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소설 같은 논픽션 에세이 _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미국
수빅 해군기지와 클라크 공군 기지는 70~80여 년 동안 미군 기지로 사용되어 왔으며 수빅 해군 기지는 당시 해외 주둔 기지들 중 가장 큰 기지이며 항공모함 정박이 가능한 깊이와 항모 적재기를 지상으로 내린 후 선박을 수리할 수 있는 유일한 해외 기지였다. 태풍 시기에도 풍랑의 피해를 입지 않는 지리적 이점도 있는 곳이기에 유사시 항모 전단의 피난처나 긴급 수리 또는 보급품을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곳이었다. 클라크 공군 기지도 태풍의 영향 없이 이착륙이 가능한 전천후 기지였다. 두 곳 모두 싱가포르 정도의 면적(서울시 면적)을 가진 규모의 기지였다. 지정학적으로 남중국해를 통한 중국의 남쪽 진출 저지를 위한 상징적 의미가 큰 기지였다.
사흘 후 HR에게 우리가 취합한 내용들을 제출하며 군사적인 측면에서 항공 기술과 미사일의 발달로 공군력의 부재는 감수할 수 있을 것 같으나 남중국해에서 해군 필요시 가장 근접한 일본의 오키나와에서 발진 2~3일이 소요되는 이유로 서태평양과 인도양에서의 항모 전단 운영에서는 전술적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하였다.
HR은 나름 만족한 듯 추가적 내용을 위한 자료를 주었고 우리가 작성한 자료에 더하여 A는 파워포인트로 그럴듯한 발표 자료를 만들어 주었다. 현재의 파워포인트와는 비교가 안 되는 단순함 그 자체였었지만 이후에도 그 전통(?) 때문인지 군대의 신속 간결함 추구 때문인지 소프트웨어 기술이 아무리 발달하여도 이미지 삽입을 제외하고는 모두 키워드 수준의 내용을 나열하고 대부분의 내용은 발표자의 몫이었다.
정보 전쟁의 결전의 날이 왔다.
어느 소속인지는 모르겠으나 처음 본 중년의 신사가 가운데 앉은 것으로 보아 양쪽의 발표 내용을 평가할 위치의 신분인 것 같았다. 우리가(DIA) 군사적 측면에서 접근하여 현재와 동일한 수준의 지정학적 이점을 전술적 변화의 필요성을 통해 강조했다면 상대는(CIA) 경제적인 측면에서 접근하였다. 두 기지를 합쳐 약 팔만여 명의 필리핀 사람들에게 일자리가 창출되어왔고 연간 십억 달러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하며 이는 당시 필리핀 국민총생산의 4~5%를 차지하는 금액으로 필리핀 정부는 경제적 이익과 함께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되며 미국 입장에서는 지정학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고수할 수 있으므로 계속 주둔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양 팀의 발표가 끝나자 중년의 신사는 질문을 하기 시작하였다. 우리에겐 수빅 기지를 대신할 수 있는 예상 지점을 물어보았고 상대에게는 지정학적 변화를 경제적 측면에서 접근한 이유를 물었다.
발표 일정이 끝나갈 무렵 중년의 신사는 모두에게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HR과 CIA 팀장만 남고 나머지 사람들은 나가 달라고 하였다. 우리들은 자리로 돌아와 잘한 건지 못한 건지를 물어보듯 서로를 쳐다보며 묘한 미소들을 교환하였다. 얼마가 지났을까 HR이 우리들 쪽으로 오며 싱긋 웃었다. 이번 전쟁에서는 우리 팀(DIA)이 이겼다.
HR 입장에서는 자신이 이끄는 팀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본인에게도 좋은 일이었고, 우리 자신도 그동안의 교육이나 훈련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를 내릴 수 있다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