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소설 같은 논픽션 에세이 _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미국
이스라엘 모사드 중간 간부와 헤어져 호텔에 돌아온 우리는 지중해가 한눈에 보이는 식당에서 저녁을 함께했다. 대사관 직원은 고향인 미국의 이런저런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지금처럼 전 세계의 사정을 모니터를 통해 한눈에 볼 수 없었던 시절의 얘기다.
다음날 아침 일찍 HR과 대사관으로 향하였다. 호텔에서 5분도 안 걸리는 해변 도로 옆에 위치하고 있었다. HR이 대사를 만나러 올라간 사이 나는 어제 만난 대사관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평화협정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불만을 열심히 늘어놓았다. 아마도 속 시원히 말할 대상이 없는 것 같아 들어주고 있던 중 행사용 제복을 멋지게 차려입은 해병대 군인 두 명이 들어왔다. 그날 대사관 안에서 이스라엘 정부와의 협약식이 있는 관계로 확인 중이며 방해하여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절도 있게 거수경례를 하고 나갔다. 현재 예루살렘으로 이전한 미국 대사관 부지 사용에 관한 협약식이라는 것은 귀국을 위해 벤구리온 공항으로 향하던 차에서 HR로부터 들었다.
이전과 관련하여 말들이 많았지만 이미 1988년에 정해진 내용이었다. 향 후 99년간 임대, 임대료는 $1.00이었다. 이스라엘에게 예루살렘은 성지이다. 그곳을 국가의 수도로 정하는 일을 하루아침에 정할 수는 없었을 것이고 미국도 대사관을 옮긴다는 것은 해당 국가의 수도에 위치하는 것이 관례였을 텐데 이미 1988년에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했었다는 증거 아니었을까, 이유와 과정이 무엇이든 누군가는 20여 년을 진행해 온 것이고 미국이 전 세계에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게 만든 유대인들도 참 대단한 민족이란 생각이 든다.
HR과 모사드 간부 간의 갑론을박에서의 승자는 HR였을 지도 모르겠으나 이스라엘은 그 해 슈퍼컴퓨터를 손에 넣었다. 최종 사용 목적이 무엇인지는 몰랐으나 이후 이스라엘로 출장을 간 자료가 없는 것으로 보아 판매 후 미국 입장에서의 관리는 포기했었던 것 같다. 우리 출장의 주된 목적이 무엇인지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것 같다.
미국은 오일 달러의 맛과 위력을 경험한 중동 산유국들이 그들의 석유자원을 무기화하는 것을 원치 않았고 용납할 수도 없기에 가능한 친미 성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때에 따라서는 중동 내 힘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미명 하에 무기를 지원하기도 하였다. 이란 콘트라 스캔들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전신은 미국 쉐브론(Chevron)이 보유하고 있었던 채굴권과 정유 관리 부분의 지분을 사우디 정부에 넘기면서 국영 회사가 되었고 엑슨(Exxon)이나 모빌(Mobil)이 투자한 정제 시설과 오일 달러를 이용한 무기 수출의 중동 최대 고객으로 이미 미국의 우방을 만들어 놓았다.
지정학적으로 볼 때 이스라엘은 미국에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정착민에서 시작된 유대인들이 독립된 국가를 선포하면서 영토 확장을 하기 시작하였고 기존의 영토를 침략당한 국가들 입장에서 순순히 침략자에게 당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수 천년 동안 나라 없는 설움을 극복한 전 세계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국가를 존속시키기 위한 전쟁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 또한 그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여기에 최대 강대국인 미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570여만 명이 자금력과 정치적 로비를 통해 450여만 명이 살고 있는 조국을 미국의 보호 아래 두려고 한 것 또한 생존을 위한 수단이었다.
미국의 입장에선 중동지역의 균형을 위해 대내적으로는 년간 30억 달러에 상응하는 각종 원조를 지원하여 왔으며 대외적으로는 세계 무대에서 여러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주었다. 중동에서 비 나토 회원국이 이스라엘과 이집트 뿐인 것도 중동에서 친미 국가들을 통해 미국의 방위선을 구축한다는 의미 이기도 하였다. 이집트에게 매년 20억 달러 이상의 군사 및 경제원조를 하고 있는 이유는 수에즈 운하를 통한 유럽으로 원활한 원유 수송과 페르시아만을 포함한 아라비아 반도를 미국의 통제하에 두어야만 미국의 항모 전단을 이동하여 군사적 우위로 중동 전역을 통제하려는 의도였다.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HR은 본인의 업무를 나는 벤구리온 공항에서 받은 인도 출장 일정 메시지에 따른 준비를 위해 사무실로 갔다. 출장 준비를 위한 일정 확인을 하는 중 방으로 오라는 HR의 호출이 있었다. 새로운 행정부가 출범되면 모든 수장들이 바뀌면서 정책도 바뀔 것이라 했다. 우리 업무의 관리 주체가 변경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 이번 출장 후 내 포지션에 대해 의논하자고 하였다. 상사로부터 이런 언질을 받는 것은 두 가지다. ‘이제 여기까지’라고 해고나 퇴사를 통보하는 것 아니면 더 많은 혜택을 먼저 말해주며 진급을 축하해주고 훨씬 더 많은 책임과 의무를 통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