생각하는 명상'임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명상 마인드를 다루는 우리의 최선의 입장은, 우리가 한 가지 색을 바라보며 각자의 머릿 속에도 모두 같은 하나의 색깔만을 떠올리기를 바라는 것이다.  빨간색에 해당하는 것들을 한데 모아놨다고 해도, 어디까지 빨간색인지 판단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몫이라는 것이다. 아래의 색깔 코드 하나 하나를 명상과 관련된 정보라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명상 마인드는 내가 봤을 때 빨간 색으로 인식되는 코드들의 집합이라고 할수 있다. 많은 사람들의 명상 마인드는(초록색 파레트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 이상) 대부분 비슷한 코드들의 집합으로 이뤄져 있을 것이다. 다만, 어떤 사람은 #FF9696을 분홍색이라고 여겨 집합에서 제외하고, 어떤 사람은 빨간색이라고 생각해 자신의 집합에 담았을 것이다. 각 개인이 생각하는 명상 마인드가 100% 동일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FFF0F0이 빨간색이 아닌 흰색으로 생각될지도 모른다


명상 마인드가 만들어지는 과정


자신이 경험한 명상 상태, 향후 설명할 명상 훈련의 과정에서 개인이 경험한 것들과 어우러져, 스스로가 생각하는 명상과 명상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자신만의 선'을 만드는 과정이 명상 마인드를 구성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명상 마인드를 상태 관점과 행위 관점의 두 차원으로 나눠 설명하면 이해가 쉬울 수 있다. 명상 마인드(선 긋기, 행위관점)와 관련된 '행위'로는 명상 관련 책을 읽거나, 모임에서 얻은 정보를 스스로 생각해보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런 각자만의 행위가 계속되다 보면, 자기가 특히 관심있는 명상의 파트가 생기게 된다. 누군가는 요가명상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고, 누군가는 우울감 개선에 집중할 수도 있으며, 어떤 사람은 기독교 및 카톨릭에서 명상의 깨달음과 맞닿는 지점을 탐구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각자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명상 마인드(그어진 선, 상태관점)가 생겨난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출발선에서 명상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자신만의 명상 스타일(정체성, 캐릭터라고도 할 수 있다)이 개발되는 것이다. 이 때가 되면 명상이 나의 삶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으로 자리잡으면서 삶의 모든 행위가 명상 마인드와 연결되는 행위(선 긋기, 행위관점)로 탈바꿈하게 된다. 


물론 명상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지점은 공통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킥보드를 타며 자전거 타기를 할 수 없고, 물 없이 수영을 할 수 없는 것 처럼 말이다. 



마치며


명상 상태, 명상 마인드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정말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건드려야 할 지 감이 오지 않을 정도이다. 하지만 초심자를 위한 가이드에 여태까지 정리한 모든 내용을 때려 넣는 것은 너무 과한 욕심이고, 오히려 초심자 분들께 혼란을 줄까 염려되어 최대한 간소화 해 정리했다.


'어떻게' 2부가 이 가이드북의 존재 이유이자 앞선 내용의 결집점이라고 생각될 만큼 중요한 대목이다. 

꼭 놓치지 말고 2부만큼은 읽어보시길 부탁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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