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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것 아닌 의학용어 Oct 09. 2022

인디언 보조개의 정체, 턱 보조개

의학용어, 보조개, 턱, 치골

보조개에 관한 조사를 하다 보니 별 보조개가 다 있더라고, 그중에 인디언 보조개라는 것이 있어서 의학적으로 뭐라 하나 찾아봤어.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indian dimple'란 말이 없어. 오로지 성형외과 사이트에만 넘처나지.  어라? 뭔가 좀 냄새가 났지. 이게 원래 있는 용어가 아니라, 인디언들이 얼굴에 그리는 무늬와 비슷하다고 아마도 성형외과 마케팅 팀에서 붙인 이름인가 봐.  K-beauty가 유행하다 보니, 한국인 보조개 사진과 함께 under eye dimple이란 말도 귀엽다고 많이 사용하더라고.



원래는 인디언 주름이란 말도 쓰는데, 주름과 보조개는 다른 것이야. 주름은 folds 혹은 lines라고 하고, 보조개는 dimple이라고 해

인디언 보조개가 웃을 때만 나타나는 것을 보면 dimple이라고 하는 쪽이 적당해 보여.  비슷한 상황에  under eye folds(Dennie-Morgan lines)라는 것이 있어.  이 경우는 웃지 않더라도 다른 얼굴의 주름처럼 계속 라인이 보이는 거지. 이건 dimple이 아니라, line 혹은 fold라고 해야지.

인디언 보조개는 볼 위쪽, 특히 광대에서 자주 볼 수 있어. 인디언 보조개는 얼굴의 유지인대(Facial retaining ligament) 때문에 생기는 거야. 유지인대는 얼굴이 처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기둥 같은 역할을 하는 조직이야. 뼈에서 피부까지 연결된 경우도 있고, 깊은 층 근막에서 시작해 피부에 닿는 경우도 있어. 광대유지인대가 강하고, 얼굴 피부가 얇으면 인대 부위가 얼굴 근육이 움직일 때 푹 파여 보이게 돼.  


얼굴의 유지인대

어떤 사람은 유지인대가 단단하게 붙어있고, 어떤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해서 보조개가 있는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어. 수술로도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 흔한 수술은 아니야. 다른 보조개와 생성원리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지. 인디언보조개는 나이가 들면 피부가 얇아지면서 더 두드러져 보일 수 있고, 반면에 볼살이 접혀서 생긴 경우는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사라질 수 있어. 이 경우는 유지인대와는 상관이 없이 그냥 살이 접혀서 생기는 거야.  또, 다른 보조개처럼  소근(Zygomaticus major)이 두 갈래로 나뉘어서 생길 수도 있어. 이 근육의 한 갈래가 피부의 더 깊은 층에 붙어있어 웃을 때 피부가 땅겨져 움푹 들어가게 되는 거야. 이 경우는 보통 보조개와 원리가 같아. 생기는 부위 모양등에 따라 이 보조개가 나타나는 원리는 다를 수 있는 거야.


"You have a pretty indian dimple"

그런데!! under eye dimple은 괜찮은데!

제발 인디언 보조개니 주름이니 하는 말은 쓰지 말도록 해. 특히, 제발 영어로 번역해서 논문 발표할 생각은 하덜말어.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 너희들이 미국에 와서, indian folds이라고 하는 순간, 토마호크에 찍힐 가능성이 있어. 작고 납작한 코를 Korean nose라고 하면 좋겠어? 요즘은 중남부 레드넥들도 그 정도는 아니야.  외국 사람들이 우리가 under eye fold를 indian fold 혹은 indian dimple이라고 부른 다는 사실을 몰랐으면 좋겠어. 그런데, 이미 여러 영어권 뷰티 사이트에서 indian dimple이란 말을 써대고 있으니 솔직히 좀 쪽팔려 죽겠다. 아무리 속뜻(connotation)이 좋아도 그러면 안돼. 우리가 흔하게 많이 쓰는 몽고반점(mongolian spot)도, 이제는 congenital dermal melanocytosis (CDM)이라고 말해야 해. 몽고반점이야 오래전부터 쓰던 말이니 쓸 수도 있다 하더라도,  없던 단어를 인디언 주름, 혹은 인디언 보조개라고 말하는 것은 너 자신의 무식함과 인종 차별적 소양을 드러내는 짓이야.  


근육이 궁금하다면!


턱 보조개

원래 오늘 할 이야기는 인디언 보조개가 아니라, 엉덩이 보조개에 관한 이야기였어.

지난 시간에 보여준 위 사진 기억나? 이 사진들 중 턱 보조개(chin dimple)라고 흔히 불리는, butt chin(엉덩이 턱)은 오른쪽 남자의 턱을 말해. 자세히 보면 정말 짱구 엉덩이처럼 보일 거야.

옛날 배우 중에 커크 더글라스라는 남자 배우가 있었거든. 설날이면 틀어주는 스파르타쿠스 영화를 보며, 가슴이 웅장해졌던 그 배우야. 그 배우의 트레이드 마크가 가운데 홈이 파인, 턱 보조개였여. 그럼, 보조개는 유전이 될까? 아래 사진을 한번 봐봐~


커크 더글라스와 마이클 더글라스

 커크 더글라스의 아들이 마이클 더글라스(사진 오른쪽)거든. 역시 오래전 영화 '원초적 본능'의 주연 배우였어.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턱 보조개가 보이지?  100%는 아니지만 유전형질 중의 하나야.


Cleft  chin, cleft lip

이 턱 보조개는 턱뼈가 완전하게 융합이 되지 않아서 생기는 결함이야. 역시 결함이 만들어낸 매력이지. 우리 몸은 거의 대칭이잖아? 이 대칭을 만들 때 두 뼈가 가운데에서 붙어, 그중의 하나가 아래턱의 결합이야. 영어로는 cleft chin이라고도 해. cleft는 갈라진 흠을 이야기해.

"우리 형님한테 반말 한번 더 하면, 바로 뒤진다" 의 그 형님.

요즘 너무 재밌게 보고 있는 '무빙'의 구룡포의 두목이야. 언뜻 보면 칼빵 같기도 한 저 입술 위 상처는 98% 선천기형이라고 봐야 해. 예전에는 '언청이'란 말이 있었어. 요즘 급식들은 첨 듣는 말일 거야. 예전에 입술이 융합이 안 일어나서 가운데가 코까지 갈라져 있는 기형이 꽤 있었거든. 이걸 언청이라고 불렀어.



 구룡포 형님의 입술이 전형적인 언청이라고 불렸던 질환이고, 의학용어로는 원래 '구순구개열'이라고 해.  요즘은 순한글 용어로 입술입천장갈림증이라고 불러. 언청이가 cleft lip이고, 턱 보조개가 cleft chin이야. 모두 붙어야 할 것이 안 붙어서 생긴 결함이지.


Symphysis

턱 보조개를 의학용어로 표현하면, Mandibular Symphysis Cleft 혹은 unfused jaw bone이라고 해, 역시 cleft라는 말이 들어가지. 아래턱뼈를 mandile이라고 해, mandibular는 형용사 형태야. 턱뼈의 결합부위(symphysis)에 갈라짐(cleft)가 있다는 말이야.

그럼, 여기서 symphysis가 뭐냐? sym은 '무언가와 같이, 함께'를 뜻하는 말이야. symbiosis는 공생, symphony는 교향악, 여러 악기가 함께 소리를 내는 음악이야. 어때, 이미 알고 있던 말이지? physis는 물리적 형태(physics)를 뜻해. 그래서, sym-physis는 두 뼈의 물리적인 결합을 뜻하는 단어야. symphysis cleft는 두 뼈의 결합에 갈라진 흠이 있다는 뜻이야. 보조개는 아래 그림처럼 아주 미세한 결손이지만, 이게 심한 경우 아래턱의 심각한 기형을 유발해서, 수술로 치료를 해야 하는 병이야.


우리가 의학에서 흔하게 쓰는 symphysis에는 pubic symphysis라는 말이 있어. 치골 결합이라고 하는데, 치골 알지? 은밀한 부위 바로 그 뼈야. 치골 결합은 두 개의 '골반뼈(pelvis) 앞부분(pubis 혹은 pubic bone) 이 만나는 부위를 말해.




치골 결합과 턱 결합은 아래처럼 차래를 바꾸어 써도 괜찮아. 이 경우 mandibular는 menti, pubic은 pubis로 바꿔야 해.


symphysis menti, Mandibular symphysis

symphysis pubis, pubic symphysis


음.... 간단한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예상외로 너무 공부할게 많아져 버렸네. 미안해.

턱, 치골, 결합, 구순구개열 등등 모두 영어로 생각났으면 좋겠다.


너무 길어졌으니, 비너스 보조개라고 하는, 허리 쪽의 보조개는 다음 번에 이야기할게.


제 소중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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