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절과 뇌전증
세상에 놀라면 기절을 하는 염소가 있답니다.
기절은 영어로 faint 혹은 passing out, 의학 용어로는 syncope라고 해요. 그런데, 엄밀하게 말하면 이 염소는 기절을 하는 게 아니라, 근육이 경직이 일어나서 자빠지고, 눈은 공포에 질려 동그랗게 뜬 채로 부들부들 떨고 있습니다. 다리가 나무처럼 뻣뻣해진다고 wooden-leg goat라고도 부릅니다. 차라리 진짜 기절이라면 좀 낫겠지만, 의식은 있고 못 움직인다니, 흡사 가위 눌림이랑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요? 원래 자연에서 존재하던 종은 아니고, 1800년대 후반 미국 테네시에서 처음으로 개량된 종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살아남기 힘든 특별한 성질의 염소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요? 미국인들은 소 때를 키울 때 같이 키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늑대나 푸마가 소를 공격할 때 이미 발작을 일으킨 염소를 먹도록 했답니다. 정말 답이 없이 불쌍한 동물입니다. 저렇게 부들부들 떨고 있는 염소를 말 그대로 희생양(scapegoat)으로 이용하다니 말입니다. 음.... 여기서 희생양은 영어로 scapegoat라고 하니, 희생양이 아니라 희생 염소라고 해야 맞겠군요. 그런데, 틀린 것이 또 있습니다. 이 염소를 기절 염소라고 부르는 것은 의학적으로 틀린 설명입니다. 이 기절 염소가 근육 경련을 일으켜서 쓰러지는 것은 일종의 뇌전증 발작(Epilepsy)입니다. 유전적으로 놀람이라는 전기적 신호가, 뇌에 발작적인 과부하를 일으키는 상태예요.
이는, 일종의 유전 질환으로 myotonia congenita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 염소를 myotonic goat라고도 합니다. 한번 myotonia congenita의 뜻을 풀이해 보시겠어요? 의학 용어는 짐작입니다. 네... 이미 알고 계십니다.
'myo~'는 근육을 뜻하는 접두사입니다. myalgia라고 하면 근육통, myogram은 근육 운동 진단기기, myocardiac은 '심장 근육의'라는 뜻입니다.
'~tonia'는 tone의 병적 상태를 뜻합니다. 앞에 myo가 붙으니 근육의 힘(tone)에 관련된 상태를 뜻해요. 특별히 근육을 이완시킬 수 없어 경직이 일어난 상태를 근육 긴장증(Myotonia)라고 합니다.
'congenita'는 선전적이란 뜻입니다. congenital로 어미를 바꾸어서 앞에 붙여도 됩니다. congenial myotonia라고 해도 되고, myotonia congenita라고 해도 됩니다.
사실, 선천적 근긴장증(myotonia congenita)은 사람에게도 나타나는 병입니다. 소아에게서 발견되는 희귀 질환입니다. 활발하게 움직이다가, 근육이 긴장되면, 근육을 이완시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근육이 뻣뻣하게 굳게 됩니다. 이런 아이들은 마치 보디빌더와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오늘 배운 의학 용어를 정리해 봅시다.
syncope 기절
epilepsy 뇌전증
myotonia 근육 긴장증
congenita 선천적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