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시 요법 suggestion
https://www.youtube.com/watch?v=PDr8KVTaqWU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의 피날레 영상입니다. 중학교 때쯤 워크맨이 유행을 했었어요. 저는 워크맨을 살 형편도, 마음도 없었지만, 집에는 카세트 플레이어가 있었습니다. 단지 좌우에서 다른 소리가 나온다는 사실에 감동하던 그때였습니다. 주로 라디오를 듣고, 방송을 녹음하던 용도였지만, 큰 맘을 먹고 테이프를 하나 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처음으로 제 돈을 모아서 산 테이프가 정경화의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이었어요. 바로 협주곡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독주 악기와 오케스트라가 경쟁하듯 싸우고, 으르렁 거리고, 서로 속삭이고, 대화하는 모습은 협주곡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었습니다. 게다가, 독주 연주자가 맘껏 실력을 뽐내는 부분도 협주곡의 매력입니다. 그렇게 빠진 협주곡의 종착역은, 바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었고, 늘 제가 가장 사랑하는 클래식이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2악장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이 피날레의 부분도 참 좋습니다...
이렇게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피아노 협주곡은, 사실 누군가를 위해 헌정된 곡입니다. 라흐마니노프는 악보의 첫머리에 헌정된 이의 이름을 똑똑히 밝혀 놓았습니다. 누구일까요?
1. 첫사랑
2. 불륜의 상대
3. 아내
4. 무슈(Monsieur)라고 쓰인 것을 보니... 설마 남자 친구?
그가 이 사랑스러운 곡을 바친 대상은 바로 의사였습니다. 계속되는 실패로 우울증에 빠져있던 라흐마니노프를, 지지해지고 다시 이곡을 쓸 수 있게 만들어준 Nikolai Dahl (1860-1939)이란 정신과 의사였습니다. 위의 악보 사진 맨 위에, “a Monsieur N. Dahl”이라고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얼마나 부러운지요... 내 환자 중엔 저런 사람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생각해보니, 한 환자분이 본인 책의 머리말에, 감사의 말과 함께 제 이름을 적어주신 적은 있습니다.)
Nikolai Dahl이 없었으면, 이 협주곡도 없었을 겝니다.
환자와 절대 사랑에 빠지는 의사는 어떤 의사일까요? 정답은 소아청소년과 의사입니다.
이 때 Nikolai Dahl이 사용한 치료법은 최면(Hypnosis)였습니다. 최면은 당시 유행하던 우울증 치료 방법이었습니다. 최면 요법은 흔히 암시 요법(suggestion therapy)의 일종으로 여겨집니다. 우리가 suggestion이라고 하면, 뭔가를 제안하다고만 생각하는데, 의학에선 최면과 같은 치료를 일컫는 말입니다.
미국 심리학협회(APA)에서는 암시 요법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Suggestion Therapy
A type of psychotherapy in which distressing symptoms are alleviated by direct suggestion and reassurance. The technique is sometimes used in hypnotherapy.
suggestion은 암시, reassurance는 확신, 확언, 혹은 안심시키기를 의미합니다. 자기 확언은 지금도 널리 쓰이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 거울을 보고 하는 이야기, 이런 자신과의 대화가 reassurance입니다.
"나는 멋진 사람이야. 오늘도 힘차게 인생을 살 거야"
이런 암시 요법은 인격(personality)을 변화시키지는 않지만, 긍정적인 감정이나 행동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흔하게 다음과 같은 질환, 문제들에 사용됩니다.
불안장애 anxiety disorder
불면증 insomnia - 잠을 뜻하는 somnus에 부정을 뜻하는 접두사 in이 붙었습니다
우울증 depressive disorder
공황장애 panic disorder - 그리스 신화의 놀래키는 괴물 pan에서 유래한 병명입니다
"나는 브런치에 매주 글을 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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