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모사드와 만남

웹 소설 같은 논픽션 에세이 _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미국

by 김성원

워싱턴 D.C에서 늦은 점심을 먹은 후 우리는 뉴욕으로 돌아왔고 HR 방에서 이스라엘 출장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이스라엘은 2년 전부터 Cray 슈퍼컴퓨터 구입을 희망하여 판매를 요청하여 왔으나 번번이 거절당해 왔다고 하였다. 본인도 이유는 모르겠으나 미국 정부에서 허락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번 출장은 이스라엘의 예상 설치 장소인 대학교 방문과 정확한 의중 파악이 목적이며 관리 용역업체 직원이 아닌 국방부 직원 신분으로 가는 것이니 공무여권을 챙기라고 하였다.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의 벤구리온 공항에 도착하여 본 풍경은 살벌함 그 자체였다.

공항 안에는 완전 무장을 한 군인들이 정말 많았다. 분쟁이 끊이지 않는 나라인 만큼 공항에서 텔아비브까지 가는 길에 완전무장한 군인들과 장갑차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마중 나온 대사관 직원과 함께 대사관으로 가면서 거리의 군인들이 총기를 휴대한 상태로 담배도 피우고 대화를 나누는 것에 대해 물으니 이곳은 휴가 나올 때에도 본인의 개인 화기는 소지하고 나온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전쟁의 경험으로 유사시 언제라도 전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조치였을 것이다.

대사관 도착 후 HR과 나는 우리와 미팅을 가질 이스라엘 담당자에 관련된 브리핑을 받았다.

나는 단순히 대학교 행정 담당자와의 미팅을 생각하고 있었으나 의외로 우리의 미팅 대상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중간급 간부라고 하였다.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간부가 나온다는 말에 어차피 사용 목적은 학술적인 것이 아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개인적인 생각은 HR의 설명으로 이해가 되었다.

모사드 로고

미국에서 유대인을 뜻하는 ‘쥬이시’나 폄하하여 ‘쥬’라고 부르는 그저 지독한 민족이라는 편견의 상징이요 미국의 정계와 재계는 물론 법조계를 흔드는 유대인들의 조국 이스라엘에서 모사드는 이스라엘 사회 전체를 관여하고 있었다.


모사드의 좌우명이 구약성경의 구절이다.

“너는 전략으로 싸우라 승리는 지략이 많음에 있느니라” (잠언 24:6)

미국 CIA의 좌우명은 신약성경의 구절이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요한 8:32)


좌우명만큼 정보에 있어서는 CIA를 능가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라고 하였다. 전 세계에 거주하고 있는 약 1,300만 명의 유대인 공동체를 통한 정보 수집 능력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또한, 스파이 활동을 하는 요원들의 수가 미국 CIA 다음으로 가장 많다고 하였고 이스라엘 국내 법의 범주 안에 없는 수상의 직속 기관으로 법 위에 존재하는 조직이라고 하였다.


냉전시대 동안 미국의 정보력을 폄하하는 농담이 하나 있었다.

“소련이 미국을 향해 핵 미사일을 발사할 계획을 수립하면 모사드가 제일 먼저 알고 날짜가 잡히면 화상들이 알고 발사하러 가는 도중에 소련의 정보기관인 KGB가 알고 발사 버튼을 누르면 CIA가 안다”


약속 장소이자 숙소로 정한 힐튼 호텔로 가면서 접한 텔아비브의 거리는 무척 평화스럽게 보였지만 노천카페에서 총기를 옆에 세워둔 체 커피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는 군복 차림의 남녀들의 모습은 점령지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전쟁 영화의 장면을 연상케 하였다. 대사관 직원의 안내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모사드 간부를 소개받았다. 샤프하고 선이 굵을 것 같았던 나의 상상을 완전히 무너뜨린 어마어마한 허리둘레와 작은 키의 어눌한 짧은 영어를 사용하는 간부는 마치 동네 아저씨와 같은 평범한 모습이었다.


악수를 하고 앉자마자 간부는 미국 정부의 슈퍼컴퓨터 수출 제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이미 핵무기도 보유했고 한 달 전 정찰 위성도 쏘아 올렸는데…

"미국이 우려하는 부분에서 모든 것이 가능한 이스라엘인데 왜 수출을 허락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된다.”

HR의 답변은 “그래서요.”였다.

짧지만 미국의 입장을 대신 하기에 충분한 답변이었다.

HR의 짧은 답변을 들은 간부는 빙그레 웃으며 “사우디 아라비아는 되고 이스라엘은 안된다?

우리를 지긋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HR의 마음은 어떠했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놀란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애를 썼던 것 같다. 얼마 전 사우디 아라비아에 Cray 한대가 수출된 사실은 알고 있었다. “이 사람이 어찌 알고 있단 말인가?” 과연 모사드의 정보력은 어디까지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HR도 웃으며 답하였다.

“그럼 사우디 아라비아 어디에 설치되어 있는지도 아시겠네요?”

“모든 것을 아실 테니 말씀드립니다만 미국 정유 회사들의 시설도 그렇고 채굴에 대한 기술협력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어쩌면 미국이 더 필요해서 설치한 것이 아닐까요?

두 사람은 마치 테니스나 탁구처럼 주거니 받거니 소위 기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HR은 곧바로 말을 이어갔다. “어떠한 경우라도 유전지대에 핵 공격을 할 바보는 없을 겁니다. 공격을 당할 이유가 없는데 굳이 핵보유를 목적으로 슈퍼컴퓨터를 구매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상대인 간부가 대꾸할 틈을 주지 않고 바로 “이스라엘이면 모르겠습니다

HR의 이 말이 멋진 한방인지? 아니면 미국으로 돌아가 욕먹을 일인지?

아무튼 그것으로 슈퍼컴퓨터의 갑론을박은 짧지만 굵게 끝났다.

간부는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저녁을 사겠다고 제안하지만 HR은 미국 호텔인 이곳 힐튼에서 자기가 사겠다고 제안하였지만 모사드 간부는 정중히 거절한 후 호텔을 떠났다. HR은 나를 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호텔 체크인을 한 우리는 잠시 후 저녁 식사를 위해 호텔 안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잠시 후 동석했던 대사관 직원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는 매부리코를 가진 전형적인 유대인을 만났다. 짧은 안부를 주고받은 후 그 사람은 떠났고 대사관 직원은 얼마 전 HR과 같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HR이 웃는 것으로 보아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는 것 같았고 대사관 직원은 나에게 저 사람도 모사드 요원이라고 말해주었다.

아마 ‘우리는 너희들을 지켜보고 있어’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는지 그 의중은 알 수 없었으나 원래 대사관 직원과 함께 나누기로 하였던 대화의 주제는 다음날 대사관에서 하기로 하였다.

그 결정도 말이 아닌 냅킨에 글씨로 쓴 후 화장실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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