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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Han Mar 12. 2022

초심자를 위한 명상 공간 컨설팅


들어가며

'지속 가능한 명상'을 가장 방해하는 요인 중 1등은 무엇일까? 나는 '어질러진 집'이라고 생각한다. 나만 해도 조금만 신경쓰지 않으면 쌓인 옷으로 금새 정신 없어지는 한 칸 방을 보며 '여기서 명상을 어떻게 하라고~' 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몸 누일 곳만으로 명상이 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내가 제안하는 명상 훈련 방식도 침대에서 누워 잠들면서 하기 때문에, 방이 지저분하니 명상을 못한다는 말은 일견 핑계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존재는 그렇게 단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는 명상을 할 수 없어서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침대에서 명상 열심히 하라'는 말은 맥락에 대한 이해가 1도 없는 도움이 하나도 안되는 잔소리일 뿐이다. 



명상 공간

그렇다고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 중, 명상을 하기로 마음먹은 즉시, 집 안에 남는 공간을 치우고 명상실로 세팅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애초에 집에 '남는 공간' 이 있는 사람이 몇 되지 않을 것이다. 혼자 사는 사람은 거실과 같은 공용공간 조차 없을 가능성이 크고, 공용공간은 말 그대로 공용 공간이기 때문에 거실에 앉아 고요히 명상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면 그 말을 하는 내가 사기꾼일 것이다.

집 안에 취미활동을 위한 남는 공간이 있다고...?

집안에 취미 공간을 만들기 어렵다는 말은 꼭 명상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홈트레이닝 역시 똑같다. 집에서 하면 헬스장 갈 시간도 아끼고, 공동 샤워장에서 샤워할 필요도 없고, 땀에 젖은 운동복을 가방에서 꺼내놓지 않아 옷에서 쉰내가 날 일도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집 밖 헬스장으로 갈 수 밖에 없는 많은 이유가 있다. 취미 공간과 거주 공간을 일치시키고자 하는 시도는 항상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취미를 가져본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그럼에도 명상 공간은 필요하다

물론 홈트레이닝보다 헬스장이 좋은 이유는 따로 있다. 헬스장의 장비는 우리 집에 공간이 널럴하다고 놓을 수 없는 비싼 고가의 장비이고, 또 내가 제대로 운동을 배우기 위해 코치를 찾아가야 한다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기능적인 이유로 인해 많은 취미생활의 공간은 나의 내부에 놓기 보다는 내 집 밖, 내가 찾아가야 하는 외부의 특정 장소에 위치하게 된다(테니스장, 헬스장, 탁구장, 공방, 산, 낚시터, 등등...)


반면, 명상은 장비도 필요 없고, 명상 훈련을 하는 그 순간에는 외부의 설명, 코칭 자체가 방해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기능적인 이유로 명상 공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취미활동처럼 취미 생활의 공간을 집 밖에 위치시켜야 할 마땅한 명분이 없다(사람들이 헬스장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동기 수준과 명상원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동기 수준을 비교해 보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엄연히 말해, 요가를 하며 명상을 즐기는 사람들도 요가(아사나)를 위해 가는 것이지, 아사나는 됐고 명상만 1시간 넘게 하고 싶어 요가원에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명상 초심자는 더더욱 자신만의 명상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노력하지 않으면 위와 같은 이유(명분이 없다 아입니까 명분이)로 자연스럽게 명상은 뒤켠으로 밀려난다. 산에 가는 김에 명상을 한다거나, 캠핑을 간 김에 밤 시간에 명상을 하겠다는 얘기는, 명상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고 스스로가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정리하자면, 

(1) 집 안에 명상 공간을 조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명상 초심자의 단계에서는 명상 공간을 조성하려고 시도했을 때, 성공할 가능성보다 실패하고 명상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명상 공간을 집 밖에서 찾는 것이 필요하다. 

(2)단, 취미를 위한 공간을 찾으려고 하면 생각보다 쉽게 찾아지는 다른 취미활동에 비해, 명상을 위한 공간을 찾기 위해서는 좀 더 의지와 노력이 가미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명상 활동이 가지는 특성을 고려해야 하고, 관심을 갖다 보면 자연스레 찾아지겠지 라는 태도 보다는, 내가 주도적으로 리소스를 써서 공간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명상 공간 추천 1 : 요가원

이러한 맥락에서 내가 초심자들에게 추천하는 명상 공간은 무엇일까? 바로 요가원이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보면, 요가원이 요가를 위한 원이라면, 명상을 위한 원은 명상원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명상원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나 역시도 명상원 하면 떠오르는 연관 단어가 단식원이고(실제로 검색해보니 명상단식원 이라는 것이 있기도 했다..!), 뭔가 산 속에 있으면서, 한번 들어가면 좀처럼 나올 수 없으며, 들어가기 전의 나와 나온 후의 내가 굉장히 달라져버릴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내가 가보기 전까지는 내가 명상원을 가는 것을 추천할 일은 없을 것이다.


몬 느낌인지..아시겠죠?

실제로 도심 속에서 명상원 이라고 운영되고 있는 곳들이 내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명상을 안내하고 있지 않음을 알고 있기도 하기 때문에 사실 나는 명상을 하기 위해 명상원에 가라는 말은 좀처럼 하지 않는 편이다. 


원래는 요가 자체가 명상이라는 개념에 포함되는 것이고(요가는 일종의 명상 훈련이다), 요가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가 명상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요가원에 가면 무조건 명상을 배우거나, 수련할 수 있어야 한다(명상원에 가면 요가(아사나)를 안 할 수는 있어도). 하지만 현재 한국의 사정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고, 모든 요가원에서 명상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대부분의 요가원에서 명상을 지도한다고  써 놓지만, 선생님이 명상을 전문적으로 지도한 경험이 없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 물론 나는 이런 현상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지만 마냥 비판적일 수는 없는 것이, 애초에 수요가 없는데 공급이 있을 리가 없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경제학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핫요가, 빈야사(시퀀스 중심의), 플라잉요가, 문화센터 요가(!) 등에서는 높은 가능성으로 명상이 생략되거나 간소화될 수 있다. 피트니스를 중심으로 요가를 풀어내는 곳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테라피 요가, 하타 요가, 소마 요가 등은 보다 명상의 향기를 짙게 풍기는 프로그램이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공간적 특성으로 예를 들어보자면, 넓은 공간, 밝은 조명, 빠른 템포, 높은 온도 등은 명상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고, 천천하고 차분한 분위기, 몽롱한 분위기, 조용하고 앉아있을 곳이 많고, 싱잉볼이나 가습기, 아로마 등의 도구들이 많은 곳이라면 명상과 연관성을 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을 바탕으로 쓰여진 글이기 때문에, 100% 정답일 순 없다.)

이미지로 보자면 이런 느낌이 명상과 가깝다.

명상을 위해 요가원을 가기를 추천하지만, 내가 가게 될 요가원에서 꼭 명상을 하리란 보장이 없다고? 너무 이상하고 애매모호한 소리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위에서도 말했던 것 처럼, 테니스를 치고 싶은 사람은 보통 실내 테니스장이든 아파트 테니스장이든 그냥 가면 테니스를 배우고 칠 수 있다. 하지만 명상은 그렇게 보편화되지도 않았고, 따지고 신경쓰며 발품을 팔 각오를 해야 나에게 맞는 환경을 찾을 수 있다(명상적 표현으로는 그런 식으로 인연이 닿는다고 할 수도 있겠다). 


요가원에서 명상을 한다는 것은, 파워리프팅을 하는 사람이 헬스장에서 파워리프팅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두 운동 모두 나시 입고 벨트 차고 원판 낀 바벨을 들었다 놨다 하는 지만, 보디빌딩과 파워리프팅은 겉보기에 비슷하다는 것만 빼면 사실상 전혀 다른 목적과 과정으로 구성된 다른 운동이다. 


하지만 보디빌딩은 헬스라는 이름으로 널리 보급된 지 오래라, 요즘 어떤 헬스장에서는 보디빌딩 뿐만 아니라 파워리프팅을 할 수 있는 환경도 겸사겸사 갖춰놓은 곳을 찾으면 있다(예를 들면, 랙이 많이 있다거나, 땅데드가 가능한 곳이라거나, ...). 하지만 파워리프팅 전용 체육관은 쉽게 찾기 어려운 것이, 말그대로 마이너한 취미종목이기 때문에(no offence!) 전용 시설은 사업적으로 운영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요가 = (보디빌딩)헬스, 명상 = 파워리프팅 이라는 얘기다..


나중에 명상의 인프라가 넓어지고, 대중화가 진행된다면 요가원에서 명상의 비중도 올라갈 것이고, 명상을 전문으로 운영되는 명상 공간도 많아지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곳을 손쉽게 찾고, 쉽게 오고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러저러한 것들을 다 고려해 봤을 때, 내가 추천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집 근처 요가원들을 한번쯤 방문해서, 혹시 명상 지도를 하는지, 요가를 하고 나서 따로 명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시퀀스 내에 포함되어 있는지를 물어보는 것으로 시작해보자. 집 근처 어느 요가원에서도 명상을 전문적으로 지도하지 않는다면, 그냥 한 6개월 정도 요가를 배워보는 것을 추천한다. 요가에도 명상의 향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먼저 요가를 충분히 경험하고 명상을 접하는 것이 바로 명상부터 하는 것 보다 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명상 공간 추천 2 : 까페


하지만 요가원은 결국 정기적으로 내 시간을 들이고, 돈을 써서 가야 하는 배움의 장소이다. 아직까지 명상에 대한 그만큼의 지불 유의 수준이 없을 수도 있고, 요가를 통해 명상을 배우는 루트가 탐탁치 않은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단골 까페'를 (자신만의) 명상 공간으로 활용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요즘은 까페가 어디에나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높다. 보통은 의자와 테이블이 있어서, 앉아서 눈을 감고 명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남들에게 전혀 이상해 보이지도 않고,(가부좌를 틀고 있다면 조금 얘기가 달라진다..) 만약 내가 아직 명상이 서툴러서, 관찰하고 지각하기 좋은 외부 대상이 필요하다면, 알아차림을 할 수 있는 매력적 요소들이 많은 공간이기도 하다. 후각 ㅣ각과 관련해서는 커피향이 있겠고, 다양한 사람들과 익숙한 물건들이 있으며 까페마다 가진 독특한 인테리어를 관찰하는 것도 알아차림에 아주 많은 도움을 준다.


다만 신경써야 하는 점은, 사람이 너무 많아 붐비는 까페라거나, 음악 소리가 너무 시끄러운 곳, (나 개인적으로는) 좁고 작은 까페는 명상을 하기에 좋은 곳은 아니라는 점이다. 적당히 혼자됨을 만들 수 있는 까페를 찾아 단골로 만들고, 다양한 방식의 명상 훈련을 도전하면서 명상에 시간을 할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서울에 한정한 얘기일 수 있어 조심스럽지만, 요즘은 개인이 운영하는 다양한 컨셉의 까페가 많아져서 예전과 달리 까페 공간의 스펙트럼이 정말 많이 넓어졌다. 개중에 명상을 하기 적합한 까페를 찾으려면 꼭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데서 명상 하면 진짜 잘 될 것 같긴 하다..

명상 공간 추천 3 : 자연


이외에도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일상 환경에 비해 <산이나 물>과 같은 자연환경에서 명상이 더 잘 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작은 동네 뒷산의 산책로, 심지어 도심에 조성된 녹지공간도 산의 대체재가 될 수 있고, 꼭 바다나 계곡에 가지 않아도 동네 하천이나 그것도 없다면 집에서 물고기를 키우며 어항을 바라보는 것도 명상을 할 수 있는 공간에 해당될 수 있다.(이 모든 것은 실제로 내가 다 해봤고, 하고 있는 것들이다)




마치며


명상 초심자가 명상과 관련한 장소,공간적 측면과 관련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명상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일수록 공간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적절한 공간을 찾는다는 핑계로 명상을 미루는 것이야말로 명상을 안내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지점이다.


내 스스로가 '명상 상태'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명상 상태를 경험하려면, 어디서든 명상을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도하지 않고 상태를 경험할 수는 없기 떄문이다. 명상 초심자는 항상 죽이 되는 밥이 되든 명상을 해보기만 하면 된다는 점을 항상 유념하셨으면 좋겠다. 명상 훈련, 혹은 알아차림이 말은 쉽지만 실제로 내 것으로 만들기 까지는 시간이 꽤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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