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미 DIA와 CIA 정보 전쟁 I

웹 소설 같은 논픽션 에세이 _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미국

by 김성원

얼마 후 우리 사무실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CIA 뉴욕 지부와 합쳐졌다. 우리 인원들이 그 사무실로 출근하기 시작한 것이 맞는 표현일 것 같다. 그들과 공조하는 일들이 많아진 것이 합친 가장 큰 이유였다.


얼마 전 방문했을 때와는 달리 CIA 뉴욕 지부 내부구조가 조금 바뀌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같은 공간이지만 우리와 CIA 근무 구역이 묘하게 나누어져 있었고 업무 협의가 필요할 때에만 중간에 위치한 회의실에서 만났다. 그때 우리 일곱 명의 출신 국가는 한국, 일본 인도, 독일, 스페인, 쿠웨이트, 베네수엘라였다. 개인의 의지와 노력 그리고 그동안의 좋은 평가로 끝까지 남아있는 동료들이었다. CIA와 합친 후 우리만 있을 때에는 느끼지 못했었던 점잖아지고 신중해진 모습을 일상에서 보여주고 있었다.


CIA 뉴욕 지부로 사무실을 옮긴 후 원래 업무였던 Handler의 일과 추가적으로 HR이 지시한 보고서 요약 업무들을 처리하느라 모두들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CIA팀과의 회의에서도 각자 준비한 보고서 내용들을 취합하여 하나의 보고서를 만드는 작업들이 수개월 동안 계속되었다. 처음엔 지원 업무의 성격으로 판단되었으나 이 또한 전문성을 발굴하기 위한 업무를 통한 훈련이었다. 취합된 정보들을 상호 확인하고 평가하여 절제된 사실만을 데이터화하는 삼각형 모듈들이 쌓여가고 있었고. 이런 삼각형들이 모여 더 큰 크기의 삼각형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사무공간을 합친 후 우리들에게 합동 과제가 하나 주어졌다.

주제는 당시 필리핀에 있는 수빅만 해군기지와 클라크 공군기지를 폐쇄할 경우 남중국해의 지정학적 변화에 대한 보고서 작성이었다.



DIA 우리 일곱 명 전원과 자료 정리를 위해 업무를 도와주고 있던 A까지 총 여덟 명 그리고 CIA 팀에서도 여덟 명을 차출하여 공동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날 HR은 우리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차이나타운의 한 식당으로 두세 명씩 짝을 이루어 시간차를 두고 모이라고 하였다. CIA 팀에게 우리가 모인다는 사실을 노출시키지 말라는 의미였다. 차이나타운 식당에 모인 우리에게 HR은 “이건 전쟁이다'라고 하였다. 우리와 CIA 간의 전쟁이라고 하면서 “전쟁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라며 우리들을 독려하였다. HR은 우리에게 각자 조사할 부분을 지시하였고 취합하는데 까지 4일의 시간을 주었다. CIA 팀이 조사한 내용을 비교하여 보고서 목록을 결정하기로 한 것이 일주일 후였다.


우리가 조사할 수 있는 기초적인 자료마저도 쉽게 찾을 수가 없던 시절이었다. 그나마 그동안 HR이 전달한 동남아시아 지역 정보를 요약 해오던 독일 출신 동료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작년 겨울 나를 교육시켰던 DIA 교관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두 군사기지에 관한 자료들을 받아 사용할 수 있었다.


당시 지정된 부서 간에 문서화가 필요한 통상 업무에 MILNET(Military Network)이라는 통신 수단이 있었는데 지금의 이메일 같은 것이었다. 요즘의 인트라넷이라고 하면 가장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한다. 다만 보안을 필요로 할 경우 방식은 같지만 DSNET(Defense Secure Network)을 사용하여 등급에 따른 정보들을 교환할 수 있었다.


보안 문건의 경우 A4 용지 분량은 내가 본 후 약 3분이 지나면 저절로 없어지는 요술 같은 재주도 부렸지만 불편함 때문인지 계속하여 바뀌었다. 이 기술도 수십 년 전 국방부가 DARPA(신기술개발국)을 통해 후원하여 개발된 통신 수단으로 전체적인 시스템(DARPATNET)으로 말하자면 나의 보안 등급상 연결할 수 있는 대상이 한정되어 있었겠지만 분명히 국방부와 연결된 또 다른 기관도 있었을 터, 인터넷의 시초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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