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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디어오리 Sep 17. 2020

미장셴 덕후, 이인규 필름 메이커

닷페이스 필름메이커 이인규


<미디어IN싸를 찾아서>는 미디어오리가 미디어업계 인싸라고 생각하고, 더욱 인싸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다양하고 멋진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코너입니다. 





닷페이스. 뉴미디어 저널리즘 이야기를 할 때에 빼놓을 수 없는 미디어다. 닷페이스는 2016년 법인을 설립했고 3년 만에 21만 명 구독을 달성했다. 멤버십 사업인 '닷페 피플'을 통해 '찐팬층'까지 만들어내는 데에도 성공했다. '때깔'이라고도 일컬어지는 특유의 미장셴과 레거시 미디어와 확연히 구분되는 주제 선정, 보라색 BI 등을 통해 닷페이스는 뉴미디어 저널리즘계에서 독보적인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닷페이스는 미디어오리와 인연이 꽤 깊다. 미디어오리의 김나리 대표가 메디아티 비디오 스트레지스트(Video Strategist)로 재직할 당시 닷페이스는 김나리 대표의 강의를 듣는 메디아티의 엑설러레이팅 미디어였다. 그 인연으로 닷페이스 필름메이커 이인규는 김나리 대표의 미디어오리 워크샵을 지속해서 들었다. 그는 미디어오리 워크샵 최다 수강자라는 타이틀을 얻고 이젠 강사로 미디어오리와 연을 맺고 있다. 다양한 촬영에 함께 하는 미디어오리의 믿음직스러운 용병이기도 하다. 


오랜 닷페 피플인 권아인 프로그램 매니저가 그를 만나봤다.


김나리 대표의 초기 워크샵을 듣고 있는 이인규

닷페이스 '그 사람', 이인규


아인 |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인규 | 닷페이스 생길 때부터 같이 팀에 있었어요. 창립 멤버라고 하나요. 

원래는 연기 전공했었습니다.


아인 | 그거 정말 놀라운 이력이에요. 


인규 | 충격적이죠.


아인 | 충격까진 아니지만. 그럼 닷페이스는 어떻게 들어가게 되신거예요?


인규 | 예전에 2014-15년 때 한창 웹드라마가 인기였어서 저도 갓 졸업한 연기과 친구들이랑 재밌는 걸 해보자 해서 공모전 같은 것도 많이 나갔죠. 그런데 잘 안됐어요. 

그러다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대안 미디어에 관심이 많아서 '미스핏츠'에 들어가게 된거죠. 그때 영상팀에 계시던 팀장님이랑 썸머랑, 지금 훈련소 가신 더기 님까지 해서 (닷페이스를) 만들었죠. 

이제 저도 가야죠. 군대 갑니다, 저. 안녕…(그의 군대 계획은 코로나 때문에 일그러져 그는 아직 민간인이다)


아인 | 아, 슬프네요. 그럼 영상 촬영 감독으로 계셨던 거죠. 편집도 다 하셨나요.


인규 | 네, 멤버들이 다 언시 준비하시거나 방송이나 신문사에서 인턴을 하시던 분들이었고, 카메라를 다루고 영상 포지션에 있는 사람이 저랑 영상팀장님 밖에 없었어요. 그러다 그 분이 나가시고, 저 혼자 남게 된 거죠. 그때 본격적으로 소명과 사명 같은 것들이 생기면서 영상을 많이 만들었던 거 같아요. 실력도 많이 늘고요.


아인 | 어떤 소명과 사명을 갖게 되셨나요.


인규 | 당시 가치관을 가진 주제들을 다루는 대안 언론은 제가 느끼기엔 다 구렸거든요. 다 촌스롭고 낡아보이고 없어보이고. 요즘 느낌으로 세련되고, 예술적인 느낌을 섞으면 '우리가 다 처바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객기 아닌 객기가 있었어요.


나는 그 사람의 뺨을 칠 것이다


아인 | 객기하니까 생각나는 건데, 썸머님이 하셨던 인터뷰 중에 인규님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어요. 인규님이 롤모델을 이야기하면서 '나는 그 사람의 뺨을 칠 (정도로 성장할) 것이다'라 얘기하셨다고. 


인규 | 50프로는 진짜 확신이 있었어요. 왜나하면, 나는 너무 좋으니까. 이게 재밌으니까.

계속 하다 보니까 꾸준히 늘고 있는 것도 보이고. 그래서 자신도 있었어요.


아인 | 그래도 인규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으셨나봐요. 그 때가 닷페이스 초창기라 쉽지 않았을 텐데.


인규 | 네, 그런 것도 있었고 독기도 있었어요. 

닷페이스가 법인을 설립하고 투자금을 받기 전 한 6개월 정도, 그리고 팀빌딩을 하는 거의 일 년 가까이 월급을 안 받고 무급으로 일했어요. 진짜 헌신하는 느낌으로 했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때는 어리기도 했었고, 지금은 그렇게 못 할 것 같아요. 



미디어오리에게 SOS를 쳤던, 닷페이스 <소울푸드> 시리즈


아인 | 소울푸드 시리즈 되게 재밌게 봤는데.

인규 | 저도 얼마 전에 다시 한 번 봤는데, 재밌더라고요. 


아인 | 아, 이렇게 자랑을? 훅 들어왔네요. 저도 처음 봤을 때 되게 좋았던 건, '미장센에 많이 투자했구나-' 가 느껴지더라고요.


인규 | 소울푸드할 때 심혈을 기울여서 마스터피스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들어갔던 것 같아요. 근데 많이 그거 하면서 다쳤어요. 선욱 피디랑 저, 둘로는 불가능한 일이기도 했고요. 하면서 '우리가 참 많이 부족하구나'라는 걸 많이 느꼈어요. 

그때 미디어오리가 굉장히 큰 역할을 했어요. 나리 님이 아니었으면 이게 이렇게까지 잘 완성되기 어려운 콘텐츠였어요. (피디였던) 선욱님도 아마 이렇게 말씀하실 거예요. 그 때를 계기로 저희가 '이런 논픽션, 숏폼 다큐멘터리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야 되겠다'는 것을 배우기도 했었고. 훨씬 수월해졌던 면도 있어요. 


아인 | 그 때 당시에 나리님께 어떤 것에 대한 SOS를 하시게 된 건가요?

인규 | 인터뷰는 굉장히 많이 했었거든요. 소스도 많았고. 그래서 그 짧은 영상에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었는데. 사실 그 포맷 자체에 맞지 않는 이야기 구조였어요. 그래서 나리님이 딱 봤을 때 '덜어내야 된다' (라고 말씀하셨어요).


근데 이제 저희는 그런 생각을 했던 거죠. 그럼 이야기가 남는 게 있을까. 저희는 잘 몰랐기 때문에 무작정 걱정부터 했었던 건데, 나리님은 저희한테 용기를 줬던 거예요. 

"이렇게 해도 돼, 그리고 이제 훨씬 나아". 그래서 그때부터 '아, 우리가 영상에 굳이 모든걸 담을 필요는 없겠구나, 그 영상 포맷, 그 장르에 맞는 어떤 단 하나의 이야기만 있어도, 단 하나의 문장만 있어도 사실 충분히 좋은 영상이 될 수 있겠구나' 라고 깨달았고. 나리님은 스승님 같은 느낌이죠.



영상 포맷과 장르에 맞는
어떤 단 하나의 이야기만 있어도 
충분히 좋은 영상이 될 수 있겠구나.



아인 | 아, 이렇게 들으니까 미디어오리가 꽤나 큰 부분에 도움을 주었었군요.


인규 | 사실 미디어오리 워크샵 때 나리님 이야기를 들었을 땐 잘 몰랐어요. 그냥 선생님 같은 분이니까 그냥 믿고 따랐던 건데 그렇게 자문을 받고 그대로 만들어서 결과로 나오니까 '아, 이거구나', 머리를 맞은 듯한 느낌. 그건 만들면서 느껴봐야 아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작 방식 같은 것도 신경을 많이 써주셨어요. 그런 것들을 기반으로 닷페이스는 소규모 팀에 맞는 제작 체계와 프로세스를 만들었다고 전 자부하거든요.


아인 | 그럼 이걸 자문 받고 다른 시리즈 영상 만들 때도 똑같이 적용시켰던 건가요? 


인규 | 똑같이 만들었어요. 야끼니꾸 1편을 만들고 그 작업 방식, 그 시스템을 그대로 복제해서 2, 3, 4, 5편을 만들었어요. 그 다음 시리즈도 그렇게 만들었고요.


이 시스템을 갖고 있는 매체가 많지 않습니다. 다른 신문사, 방송사에서 운영하는 뉴미디어 매체들은 기존 거대 프로덕션의 시스템을 그대로 답습하는 형태인 것 같아요. 새로운 팀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한건데, 그걸 대부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래서 힘들다는 얘기를 엄청 많이 듣거든요. 근데 닷페이스는 그걸 조금 빨리 깨닫고 만들어낸 것에서 저는 나름 자부심이 있어요.


다른 매체분들도 미디어오리의 자문을 받으면, 그리고 그걸 믿고 따를 수 있는 열린 조직이라면, 저는 (더 효율적인 제작 방식이) 가능하리라 믿습니다. 


닷페이스를 떠나, 영상계의 스탠리인규브릭으로 


아인 | 그래서 닷페이스에서 얼마동안 계셨죠?


인규 | 3년. 닷페이스에서 딱 3년 일하고 퇴사했어요.


아인 | 인규님이 자칭 타칭 ‘영상계의 스탠리인규브릭’이라고 불리잖아요. 


인규 | 아 그쵸. 근데 저는 그게 참 아쉽다고 생각했어요. ‘왜 나밖에 없어?’ 

(뉴미디어 업계에서) 영상을 메인으로 하는 사람이 저밖에 없는 거예요. 카메라를 다루고, 어떤 이야기들을 영상적으로 구현해낼 수 있는 사람들이 없다는 게 저는 되게 놀랐거든요.


아인 | 그럼 그 닉네임은 인규님이 지으신 건가요?

인규 | 예, 제가 지었습니다. 


아인 | 그럼 '스탠리 큐브릭'의 완벽주의자적인 성향이 인규님에게도 혹시 있는 건가요.


인규 | 아니요, 그런 건 아니에요. 스탠리 큐브릭의 스타일이나 색채라던지, 저는 쓰진 않거든요. 저는 어떻게 보면 반대되는 느낌인데. 그냥 워낙 스탠리 큐브릭 하면, 대명사잖아요. 거장. 영화 역사의 아이콘. 그래서 쓰는 거죠. 


아인 | 그럼 지금 인규님은 프리랜서로 일하고 계시잖아요. 이제 혼자 일하신지 얼마나 되셨죠? 


인규 | 10월 1일부터 혼자 있었으니까. 3-4개월쯤 된거죠(인터뷰 기준). 

퇴사할 때 그런 생각 들잖아요. 이제 내가 이 험난한 세상에 혼자 나가서 클 수 있을까. 


아인 | 근데 굉장히 잘 크고 계신데요? 


인규 | 그래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할 것들은 굉장히 많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아인 | 그럼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실 계획이신가요?


인규 | 사진 작가라는 개념이 있잖아요. 근데 영상 작가라는 개념은 한국에선 그렇게 잘 없는 것 같거든요. 예술과 예술이 아닌 그 어떤 경계에서 작가적인 캐릭터를 만들고 싶은 게 있어요. 뭐 기깔난 아트웍을 한다는 건 아니고, 이런 영상이 필요할 땐 저 사람을 찾아가면 돼, 라는 그런 캐릭터를 갖고 싶어요.

그래서 저만의 어떤 강력한 시선 같은 걸 갖고 싶어요. 그러려면 촬영을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여러가지를 느낄 수 있어야 되고, 사람도 많이 만나고, 책도 많이 읽고 해야 하는데. 제가 또 그런 건 못 해서.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아인 | 아니, 하실 말 다해 놓으시고선 겸손으로 마무리하시다니. 인규님은 미디어오리의 워크샵을 꾸준히 들으시다가 저희 워크샵을 진행하시기까지 하시잖아요. 이 워크샵을 듣는 사람들이 어떤 걸 가져갔으면 하시나요?


인규 | 생각보다 저희같은 이런 제작자들이 근본이 없어요. 저도 마찬가지고. 저는 영상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엄청 큰 프로덕션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 보니까 주먹구구로 많이 하게 되는데,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그러다 보니까 그런 거에서 오는 실수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구요. 

그런 근본적인 이야기, 지식을 조금이나마 같이 나누자 생각해서, 저 스스로도 촬영에 관해서 공부를 많이 하긴 했어요. 뽕을 넣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사람들이 영상뽕을 맞으면 좋겠다, 싶은.


필름메이커 이인규는 9월 9일부터 미디어오리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아카데미] 촬영 워크샵을 진행하며 사람들에게 영상 뽕을 넣어주겠다는 다짐을 지키고 있다. 저널리즘 뉴미디어 콘텐츠에서 시작해, 이제는 뮤직비디오와 광고 촬영까지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는 이인규 필름메이커. 더 좋은 미장셴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그의 여정이 궁금하다.


인터뷰 권아인

정리 최주연


리인규 촬영감독과 함께 한 미디어오리 컨설팅 콘텐츠

2020년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특별상 - 추적단 불꽃

'여름의 마무리' 비건 토너 & 립 버터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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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다큐로 미디어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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