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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영등 Dec 03. 2022

차카게 살자 : 욱이의 고민상담 3


차카게 살자


 들이쉬고 내쉬는 숨이 스치는 자리에 가느다란 떨림이 일어나다 스러진다. 호흡을 따라 굳은 몸을 부드럽게 풀어주면, 막힌 기운이 흘러 온몸을 따숩게 감싸 안아 마음이 편안하다. 온 몸의 힘을 배꼽 세 치 아래에 툭 부려 등대삼아, 들이쉬는 숨은 조금 길고 강하게, 내쉬는 숨은 조금 짧고 약하게, 들숨과 날숨을 고르게 다스리는 호흡을 ‘욱’이에게 알리기에 뉴욕과 한국은 너무나 띄어있다. 


 그래서 알아서 제 길 찾으려니, 던지듯 ‘호흡을 고르게 하라’하고, 어쩌는지 그저 지켜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욱’이는 내 말을 척 받아내 나름의 길을 찾았다. 검도를 익혔던 ‘욱’이가 검도장에서 묵상하던 방식으로 호흡을 가다듬어내는 것이다. 


 “확실히 뭔가 차분해지고 좋습니다.” 


 “호흡을 고르게 하니, 이제 그 싫어하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일어날 때 더 잘 알아채게 되던가?” 


 “사실 요새는 분노보다는 좌절이 많아서 화난 건 그날 이후로 없어요. 분노는 뭔가 타오르는 기분인데, 아직도 그 사람들이랑 부딪힐 때는 힘들어요. 계속 해봐야죠 뭐.” 


 “분노가 잠시 떠난 사이에 좌절이라는 또 다른 감정이 그 자리를 채운거야. 분노가 피고 지듯 좌절 역시 그럴 거니까, 지금까지 잘 해오던 대로 감정을 알아차려 ‘욱’이가 감정에 휩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알아채는 연습을 해보니까 어때?”  


 “내가 이런 모습이었구나...하고 좀 떨어져 볼 수 있는 느낌?” 


 “자기를 바라볼 힘과 여유가 생겼구만. Good Job!”


 교무님의 분노와 괴로움은 어떠세요?” 


 “힘들지. 열 받을 때마다 입 밖으로 욕지거리가 삐져나오기는 하지만 대체로 잘 바라본다. 분노나 괴로움이란 게, 가까이는 내가 원하는 게 뜻대로 안되거나 남이 내가 원하는 대로 안 해줘서 일어나는 것이고, 멀게는 모르고 지은 죄에 대한 결과지.” 


 “제가 겪는 괴로움이 업業 때문이라는 겁니까? 보통 스님들은 ‘그 또한 네 업이다’ 뭐 이런 거 아니었어요? 그런 건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아요.” 


 “업은 어려운 말이고. 지은대로 받는다는 거야. 콩 심은데 콩 나는 거.”


 “이제 ‘욱’이가 할 일은 착한 일이야.” 


 “네? 제 업무자체가 그런 건데요?” 


 “멋진 직장 다니네. 난 ‘욱’이가 자네를 못살게 구는 사람들에게 공을 들였으면 해. 그런데 그게 어렵잖아. 그동안 쌓인 게 있어서 화부터 날텐데 잘해주기가 쉽잖지. 그러니까 주변에서부터 소박하게 착한 일을 시작해보는 거야. 길가에 떨어진 쓰레기가 있으면 줍는다든가 운전할 때 양보도 자주 하고. 그리고 환한 미소도 선행으로 충분하니까 부담가지지 말고 착한 일을 해봐.”       


 인과因果나 업業이라면 손사래부터 치는 ‘욱’이에게, ‘착한 일’이 불러올 내일은 ‘자기가 짓고 자기가 받는 이치’를 몸소 알아 깨우치는 은혜로 밝아 올 것이다. 그때라야 비로소 ‘욱’이는 악연이 되어버린 동료에게 마음을 열어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다. 


 왜? ‘욱’이는 두드리면 열린다는 인과율因果律의 반석위에 서서 인내하며 끝내 그들을 품어 안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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