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밖으로 II

불혹의 시그널 여행

by 김성원

2008년 가을 불혹을 넘기고 길을 나선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은 기억이 머물고 있는 70년대에서 90년대 내 삶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청소년 시절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를 생각하며 보게 된 책들이 전공과는 상관없는 상고사와 역사 그리고 문화 인류학에 관한 책들.... 이제 기억 저편에 아련히 남아 있을 뿐 끄집어내지 못하는 내용들이었지만, 당시에 난 우리 역사에 대해 깊이 빠져들면 들수록 세계사와 인류 문명에 대해 접근하는 재미를 느꼈다. 결국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난 인류, 역사, 정치, 사회에 차츰 눈을 떠 가게 되었던 것이다.


관심은 계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우연한 계기는 관심을 전문성으로 이끈다. 곰곰이 생각하면 지금의 내가 고민하는 그 모든 것들이 어쩌면 사춘기 때 겪었던 것을 다시 겪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를 잃어가는 일상에서 자퇴를 하고 싶은 욕구는 결국은 회사를 그만 두기보다는 휴직으로 타협을 하고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길을 다시 걸으며 나와의 대화가 필요한 시간임을 느끼는 순간이 필요했다.


학창 시절의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가 배낭여행이었다. 최소한의 돈을 갖고 돌아다니면서 사람을 만나고 신세 지고 그렇게 인연을 맺어 가는 것을 꿈꾸었다. 지금 추억 여행을 결심하면서 학창 시절의 버킷리스트를 20년 후에 실행하면서 그 시절에 머물러 있을 나와의 대화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새마을 호 차장 밖

회사에 휴직을 신청하고 (어쩌면 사직서가 될 수 도 있다는 마음 한 구석의 불안감을 안고 있었다.) 퇴근길에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이미 그전부터 조금씩 내 생각을 얘기하였으며, 아내는 휴직이라는 전제로 나의 행동에 동의해 주었다.


아내에겐 머리를 비울 겸 여행을 길에 오른다고 했다. 대략 1주일에서 15일 정도를 말했지만, 내 마음속에는 기간을 설정해 두지 않았다. 이유는 원하는 것(솔직히 무엇을 원하는지 나 자신 조차 몰랐다.) 찾거나 알게 되거나 얻기 전까지는 귀가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게 무작정 휴직을 한 후 여행에 필요한 최소한 것들만을 가바에 주섬 주섬 챙기고 아내에게 받은 현금 10만원을 갖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아내의 배려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밀려오는 약간 긴장감... 그것은 이 여행이 순전히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여행이라 것과 아무런 계획 없이 떠나는 처음이기에 오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겹치고 있었다.


서울역에 도착하여 난 한참을 매표소 앞에 서 있었다. 길 잃은 아이처럼, 아니 기억을 상실한 환자처럼...

머릿속에 떠돌아다니는 지명들을 보며....

삼척, 강릉, 동해, 부산, 서울, 목포, 광주, 정읍, 익산, 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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