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작가의 개인전 <도깨비집-경계의 날개>가 옵스큐라 성북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옵스큐라 성북’ 전시장 외부에서 작품 '한글도깨비'를 찍은 이미지다. ⓒ 옵스큐라
날개 안상수가 불가해(不可解) 존재 '도깨비'를 소환했다.
안상수 작가의 개인전 <도깨비집-경계의 날개>가 옵스큐라 성북(서울 성북구 성북로23길 164)에서 열리고 있다. 한글 타이포그래피 미학을 개척해 온 안상수는 시인 이상의 실험 정신과 한글의 조형미를 애지음하며 수행해 온 도안가(道眼家)다. 이번 전시는 한글로 멋지음한 '도깨비展'이다.
도깨비는 목적(居處) 없는 존재다. 떠돌며 노래(舞歌) 부르는 인간의 그림자다. 심심소일(心心消日)로 씨름질 청하거나 방망이 두드리며 별안간 나타나는 두두리(豆豆里)다. 그래서 집이 없다. 거처불명이다. 안상수 작가가 성북동 집 한켠에 도깨비집(巫家)를 마련한 까닭이다.
이번 성북동 옵스큐라 <도깨비집> 전시관은 말 그대로 도깨비 거처다. 사라진 도깨비를 부르기 위한 당골집(堂谷家)이다. 도깨비를 불러내기 위해 무당 당골레는 검은 유언(幽言)을 허공에 날리고, 소환된 도깨비는 화가의 유언(流言)에 따라 이미지로 드러난다.
도깨비는 말(言) 없는 존재다. 인간의 이야기만 일부 전한다. 있으면서 없는 존재다. 그러니 얼굴도 없다. 안상수 작가는 '없는 얼굴' 도깨비와 '있는 얼굴' 도깨비를 보는 눈, 도안(道眼)을 가졌다. 없는 것을 보고, 본 것을 만든다. 글자와 이미지가 서로 화통(化通)하여 그 어울림 경계에서 만들어진 작품이 '한글도깨비'다.
한글은 음(音)으로 문(文)을 만든 예술이다. 남의 정신과 무늬를 거부하고 쉽고 간단하게 만든 이간(易簡)의 예술이다. "한글은 큰 멋짓이다. 큰 디자인이 한글이다." 안상수의 선언이다. 그렇게 안상수의 도깨비는 한글로 멋지음되며, 간이의 미학은 경계를 가로지르는 날개 안상수의 예술로 완성된다.
들리지 않는 음성(吟聲)에 붙잡힌 존재의 방에는 어느 예술가가 흔적 남긴 시 한편과 도깨비-인간이 풍류 즐기는 음악(巫歌)만 흘러나오고 있다. 다시, 도깨비는 귀환할 수 있을까.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에서 다시, 인간은 도깨비와 어울릴 수 있을까. 한글-도깨비는 그저 지켜 보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