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네붴
식 당 명 : 김씨네붴
먹었던 음식 : 아부라 소바, 타이거 맥주
위 치 : https://maps.app.goo.gl/VrED9jqAeQS4Nunp6
[5점 만점]
아부라 소바 <あぶらそば(油そば)>는 우리나라 식으로 말하면 "기름 메밀 비빔국수" 정도일 듯하다.
아부라(あぶら)는 기름을 소바(そば)는 메밀을 의미한다고 한다. 일본 대학가에서 저렴한 음식으로 만들어진 거라고 한다.
새로운 음식을 접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일본식 라멘 중 아부라 소바는 국물 없는 라면으로 호기심을 자극했다. 나는 태국 국수 음식에서도 팟타이(볶음면)를 좋아한다. 국물 음식은 개인적으로 한국 음식이 최고다. 외국 음식 중 국물 있는 음식을 잘못 선택하여 내 입에 맞지 않는 비린 맛에 음식을 거의 못 먹었던 경험 때문에 조심하는 편이다.
내가 아부라 소바를 처음 경험하게 된 곳은 대학로에 위치한 칸다소바라는 아부라 소바 전문점이었다. 이곳은 아내와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지하철 1호선을 관람 후 방문한 곳이다. 칸다소바의 아부라 소바는 개인적으로 짠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먹을수록 짠맛이 내 입맛을 잠식시켜 음식이 갖고 있는 풍미를 상실시키는 느낌을 가졌다. 이후 아부라 소바에 대한 기억을 잠시 잊게 되었다.
그리고 몇 년 후 일본 출장 겸 여행을 갔을 때 삿포르시 지역민이 추천하는 라멘식당을 간 적이 있었다. 그들은 그곳이 지역민에게 나름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내가 처음 찾아 곳은 관광객에게 유명한 라멘식당이었다. 관광객에게 유명한 식당 인근은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줄을 선 사람들 대부분은 한국인이었다. 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일본 지역민이 추천하는 식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미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라 그곳은 한산했다. 메뉴판에는 일본어와 사진만 있었다. 종업원에게 추천을 부탁했는 데, 나의 어설픈 영어를 종원업이 알아듣지 못했다. 결국 나는 핸드폰을 꺼내어 메뉴판에 카메라를 비춰가며 메뉴를 보기 시작했다. 새로운 음식을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익숙했던 음식과 본토 음식과의 차이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즐겨 먹던 돈코츠 라멘을 주문하였다. 잠시 후 돈코츠 라멘이 나왔고 국물 맛을 먼저 보았다. 진한 육수와 적당한 매운맛이 좋았다. 그런데 면과 국물을 먹을수록 짠맛을 강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반쯤 먹었을 때 입 속에 짠맛만이 남아 있는 느낌... 못 먹을 수준은 아니지만, 다 먹기에는 부담스러웠고, 결국은 1/3 정도를 남기고 말았다. 음식은 문화이기에 이곳의 느낌도 그리고 이곳분들이 정말 좋아한다는 정도만 인지하고 식당을 나왔다. 사실 내가 처음 고수 먹었을 때의 황당함 그리고 이후 고수를 잘 먹게 된 경험들을 상기하면 내가 삿포르에서 처음 접한 일본 돈코츠 짠 라멘 맛이 전부가 아님을 알기에, 다음을 기약했다.
삿포르에서의 짠 돈코츠 라멘 덕분에 나에겐 일본 정통 라멘은 한국 보다는 짠맛이 강하다.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되었다 그 기억이 대학로의 칸다소바의 아부라 소바를 먹으면서 느끼게 되었고, 이곳은 일본식에 가깝게 음식을 만드는 곳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김씨네붴은 부산 자본시장역사박물관이 있는 문현동의 BIFC 맞은편 뒷골목에 위치해 있다.
박물관 방문 예정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여, 인근을 다니면서 골목과 우체통 사진을 찍는 나의 소소한 취미 활동을 하였다. BIFC 맞은편 뒷골목은 전형적인 부산의 90년대 골목길이 남아 있다. BIFC의 건물이 우뚝 서있지만, 그 주변은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 몇 해전 베트남 호찌민 비텍스코 파이낸셜 타워를 방문했을 때 생각이 났다. 빌딩 하나만 덩그러니 있고 주변은 한국의 70~80년대를 연상케 했던 풍경... 문현동은 마치 90년대에서부터 현재까지를 한 곳에 모아놓은 듯했다. 난 이곳을 돌아다니면서 골목과 우체통을 찾으며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한 골목에 젊은 친구들이 허름한 가게에 길게 줄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무슨 가게일까? 분명히 음식점이라는 추측을 했었다. 멀리서 보면 가게 간판도 없고, 타이거 맥주 간판만 하나 덜렁 있는 곳... 궁금함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아부라 소바 전문점이라고 나왔다. 칸다소바의 기억에 잠깐 망설이다가, 이곳의 음식은 또 어떤 매력으로 사람들을 저렇게 기다리게 할까 라는 생각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중국집의 기본은 짜장면이다. 역시 아부라 소바 가게의 기본은 아부라 소바라는 생각에 주문을 했다. 토핑으로 올리는 반숙이 기본으로 나왔다. 테이블에는 아부라 소바의 기본인 라유와 식초가 있었다. 나는 세프가 타이거 맥주 간판을 걸어 놓은 이유가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타이거 맥주를 함께 주문하였다.
낯선 가게에서 새로운 음식을 접할 땐 세프가 제공한 그대로의 맛을 느끼는 것이 예의 인지라~ 먼저 시식을 하였다.
매콤함과 고소함과 고기의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라유와 식초를 적당히 넣은 후 다시 한번 맛을 보았다. 달걀 반숙이 짤 수도 매울 수도 느끼할 수도 있는 맛의 균형을 잡아 주었다. 그리고 국물 없는 라멘의 한계도 잡아주는 한수였다. 여기에 타이거 맥주는 조금은 모자랄 수 있는 양을 채워주고, 몇 모금 마시면서 아부라 소바 맛의 풍미를 잃어버릴 수 있을 때, 입을 헹구는 역할까지 하였다.
꼭 타이거 맥주일 필요는 없지만 저 사이즈가 점심의 낮술 모금에 적당했다. 김씨네붴의 아부라 소바는 짜지 않아서 좋았다. 현지화를 시킨 듯하다.
음식은 먹는 사람의 지역 문화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그래서 음식의 본질은 맛이 아닌 문화라고 나는 생각한다. 음식의 형태는 동일할 수 있지만 자연환경과 문화가 달라지게 되면 재료와 맛이 바뀔 수 있다. 이것이 음식의 매력인 듯하다. 음식은 깊은 맛을, 다양한 풍미를, 식감을 느낄 수 있는 그리고 어디서, 언제, 누구와 함께 하는가에 따라 정말 다르다.
김씨네붴은 혼밥 하기 딱 좋은 곳이다. 그리고 부산의 적당한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골목에 위치해 있다. 세프의 시크한 친절함도 그리 부감스럽지 않다. 부산 여행자가 부산의 골목 정취와 현지화된 아부라 소바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추천할 만하다.
자본시장역사박물관이 위치한 BIFC 쇼핑몰에도 김씨네붴이 입점해 있었다. 개인적으로 반가움과 아쉬움이 교차하였다. 장사라는 입장에서 매장을 늘이는 것은 당연하다. 음식 문화라는 측면에서 김씨네붴의 그 정취가 현대식 쇼핑몰 음식점으로 들어오는 순간 음식만 남고 그 정취가 사라진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자본시장역사박물관으로 출장을 갈 때는 부산 골목과 허름한 식당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김씨네붴 본점으로 가곤 했다.
[AI 추천 _ 아부라소바 맛집]
** 클로바와 바드가 추천한 곳 _ 방문했던 곳 중 개인적으로 인사이트가 없었던 곳은 제외
1. 칸다소바 : 동경식 마제소바와 아브라소바를 판매하는 곳 (홍대, 대학로, 서면 등등에 위치)
2. 아부라소바: 강남, 논현 학동에 위치한 곳, 특제 라유소스와 특제 베지소스의 아부라소바가 대표 메뉴
3. 소바 미나미: 서초동에 위치한 정통 일식 소바 전문점
나는 음식 및 요리 전문가가 아니다.
그저 내 입에 맞는,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먹는 그런 음식과 음식점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에게 음식은 나에게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의 문화이다.
이 시대 음식 역할과 본질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나의 개인적인 생각은 "익숙한 새로움"으로 답을 내렸다.
이 답을 기준으로 나만의 평가 지수로 음식점을 기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