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슈퍼컴퓨터의 미국 주도권 약화

웹 소설 같은 논픽션 에세이 _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미국

by 김성원

본 내용은 실존 인물의 삶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실명 부분은 약어 처리하였습니다.

한국인으로 미 정보부에서 1988년부터 10년 동안 근무하신 분의 경험을 재구성하여

1인칭 시점에서 작성하였습니다.



케냐 휴가 후 첫 출근날 점심 전체 회의의 주제는 각국의 슈퍼컴퓨터 개발과 수출동향 그리고 미국 업계 상황 및 대응전략에 관한 상부부 보고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우리 팀 업무 범위와 향후 팀 존립과 관련된 상황들이 전개되었다.

슈퍼컴퓨터로 미국이 세계 주도권 행사에 영향력이 줄어드는 시간만큼 우리 팀 변화도 가속화되고 있었다.



아래의 내용은 그날 우리 회의에서 다루었던 보고서 내용이다. 상세하게 기술된 보고서였지만 기억나는 대로 기술하였다.


보고서의 내용은

NEC Supercomputer

당시 일본 NEC(National Electric Company)가 미국 회사인 Honeywell과 합작법인을 만들어 Cray보다 8배 빠른 프로세스를 개발하였다. 다만, 미국보다 뒤진 부분은 과학용 소프트웨어와 멀티 프로세서를 이용한 연산 속도 증가 부분이었다.


일본은 1981년부터 AI(인공지능)와 관련된 컴퓨터를 개발하기 시작하였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이미 개발 완료된 상황이었다.

그들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영국 정부가 투자한 JNET(일본 통번역 전문기구)와 공동 개발한 러시아어 통번역 시스템이었다. 미국도 이를 활용하여 소련어를 번역하여 사용했었던 이력이 있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미국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일본의 슈퍼컴퓨터 시장에서 미국을 견줄만한 기술적 개발이 완료되었다는 사실은 그리 탐탁지 않은 현실이었다. Cray사가 유럽 내 대학에 14대의 슈퍼컴퓨터를 판매하는 동안 영국 정부와 JNET은 국방부 산하 DARPA(신기술개발국)과 연결되어 있던 Alvey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던 Robb Alvey와 삼자 간의 협의로 IT 관련 프로그램을 완성한 상황이었다. 영국 정부가 삼억오천만 파운드라는 거금을 드려 일본 기업과 미국 기업과의 공조로 미국 정부로부터의 간섭이나 제재를 피할 수 있게 만들었던 일종의 계략이었다. Alvey프로젝트의 개발자인 Robb Alvey는 비디오 게임 개발자로서 국방부의 투자로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을 제작한 사람이다. 미국의 묵인이나 허락하에 진행된 사항인지는 확인할 수는 없으나 프로젝트는 진행되었고 일련의 결과물은 나온 상황이었다.

수출과 관련된 미국의 독점적 지위에 대한 미국 내 기업의 반발도 심해서 IBM과 같은 미국 업체들이 고성능 개인용 컴퓨터를 유럽에 수출하였고 Cray사가 16대의 슈퍼컴퓨터를 판매할 동안 일본의 후지쯔는 슈퍼컴퓨터급의 제품을 17대나 수출하였다.


영국 정부가 별도로 약 40억 달러를 투자한 자국의 Inmos사에서 개발한 ‘Transputer’라는 프로세서는 동급의 미국 인텔 프로세서 칩과 비슷한 가격에 크기는 삼분일 수준이었다.

서독도 ‘Supernum’이나 ‘Supercluster’와 같은 프로젝트를 통하여 자국의 컴퓨터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고 있었으니 미국이 고성능 컴퓨터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고 개인용 컴퓨터의 개발 속도에 능동적인 통제를 주춤할 동안 일본과 유럽은 미국의 기술을 극복하기 위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위 내용을 주축으로 한 긴 시간 동안의 회의였으나 우리가 자체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이슈는 하나도 없었고 HR 또한 그 부분을 답답해하는 모습이었다. 개인용 컴퓨터의 기술 개발을 비롯한 컴퓨터와 관련된 세계 시장의 변화는 우리의 업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이었다.


이 회의 이후 우리 팀 모두는 상당 기간 출장 없이 뉴욕 사무실에서 보고서들을 정리하고 요약하는 일과 CIA 친구들의 협조 요청에 대한 업무들로 우리(DIA)만의 색깔을 잃어가고 있는 듯하였다.

여유 시간이 많아진 우리는 점심을 함께한 후 센트럴파크를 자주 찾았었고 퇴근 후에는 저녁도 함께하며 인근 술집들을 찾아 음주를 즐기며 팀원 간의 인간적인 유대관계를 쌓아가고 있었다. 말 그대로 인간적이었다. 누구의 추천을 받았는지 왜 이일을 택했는지 이 일이 마음에 드는지 적성에는 맞는지 앞으로 우리의 삶이 어떠할 것인지 등, 실로 우리 나이 또래들이 걱정할 만한 내용들을 이야기하며 어쩌면 무료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미국 독점의 슈퍼컴퓨터 산업과 시장이 무너지면서 우리 팀의 업무 변화가 불가피 해졌고, 그에 따른 조직의 변동 가능성이 커져갔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조금은 무료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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