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미 국방언어연구소 _ 영어공부

웹 소설 같은 논픽션 에세이 _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미국

by 김성원

내가 이곳에 근무하는 동안에 주어진 임무를 제외한 많은 부분들은 임무를 위한 훈련이었다.

교육이라는 말 보다 훈련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훈련은 목적을 갖고 사용하기 위해 체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은 배우고 느끼고 깨닫는 과정일 수 있지만, 훈련은 무의식적으로 몸에 체득시키는 과정인 듯하다. 그렇게 나는 다음 임무를 위해 당시에 영어스러운 영어 훈련을 받게 되었다.


그 계기는....

펜타곤 회의 참석 시 HR이가 전체 내용을, 나는 내가 작성한 요약 본에 대한 판단 근거와 결론 부분을 주로 발표하였다. 회의 때마다 정 중앙에 앉아있었던 대령이 보직 이동으로 새로운 대령이 참석한 첫 회의 때였다. 회의가 끝난 후 새로 부임한 대령은 HR과 나에게 잠깐 남아 있으라고 했다. 그 대령은 내 영어 실력의 업그레이드를 주문하였다.


“발표 내용과 태도는 좋으나 영어가 좀 더 영어스럽게 들렸으면 좋겠다”가 이유였다.


충분히 지적받을 수 있는 부분이고, 노력해도 미국인처럼 말할 수는 없는 부분이지만 발전할 수 기회가 제공된다면 도전할 만한 부분이라 생각했다. HR이 말했던 ‘Big days are coming’이 시민권을 부여받고 좀 더 좋은 위치에서 중요한 정보들을 분석하고 요약하는 훈련으로 나 자신이 발전되어가는 하루하루를 말하는 것이었다면, 한 업무에 익숙해질 만한 시점에 또 다른 도전을 직면해야 한다는 삶의 틀을 아직은 느끼지 못한 때였다. 이 생활을 하면서 외국인으로서 그 짧은 기간 동안 받은 많은 특혜와 상상할 수 없었던 경험들을 생각한다면 주어진 업무에 충실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쉽게 준 것만큼 쉽게 가져갈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도 가끔씩 하곤 했었던 시기였다.


결국 나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차량으로 5시간 정도의 북쪽에 위치한 몬터레이 소재 ‘Defence Language Institute’로 영어 교육을 받으러 갔다. 각 나라의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한국어를 비롯한 수십 여개 국가의 언어와 문화를 교육시키는 전문 어학원으로 국방부가 주체가 된 교육 기관이지만 다른 정부 기관의 요청에도 교육을 담당하고 있어 많은 학생들이 있는 곳이었다.

(https://youtu.be/imuvWn61cm4 )


어떤 방법으로 나의 영어 실력을 향상할까 고민할 때 해리는 DLI를 소개해 주었고 자료도 주었다. 그런 전문 교육 기관을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놀랐지만 실제 수업을 통해 얻은 결과로 인해 그 전문성에 더 놀라웠다. 외국어의 경우 ‘0’ 상태에서 6개월 정도의 수업 만으로도 웬만한 소통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각 언어가 갖고 있는 중요한 패턴들을 개발하여 단어만 알고 있으면 대입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고 하였다. DLI에 머물렀던 4주 동안 실제로 한국어 강의 시간에 초대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 교실에서 6개월간 수업을 받은 사람과 한국어 대화를 시작했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존칭어와 비 존칭어를 헷갈렸을 뿐 나와의 대화에서 본인이 하고 싶은 말들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하였다.


나는 간단한 테스트 후 발음 교정과 함께 영어답게 말하는 방법들을 배우기 시작했다.

한국인이 발음하기 힘든 ‘R’과 ‘L’ 그리고 ‘th’의 경우 혓바닥의 위치와 입 모양 등으로 교정을 받았으나 쉽지 않았다. 다만, 말하는 부분에서는 유용한 내용과 함께 실질적으로도 큰 도움을 받았다. 소위 ‘악센트’만 잘 지켜 주어도 영어스럽게 들리고 묵음으로 처리되는 부분까지도 잘 지키면 부드럽고 리드미컬하게 들리며 말을 할 때나 문장을 읽을 때 잠깐 쉬는 부분을 두면 이 또한 더욱더 영어답게 들리게 만들 수 있다고 하였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내가 하는 영어를 내가 들을 수 있을 만큼의 소리로 읽고 연습하여야만 된다고 가르쳐 주었다. 내 영어 실력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 그 대령의 평가가 궁금해지기는 했으나 내 자비도 아닌 정부의 돈으로 좋은 수업과 결과를 얻은 것에 만족하였다.


4주간의 교육을 수료한 후 월요일 출근하자마자 동료들이 ‘어서 무어라고 말을 해봐' 라면서 지난 사주 동안의 결과를 확인하고 싶어 했다. 아마도 내가 몬터레이 DLI에 간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우리 일곱 명 중 일본인 친구를 제외하면 모두 훌륭한 영어 실력을 갖고 있었다. 모국어 특유의 발음이나 악센트만 제외하면 완벽한 영어 구사자들이었다. 나는 ‘앞으로 4 년은 더 해야 할 것 같아'라고 응수하며 웃고 있는 사이 우리의 보스 HR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함께 재미있자" 고 하는 HR에게 나의 발전된 영어 실력을 확인하고 싶다는 동료들의 말에 HR는 “곧 기회가 있을 거야'라고 대답하며 “우리 모두 기대해 보자"라고 하였다. HR의 "곧 기회가 있을 거야"와 "우리 모두 기대해 보자"라는 말에 나는 걱정의 구름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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