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으로 낙관하는 현실주의자' 비즈니스 매니저, 강화정
<5층 사람들>은 미디어오리의 사람들, 그들의 활동생각행복불안과 희망을 담는 코너입니다.
화정님을 처음 만난 건, 12월 중순 '1층에 빨간 천막이 있는 카페’가 있는 건물의 가장 꼭대기인 502호에서였다. 이 인터뷰는 그로부터 한 달여 뒤, 사무실에서 조금 떨어진, 엘리베이터가 없는 또 다른 오래된 상가 4층에 위치한 카페에서 진행되었다.
그 사이 나는 영상IN(지금의 미디어오리)의 새 프로그램 매니저로 들어오게 되었고, 그녀는 나를 두고 떠난다는 야속한 그 사람이 되어 퇴사를 앞두고 있었다. 이름에 불이 있어 사주에 유독 ‘화’가 많다는 그녀는, 내가 만나본 사람 중에 가장 온‘화’하고 단단한 사람이었다.
영상IN의 둘도 없는 비즈니스 매니저였던 그녀가 나고 자란 따뜻한 남쪽의 억양을 떠올리며 이 인터뷰를 읽는다면, 한 달이 채 안 되는 새에 그녀와 참 많이 가까워진 나처럼, 본인을 ‘이상으로 낙관하는 현실주의자’라 칭하는 그녀를 머릿속에 그려보기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아인 안녕하세요, 화정님. 화정님과 함께한 시간이 이렇게나 빨리 지나가버리다니. 일단, 본인에 대해 소개해주시겠어요? ‘강화정, 그녀는 누구인가’ (빠밤).
화정 되게 어렵네요, 뭔가.
아인 조금 쉽게 하자면, 일단 제가 아는 화정님은 영상IN의 매우 유능한 비즈니스 매니저이시고, 그리고 지금 서울에서 혼자 자취를 하고 있고, 이제 이곳을 떠난다는 것. 야속하게 나를 두고…
화정 이 글이 발행됨과 동시에…
아인 정말 동시에! 그리고 빨강을 매우 좋아한다는 것도 아네요.
화정 제가 남들한테 제 얘기를 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 어색하네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서울에 이제 6년 차가 되어 살고 있고. 여전히 말투는 고치지 못하고. 조금 오글거리기는 한데, ‘이상으로 낙관하는 현실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인 오, 되게 멋있는데요. 헤드라인 나왔다.
화정 현실주의자인가 이상주의자인가를 고민해봤을 때, 저는 되게 현실주의자 라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친구들이랑 얘기하다 보면 되게 시니컬하게 얘기하게 되기도 하고, ‘이 사회 썩었어’라고 얘기하기도 하고. 그런데 그거랑 좀 다르게, 조금 막연한 이상이나 긍정의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교훈을 주려고 그러는 건 전혀 아닌데, ‘힘든데 그래도 잘 될 거야’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될 것 같아요. 늘 비관하지 않으려고 해요. 제가 성격 자체가 되게 덤덤하기 때문에, 힘든 상황이더라도 그 감정이 금방 지나가더라고요.
아인 맞아요. 화정님에게는 그런 담담함, 담대함 같은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가 있는 이 스타트업이 변화가 엄청 많잖아요. 그 가운데에서 현실적으로 파악하려고 하고 해결을 하려고 하는 게, 비단 비즈니스 직무뿐만 아니라 제게도 꼭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걸 화정님이 너무 잘 하시고. 이건 비행기 태우는 거 절대 아닙니다. 팩트라고요.
어쨌든, 영상IN에서 꽤 오래 일하셨잖아요. 어떻게 이 회사에 오게 되었죠?
화정 제가 위릿 (weelit)이라는 미디어 팀을 했었어요. 대표를 맡고 있던 친구가 지인 영업으로 나리 님의 워크샵을 듣게 되고, 그래서 저도 영상IN을 알게 되었죠. 덕분에 대표인 나리님도 위릿이라는 팀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되고 저희에 대해 좋게 생각하신 거죠. 이 회사 자체가 인큐베이팅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니까 어떤 어려운 부분에 있어서 위릿을 도와주겠다, 하셨죠. 초반엔 이것저것 다했죠. 포스터도 만들고, 영상도 만들고, 지원 사업도 해보고. 이런 식으로 하다가 나리님이 ‘자네, 함께 일해보지 않겠나’ 하셔서. 인큐베이팅 대상으로 만났다가, 알바생이었다가 계약직이었다가 어느 순간 정직원이 되었네요. 껄껄.
아인 껄껄. 그렇다면 비즈니스 매니저가 하는 일은 뭔가요.
화정 일단, 이건 정말 기본적인 건데, MS 툴이나 한글과컴퓨터를 어렵지 않게 다룰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근데, 이건 어디를 가더라도 기본이 된다고 생각해요.
비즈니스 매니저는 운영을 하는 입장이잖아요. 물론 아주 작은 사업체라도 대표가 관리하는 게 크긴 한데, 그 옆에서 냉정하게 얘기해주고 현실적으로 계획을 수립하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대표가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결국엔 비즈니스 매니저인 것 같고. 다른 팀원들과 공유하는 것과는 별개로 조금 더 자세한 얘기, 현실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고 그에 대한 판단을 냉정하게 내릴 수 있는 사람.
지원 사업 관리도 하고, 회계업무도 하고, 총무도 하고, 디자이너도 하고, 다하는데. 어쨌든, 비즈니스 매니저이니까, 그게 제일 중요한 일이지 않나. 잘 굴러갈 수 있게 하는 역할을 비즈니스 매니저가 하는 것 같아요.
대표는 이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면,
비즈니스 매니저는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한 것들을 챙기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해요.
아인 근데 화정님이 그런 일들이 정말 잘 하시잖아요. 제가 제일 놀라운 부분은 그 ‘철두철미한 꼼꼼함’이랄까 (리스펙). 그거 원래 가지고 태어나신 건가요.
화정 저도 사실 덜렁거리는 부분이 많거든요. 그래서 안 그러려고 되게 노력하는 편이고. 완벽주의자적 성향이 있고 결벽증 같은 것도 있어요. 제가 밥 먹을 때 젓가락 길이를 꼭 맞추잖아요. 그런 거죠. 또, 영상 편집하기 이전에 카드 뉴스 만들고 글 쓰고 배치하고, 이런 것 다 했었거든요.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저한테 붙여준 별명이 ‘변태’였어요.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안 되는 거예요. 포스터 정중앙에 들어가야 할 사진 양옆의 간격이 안 맞거나 글자 폰트 한 글자가 진하게 되어 있거나 할 때 잡아내야 하고. 그런 성격이 있어요.
아인 그래서 그런 성향이 일로 나타나시는 거구나. 저도 화정님을 보면서 비즈니스 매니저는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는 걸 느꼈어요. 그럼, 꼼꼼함 이외에 비즈니스 매니저라는 직무를 잘 수행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화정 공부를 해야죠. 이 필드에 대한 공부를 해야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영상 일을 했기 때문에 아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더 넓은 세계에 대해서 아는 공부가 많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대표는 이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면, 비즈니스 매니저는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한 것들을 챙기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현실적인 감각들이 되게 필요한 것 같아요.
가시적으로 보이는 성과가 있는 일 (어떤 프로젝트를 기획하거나 뭘 만들어 내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좀 힘들 수 있겠지만은 그걸 어떻게 본인이 이겨내는가, 그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자기 스스로도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도록 계속 노력하는 게 필요해요. 저도 사실 조금 그랬었거든요. 그런 느낌이 들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 좋은 팀원을 만나는 것도 되게 도움이 된다고 봐요. 이거는 물론 역량 밖의 일이지만, 어쨌든 자기의 기준을 잃지 않는 거. 그러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인 그럼 이제 곧 퇴사하시는 시점에, 영상IN의 미래에 대해서 한마디 한다면.
화정 제가 나리님에게 직원 제의를 받았을 때 들었던 생각이 ‘아, 이 회사는 이전에 없던 일을 하는 곳이구나’였어요. 그래서 분명히 그 점에서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했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 회사가 그렇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대표와 ‘함께’ 일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대표를 받쳐서 일을 하는 게 아니고, 대표와 얘기도 많이 하고 구체적인 비전이 있으면 그걸 정말 현실화 시킬 수 있는 계획에 대해서,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를 잊지 않기 위해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고 같이 그려나가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렇게 한다면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인 오, 되게 필요한 이야기를 해주신 것 같아요. 저도 잘 새겨듣도록 할게요. 후, 그럼 이제 화정님은 어디로 가시나요. (눈물)
화정 음, 저는 이제 현실 속의 이상을 찾아서 떠나죠. 껄껄껄.
그렇게 그녀는 홀연히, 현실 속의 이상을 찾아 떠났다. 늘 가장 먼저 출근해 5층까지 걸어오는 이들의 무거워진 발걸음을 반겨주던 그녀는 더 이상 거기에 없지만, 그녀가 지닌 좋은 기운 덕에 오게 된 새로운 동료가 그녀의 자리에서 우리를 보며 웃어 줄 것이다.
그럴 때마다 ‘껄껄껄’ 하며 인사하던 그녀의 웃음이 귓가를 스치는 건 분명 기분 탓이겠지만.
글 권아인
<숏다큐로 미디어 만들기>
미디어오리의 오리지널 미디어 '인터브이'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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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인큐베이터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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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층 사람들>
미디어오리 사람들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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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IN싸를 찾아서>
당신이 몰랐던 미디어업계의 '인싸'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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