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순간은 미래에서 찾을 수 없다. 행복의 감각은 언제나 '상상된 과거'이며 '채집된 기억'이다. 기억은 정신을 경작하고, 상상은 영혼을 가꾼다. 예술가의 노동은 행복을 찾아가는 산책이며, 예술 작품은 영혼의 감각을 일깨우는 장소다.
정원에서 행복을 가꾸는 이존립 작가의 개인전이 세종대학교 세종뮤지엄갤러리 1관에서 6월 4일(수)부터 15일(일)까지 진행된다. '정원에서 꿈꾸다'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인간에 대한 애정과 자연에 대한 동경을 '정원'이라는 공간에 담아 온 작가의 작품 23점을 만날 수 있다.
# 정원, 행복의 거처(居處)
A happy day, 140x70cm, Oil on canvas, 2024
이존립 작가는 독자들에게 자신이 가꿔 온 정원(庭園)을 거닐며 산책(廷)하는 여유(袁)를 즐기도록 안내하는 길잡이다. 작가에게 ‘정원’은 반(反)도시이고, 산책은 반(反)문명이며, 쉼은 반(反)물질이다. 고갱이 타히티섬 원시림과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품은 것처럼 이존립에게 ‘정원’은 “문명에 지친 영혼들이 잠자고 놀고 쉴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그가 경작한 ‘정원’은 원색의 식물들과 그림자가 공존하고, 거대하게 가설(假設)된 자연은 산책하는 인간을 맞이하는 장소다. 인간이 회귀하고 모든 생명이 환대 받는 자연은 그 자체로 영혼을 깨우는 공간이자 행복의 거처(居處)다. 산책자들은 이 정원에서 쉼의 순간을 맞이하고, 원색의 풍경 안에서 ‘생(生)의 감각’을 회복한다.
# 기억과 상상의 사이, 행복의 시원(始原)
정원-소풍, 130.3×80.3, Oil on canvas, 2025
이존립 작가가 짓고 있는 ‘행복의 정원’은 유년시절 자신의 내면에 심어진 ‘오래된 기억’이며, ‘행복의 시원’은 아름다웠던 자연에의 동경(憧憬)이다. 작가는 문명의 욕망과 탐욕이 아니라 오래된 평온과 순수로서 행복의 시원에 닿고자 한다.
어릴 적 늘 반겨준 뒷동산과 아름드리나무, 어머니의 살 냄새 같이 달콤한 풀향기 가득했던 행복의 공간을 작가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그곳은 피아노와 종달새가 마주 노래하고, 공작새와 노루가 만나고, 반딧불과 인간이 서로 반기는 ‘기억과 상상의 사이’에 존재할테다.
작가는 언젠가 “그림을 통해 삶을 찾아내고, 그림으로서 응변(應變)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자신의 삶과 태도가 곧 그림의 원천이고, 예술을 향한 의지만큼은 정체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계속해서 ‘영혼을 가꾸는 정원의 화가’ 이존립을 주목해야 할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