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해랑
식 당 명 : 늘해랑
먹었던 음식 : 돼지국밥, 수육
위 치 : https://maps.app.goo.gl/bzZmqYZ7zfK7xWGp7
[5점 만점]
부산 지역 음식을 찾다 보면, 가끔 난 나의 정체성에 혼돈이 온다. 부산에서 20년 넘게 살다 서울로 상경한 나에게 "이것도 부산 음식이야?라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는 음식을 만나게 될 때이다. 그런데 이 질문을 다른 관점에서 보면 나는 20년 넘게 부산에서 참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 외식이라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던 70 ~ 80년대, 나에게는 어머니가 만드신 음식이 최고 맛집이었다. 아버지가 누렁 월급봉투를 갖고 오시는 날에 술 한잔 드시면 어머니에게 약간의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아버지는 통닭을 꼭 사 오셨다. 우리 남매의 생일, 입학과 졸업식 날에는 짜장면과 탕수육을... 그렇게 어릴 적 외식이라는 것이 정말 특별한 날에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었다.
나는 부산 지역 향토 음식 "돼지국밥"을 서울 지인이 소개해줘서 알게 되었다.
부산 지역 향토 음식 중 전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음식들이 많다. 돼지국밥도 그러했다.
서울 설렁탕, 나주 곰탕, 병천 순대국에 익숙했던 나에게 부산 돼지국밥은 순대국밥과의 변별력을 갖지 못했다. 돼지 뼈로 우려낸 육수에 돼지 편육인가! 순대인가! 의 차이일 뿐... 난 순대국밥을 먹을 때 들께와 양념장을 넣어 먹는다. 나의 입맛에 적당한 간으로 구수함과 얼큰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돼지국밥을 먹을 때는 새우젓으로 간을 하고, 편육은 새우젓과 함께 먹는다.
부산에서 늘해랑의 돼지국밥을 경험하기 전, 서울에서는 돼지국밥집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외근을 다니다가 돼지국밥 식당을 우연히 발견하고 식당을 방문하여 주문하면 돼지국밥에서 돼지 구린내 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 때문에 난 돼지국밥을 거의 먹지 못했던 경함이 많았다. 그래서 서울에서 돼지국밥을 먹지 않고, 찾지도 않으면서 순대국밥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나의 부산 맛집 기행은 부산 파트너 최소장께서 큰 역할을 했다. 늘해랑 돼지국밥 역시 마찬가지이다.
부산 출장 때 최소장께서 일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가려 나를 붙잡고, 수육에 소주 한잔을 권했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술은 많이 마시지 않는 조건으로 함께 하기로 하였다.
부산에서 유명한 돼지수육집이라 말하고 문현동에서 양정까지 차를 타고 함께 이동하였다. 그의 차 안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도착한 양정 길목에서 어디선가 익숙한 모습들이 나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동차 속도가 줄어들고, 골목으로 차가 들어서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식당 골목이 위치한 곳은 내가 중학교 시절을 보냈던 우리 집 동네 어귀였다. 주차를 하고 차에 내려서 식당으로 걸어가는 그 길목은 까까머리 중학생이 그렇게 뛰어다닌 던 골목이었다. 신기하게도 이곳은 그렇게 많이 변하지도 않고 그 시절을 품고 있었다. 내 기억 저편에 늘해랑은 일반 가정집이었다. 중학교 때 살았던 우리 집은 식당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다. 묘한 감정과 미소를 머금고 나는 늘해랑으로 들어섰다.
돼지국밥으로 저녁을 먹는 손님과 소주에 수육을 먹는 손님들로 늘해랑은 붐비고 있었다. 최소장께서는 수육과 소주 한 병을 주문하였다. 늘해랑의 돼지 수육은 그 옛날 집에서 김장김치와 함께 먹는 고기의 풍미가 있었다. 부드럽고 윤기가 흐르며, 잡내가 없었다. 내 기분 탓인지? 아니면 정말 이곳이 맛집인지? 잠시 헷갈리는 순간도 있었지만, 늘해랑의 손님들을 보면서 부산 맛집이라는 생각이 확실히 들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술 한잔과 함께 시작하는 남자들의 수다는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고향 동네에서 나는 낯선 이방인이 되어, 부산 사람과 소주 한잔 기울이며, 살아가는 얘기, 일 얘기를 한다는 것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간단히 한잔하자는 말은 사라지고, 얼큰하게 취기가 오르는 수준까지 술잔을 기울이고 우리는 헤어졌다.
다음 날 일을 일찍 마치고 서울로 귀경을 해야 하는 데, 나는 돼지국밥과 동네 생각에 지하철을 타고 늘해랑으로 향했다. 귀경 기차표는 취소하고 늦은 저녁 시간으로 다시 기차를 예매하였다. 바로 서울로 귀경하는 것이 알 수 없는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았다. 문현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면역에서 갈아타고 양정역에 도착하였다. 지방 식당의 경우 혼밥 하는 것이 쉽지 않아 식당에 손님이 많으면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다시 방문할 생각으로 늘해랑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은 조금 지나서 인지 다행히 사람들이 많이 없었다. 구석 자리를 잡고 돼지국밥을 주문했다. 돼지국밥과 새우젓, 소면 그리고 반찬들, 서울 식당에서 경험했던 돼지 구린내에 대한 선입견이 어제 수육으로 잊어버리고, 돼지국밥을 먹어보기로 했다. 최소장께서 소개한 늘해랑 방문 전, 나는 부산에서 돼지국밥 경험은 부경대 인근 쌍둥이 돼지국밥, 부산역 앞의 청춘돼지순대국밥, 본전돼지국밥 정도였다. 이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집은 쌍둥이 돼지 국밥이 유일하다.
늘해랑의 돼지국밥은 깔끔하고 고소했다. 젊은 사람들이 먹기에 손색이 없는 맛이었다. 입 속에 기름기가 많이 남지 않았고, 국밥의 고기는 새우젓과 함께 먹었을 때 고소함이 더했다.
지난밤 수육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식사를 끝내고 늘해랑을 나와, 난 그때 그 시절을 기억하고 파서 동네 한 바퀴를 거닐기 시작했다. 저곳에서 아버지가 퇴근하고 오시던 길, 저기 저곳은 어머니가 장을 보고 두 손 가득 무거운 짐을 들고 오시던 길, 그 옛날 친구들과 거닐었던 그 길들 속에 아련한 장면들이 스쳐 지나간다. 어디선가 갑자기 친구가 내 이름을 불러줄 것 같은 느낌...
그렇게 난 기차 시간이 다가올 때까지 동네 구석구석을 거닐었다. 그 시절의 만화방 뚱보 아줌마도, 오락실 아저씨도, 떡볶이, 라면 팔던 할머니도 볼 수 없었다.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동네에서 제일 예뻤던 여중생의 모습은 희미하기만 하다.
몇 년이 지난 후 나는 다시 늘해랑에 가게 되었다. 그때는 나 혼자가 아니었다. 대학생 아들과 가족 여행으로 부산에 갔다. 아들에게 부산 맛집을 알려주기 위해 늘해랑에 다시 갔었다.
아들과 나는 수육과 돼지국밥 그리고 소주 한 병을 시키고 낮술을 마셨다. 그렇게 또 남자들의 수다는 시작되었고, 점심 반주로 시작된 낮술을 비우고 아들과 함께 동네를 거닐었다. 이제는 동네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여행객으로, 아들은 조금은 낙후된 부산의 낯선 어느 골목을 여행을 하게 되었다. 낮술 덕에 아들과 나의 수다는 동네를 거니는 동안 계속되었고, 나는 그 옛날 친구들과 함께 밤 길을 거닐며 수다를 피웠던 시간들과 오버랩이 되고 있었다.
늘해랑이 나에게 돼지국밥에 대한 인식 변화화 함께 그때 시절과 아들과의 추억을 담아 주었다.
[AI 추천 _ 돼지국밥 맛집]
** 클로바와 바드가 동시 추천한 곳 _ 방문했던 곳 중 개인적으로 인사이트가 없었던 곳은 제외
1. 합천일류돼지국밥 : 주소 : 부산 사상구 광장로 34 / 구포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나는 음식 및 요리 전문가가 아니다.
그저 내 입에 맞는,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먹는 그런 음식과 음식점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에게 음식은 나에게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의 문화이다.
이 시대 음식 역할과 본질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나의 개인적인 생각은 "익숙한 새로움"으로 답을 내렸다.
이 답을 기준으로 나만의 평가 지수로 음식점을 기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