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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원 Dec 30. 2023

[지역 맛집 _부산] 함박스테이크

오사카

식    당    명 : 오사카

먹었던 음식  :  함박스테이크, 감자고르케

위          치  :  https://maps.app.goo.gl/4UaNw9X6xcYm7Bg86


[5점 만점]

정감도 : 5  / 지역성 : 4  /  재방문 : 5 /  동행 : 5 /  혼밥 : 4 /  시설 : 3




어른이 될수록 다양하고 좀 더 고급스럽고, 맛있는 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아진다.

하지만 우리 기억 속에 맛이라는 기억은 개인이 느끼는 정취와 추억이 미각을 자극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해외 출장에서 현지인의 배려로 정말 맛있는 음식을 접한 후, 해외여행에서 지역 맛집의 근사한 경험한 후 숙소에 돌아오면, 한국 컵라면을 먹는 것은 나의 미각을 내가 기억하는 맛으로 되돌리는 리셋 행위이다. 이러한 리셋과 같은 맥락으로 다양한 음식과 맛있는 음식을 접할수록 미각은 발전하지만, 어머니의 손맛과 그 옛날 처음 먹었던 그 맛은 현재 상황에서 맛이 좀 떨어지더라도 모든 것이 용서가 되는 평가불가 맛이 된다. 사람들이 추억의 맛을 찾아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사카"라는 식당이 나에게 그러했다.

오사카 식당을 방문하게 된 것은 부산 여행 마지막날 우연히 방문하게 되었다.


비엔날레 출품 작품

상경하는 기차를 미리 예매를 하고 아내와 나는 부산 비엔날레가 운영되고 있는 부산현대미술관을 방문하였다. 비엔날레 전시는 개인적으로 만족하는 전시였다. 전시 만족 기준은 새로움과 생각을 하게 하는 그리고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을 나는 좋아한다. 이런 기준에 부산 비엔날레 전시는 도시화라는 주제성을 갖고 잘 구성되어 있었다. 전시 작품이 직관적인 것도 있지만, 생각을 하게 하는 것들도 있어 한참을 작품과 대화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 데, 이 묘미가 전시를 보는 감흥이다. 전시 관람을 마치고 기차역으로 향하는 길에 시간이 애매하게 남았다. 아내와 나는 인근 식당을 검색하였다. 그때 발견한 곳이 바로 오사카였다.


오사카 메뉴판

주차 공간이 여의치 않아 아내는 차에서 내려서 줄을 서고 나는 인근 주차장을 방문하였다. 줄을 서서 대기하는 시간과 식사를 하는 시간, 다시 차를 타고 기차역에 도착한 후 차를 반납하고 기차에 탑승하는 시간을 고려했을 때 탑승 시간이 아슬아슬했다. 우리는 고민을 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가? 아니면 포기를 하느냐...

아내와 나는 기차를 탈 수 있는 최소 시간을 계산하고 그 시간을 넘으면 식사를 포기하기로 하였다. 초조한 마음에 줄을 서 대기하고 있었다. 다행히 2인 좌석이 우선 비워져 우리는 앞에 온 가족들보다 먼저 입장할 수 있었다. 2층의 식당으로 올라가니, 식당은 함박스테이크와 돈까스를 굽는 냄새와 연기로 가득했다. 우리는 시간을 계산해야 했기에, 주문 후 음식이 나오는 시간을 물었고, 직원의 안내에 계산을 하니, 간신히 맞출 수 있을 듯하였다.


음식점에 왔으니, 그래도 제대로 즐겨야 하는 순간이기에, 함박스테이트와 감자고르케 그리고 맥주 한잔까지... 운전은 아내에게 부탁했다. 초조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주방과 식당 내 손님들을 둘러보니, 주방은 분업화가 되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음식을 조리하고, 요리하는 직원과 굽고, 튀기고 서빙하는 직원들, 식당 손님 대부분 관광객이었다. 관광객은 우리들처럼 타 지역민과 부산 내 타 지역 분들이 섞여 있었다. 그것을 구분하는 방법은 말투와 사투리였다.


드디어 음식이 나왔다.

함박스테이크

함박스테이크...

어릴 적 함박스테이크는 쉽게 먹지 못하는 비싼 고급진 음식이었다. 나의 첫 칼질은 대학 시절 여친과의 경양식 돈까스였다. 부산 서면에서 여친과 점심으로 옥수수 수프를 숟가락을 안에 밖으로 뜨면서 먹었던, 경양식 식당 돈까스...

당시 함박스테이크는 돈까스 보다 훨씬 비쌌다. 그래서 칼질의 분위만을 느끼고 위해 돈까스를 먹었던 기억이 났다. 이후 큰 마음먹고 함박스테이크를 먹었던 적이 있는 데, 약간 단맛이 나면서 부드러운 고기 식감에 반했었다. 하지만 여전히 함박스테이크는 비싼 음식이라 동경의 대상이었던 당시 음식이었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담양 방문 때 떡갈비를 먹었을 때 함박스테이크와 떡갈비가 엇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그때 느낀 감성은 함박스테이크만큼 떡갈비도 비싸구나였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음식을 접할 기회가 정말 많다. 그리고 어느 순간 주의 많은 분들이 미식가로 자기 만의 맛집은 갖고 있었고, 서로 공유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내 기억 속에는 자연스럽게 함박스테이크라는 단어는 잊고 살았다.


오사카 함박스테이크는 그 어릴 적 20대 나의 향수를 자극하는 기억 속의 맛이었다. 기억 속의 맛을 상기시키며,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기차 시간의 초조함을 잊고 미각 이끄는 추억 속으로 빠지게 되었다. 맛으로만 평가를 한다면 오사카 함박스테이크가 뛰어난 맛은 아니다. 셰프와 어머니가 해주는 그 중간 맛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나에게 비싼 음식이었는 데, 지금 편하게 맥주 한잔과 먹을 수 있다는 기분은 묘했다.
함박스테이크와 함께 주문한 감자 고르케는 개인적으로 정말 일품이다. 딱 어머니의 손맛이었다.
감자고르케

가끔 주말이면 어머니께서 사라다와 고르케를 만들어 주셨다. 사라다는 야채와 익힌 감자를 으깨어 마요네즈와 함께 먹었다. 고르케는 으깬 감자에 튀김가루를 입혀 튀겨 주셨다.

그 시절 나에게 이러한 음식들은 집에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평범함이 아님을 나중에 알았다. 이러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버지가 근무하시던 회사가 제일제당이었기 덕분이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아버지는 집으로 갖고 오셨고, 어머니는 그것으로 이런저런 요리를 해주셨다. 당시에 튀김 가루를 첫선을 보였던 제일제당 제품으로 어머니가 감자 고르케를 해주셨던 거다.


아내와 나는 15분 내외에 음식을 해치우고 자리에 일어났다. 차 안에서 나는 아내가 운전하는 동안 시간의 초조함을 보냈다. 다행히  기차에 탑승하고 난 이후 밀려오는 안도감이 섞인 포만감을 함박스테이크와 고르케에 얽힌 나의 추억들을 아내와 공유했다.


감각을 공유한다는 것은 나의 일부를 나누는 것이다.

사람들과 미각을 공유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식구는 함께 밥을 먹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밥 한번 먹자는 의미는 나의 일부를 너랑 공유하고 싶다는 의미가 되는 듯하다.


오사카는 기억 저편에 있던 추억을 소환했다. 과거의 나를 오늘의 나와 아내에게 공유해 준 것이다.

맛의 평가라는 것이 주관적이어야 하는 이유가 이러한 미각의 추억 소환과 감각의 공유 때문일 듯하다.



나는 음식 및 요리 전문가가 아니다.

그저 내 입에 맞는,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먹는 그런 음식과 음식점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에게  음식은 나에게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의 문화이다.


이 시대 음식 역할과 본질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나의 개인적인 생각은  "익숙한 새로움"으로 답을 내렸다.

이 답을 기준으로 나만의 평가 지수로 음식점을 기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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