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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hoon Shim Oct 09. 2020

(6)(듣는) 협상가와 (읽는) 협상가의 차이-당신은?

마치 양손잡이 (ambidextrous)선수처럼 (듣고 읽는 협상 내공)

내가 후후 불면서 맛나게 버섯 포카치아를 다 먹고 나서야 그는 안도하듯이 나에게 질문을 하나 던졌다.


"인공지능 AI시대가 곧 온다고들 난리들인데, (협상이 주인)이 생각하기에, 인공지능 AI가 본격적으로 협상에 임하게 된다면, (읽는 형) 협상가에 더 강할까 아니면 (듣는 형) 협상가에 더 강할까?"


갑자기 인공지능 AI가 우리가 키우는 "협상"이를 대체할 수도 있다는 말에 기껏 맛있게 먹은 버섯 포카치아가 내 뱃속에서 얹히는 줄 알았다. 머뭇거리는 나에게 그가 들려준 대답은 (맨 아래 사진 옆에) 적어 놓았다.


이 글을 읽는 오늘 당장, 회사에서 내가 매일 보고하는 대상인 부장님 또는 팀장님 또는 사장님이 (듣는 형 인간)인지 (읽는 형 인간)인지 한번 생각해 보자. 


(듣는 형 인간)의 특징은, 

부하직원이 (이메일로 아무리 자세하게 써서 보고) 해도 또는 (A4용지에 깔끔하고 읽기 좋게 보고 사항을 요약)해서 검은색 결재판에 잘 넣어서 책상에 올려 드려도, 그것들을 읽고 결정할 때, 꼭 작성자인 부하직원을 굳이 부른다. 


부장님: "여기 자세히 썼는데, 뭐라고 썼는지 잘 모르겠고, 일단 나에게 여기 쓴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해봐"

나: "아, 예... 그러니까..."


그래서 부하직원은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어차피 보고서를 아무리 잘 써도, 결국 불려 와서 항상 구두 보고 해야 하는구나. 앞으로 문서 보고서 쓸 때는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냥 아주 간단하게만 쓰고, 구두 보고에 집중해야겠다'라고 판단하게 된다.  


반대로, (읽는 형 인간)의 특징은, 

부하직원이 부장님 방에 찾아와서 (아무리 설명하고 구두보고)를 해도


부장님: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고, 일단 나에게 A4용지 한 장에 깔끔하게 요약해서 보고서 올려봐"

나: "아, 예... 그럼, 좀 전에 설명드렸던 것들을 다시 글로 써서 서면 보고로 올리겠습니다.."


그래서 부하직원은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어차피 구두 보고해 봤자 내 입만 아프네. 앞으로 구두 보고로 시간 낭비하지 말고 서면 보고에 집중해야겠다'라고 판단하게 된다.  


참고로, 그는 (듣는 형 인간)에 더 가깝다고 한다. 그의 부하 직원들이 그의 방으로 와서 몇 마디로 설명하면 될걸 굳이 장시간 보고서 형식으로 써서 또는 종이로 출력해서 그에게 서면 보고하는 것으로 시간 낭비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가 (듣는 형 인간)인 또 다른 이유는, 미국 로스쿨 J.D. (Juris Doctor) 과정 3년 동안 토론식 강의로 훈련을 받다 보니, 혼자서 열심히 서면을 보는 것보다는, 상대방과의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 결론에 이르는 과정과 절차를 훨씬 선호하게 되었다. 부하직원이 필자에게 구두로 보고할 때 궁금한 것은 바로바로 현장에서 물어보고 서로 크로스 체킹 (cross-checking)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생산적이라고 느끼고 있다.


(듣는 형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그가 앞선 글 (스토리텔링 기법 - 협상의 마법!)에서 설명했던 "행동"으로 표현하는 스토리텔링의 장점과 맥을 같이 한다. 부하직원이 구두 보고할 때, 그 구두 보고의 내용은 물론이고 필자 앞에서 보고하고 있는 부하 직원의 표정, 자신감, 또는 머뭇거림이나 난처해하는 모습 등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보고 사안에 대한 의사 결정자로서 "진행할지 말지" 또는 어떻게 의사 결정을 할지를 판단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이 협상의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다면, 본인이 (읽는 형 인간)인지 (듣는 형 인간)인지를 진지하게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본인이 (읽는 형 인간)이라면, 대면 (face to face) 협상을 전략적으로 최소화하고 주로 이메일 또는 메신저로 협상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대로 본인이 (듣는 형 인간)이라면,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는 라운드에서는 무조건 대면 (face to face) 협상 또는 화상 협상을 고집해야 한다.


간혹, 그와 같은 (듣는 형 인간)을 넘어서서, (듣는 형 인간)이면서 동시에 (읽는 형 인간)인 완벽한 협상가를 만날 때가 있다. 마치 야구에서 타석에 들어가 보니, 상대방 투수가 우완 투수도 될 수 있고 동시에 좌완 투수도 될 수 있는 완벽한 양손잡이 (ambidextrous) 선수일 때 느끼는 긴장감처럼, (듣고 읽는 협상 내공)이 매우 높은 협상 전문가를 만나면 정말 그 또는 그녀를 연구하고 싶어 질 때가 많다.


총명 (聰明)이란 단어가 있다. 


- 총(聰)은 (듣는 형 인간)에 해당한다. 총(聰)의 사전적 의미는 "귀가 밝다" 또는 "집중해서 잘 듣는다"에 해당한다. 


- 명(明)은 (읽는 형 인간)에 해당한다. 명(明)의 사전적 의미는 "시각적으로 밝다" 또는 "명료하게 드러내 나타난다"에 해당한다.


그런데 단일 단어인 (총)과 (명)이 합쳐져서 (총명)이란 합성어가 되면 "영리하고 재주가 있다"는 의미로 업그레이 된다. (총명)을 한-영 사전에서는 brilliant, intelligent, wise 등으로 설명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인 지금, 협상 상대방 측에서 협상 전문가랍시고 인공지능 AI를 협상 테이블에 내보낼 시대가 곧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 AI가 협상에 임할 때 (읽는 형) 협상가에 더 강할까 아니면 (듣는 형) 협상가에 더 강할까?


그의 소견으로는, 인공지능 AI 협상가는, 알파고가 이세돌을 바둑에서 압승하듯이, 서면 협상에서는 (읽는 형) 인간 협상가를 압도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대면 (face to face)으로 하는 구두 협상에서 인공지능 AI가 인간 목소리의 섬세한 감정 차이와 느낌을 이해할까? 인간 얼굴 어딘가 저 구석에서 잠깐 스쳐가는 미묘한 표정 변화가 60억 인구 개개인의 개성에 따라 다르게 표현될텐데 이것을 인공지능 AI가 완벽하게 분석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듣는 형) 인간 협상가의 경우에는 한번 대결해볼 만하지 않을까? 


아래 사진은,

그가 주선하고 진행했던 2015년 국제 협상인데, 당시 정의화 국회의장과의 의미 있는 미팅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미국이 준비하고 있던 TPP 조약에 대한민국 정부가 가입할 경우에 국회에서 바라보는 비준 동의 입장 등에 대해서 전반적인 이야기들이 잘 풀어졌다. 국경을 초월한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 (cross-border data flow)을 다루는 TPP 의제들이 혹시라도 우리나라 국회에 낯선 주제일까 봐 걱정했는데, 정의화 국회의장께서, 본인이 의사 출신임을 강조하시면서, IBM의 인공지능 의사 왓슨 (Watson)의 의료 빅데이터 분석을 포함하여,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을 전제로 하는 원격 의료의 법적 쟁점을 멋지게 꿰뚤고 계셨다. 

(듣는) 협상가들이었던 미국 변호사들은 의사 출신 국회의장이자 인공지능과 의료 빅데이터 전문성을 갖춘 정의화 국회의장님과의 미팅을 2015년 방한의 가장 중요했던 미팅으로 기억하고 있다.

대부분 외국 변호사들은 토론중심의 (듣는형) 인간들이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2015년 TPP 관련 미팅. 맨 왼쪽에 그의 20년지기 (밤색 빈티지 가방)이 또 보인다. 베트맨&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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