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사 속에서 심장의 다양한 의미
나한테 선물을 하고 싶다면, 그 친절한 형사의 심장을 가져다 주렴. 난 좀 갖고 싶네.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서래(탕웨이 분)가 고양이에게 하는 대사입니다. 이 대사는 그 형사, 해준(박해일 분)을 죽여달라는 말일까요? 아니면, 사랑을 가져다 달라는 말일까요?
(스포일러입니다!!) 낭떠러지 끝에 서있던 해준 뒤로 서래가 조용히 다가옵니다. 서래가 자신의 남편처럼 해준을 죽이려는 것인가 하고 관객은 숨을 죽이는 순간, 서래는 해준을 갑작스레 꼭 끌어안았습니다. 해준과 관객 모두 깜짝 놀라고, 곧 안도의 숨을 쉬었습니다.
심장이 갖는 이중적 의미와 서래의 이중적 모습이 하나로 명확히 보이는 장면이었습니다. (서래가 극 중 대사에서 그 심장은 마음을 뜻한 것이라고 직접 이야기도 합니다)
의학사 속에서 심장이란 단어는 꽤나 매우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먼저, 마음과 사랑을 표현하는 단어로 사용되었지요. 전통적으로 동서양 문화에서 공통적으로, 심장은 마음과 정신의 본질로 여겨졌습니다. 연인의 편지에는 화살이 꽂힌 심장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꽤 끔찍해 보이지만, 탕웨이가 원한 것 역시 박해일의 심장이었지요. 물론 화살은 그냥 화살이 아니라 큐피드(에로스)의 화살입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라화 과정에서 대부분의 내장은 제거되었으나, 심장은 마음과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여겨져 그대로 두었습니다. 파라오가 부활할 때 심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심장이 위장이라고요? 이상하죠? 그런데, 이것도 동서양에 공통적으로 있었던 착각, 혹은 고대인들의 이해였습니다. 물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심근경색등 심장병으로 인한 심장 통증을 체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병원을 방문하니, 이런 착각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Heartburn : 심장이란 단어로 위장의 문제를 표현
영어에서 'heartburn'이라는 단어는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심장이 타오르다’라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위장과 관련된 문제, 특히 위산과 관련된 증상을 뜻합니다. 고대인들이 심장과 위장이 얼마나 혼란스러워했는지 보여줍니다.
butterfly in the stomach : 위장이란 단어로 심장의 문제를 표현
심장과 위장의 혼란은 'butterfly in the stomach'이라는 표현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표현은 긴장하거나 초조할 때 느껴지는 불안감을 묘사합니다. 마치 나비들이 내 위장 속에서 펄럭이고 있으니, 심하게 두근거리는 상황을 묘사한 표현이죠. 이러한 증상들은 위장에서 발생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심장의 동계(두근거림, palpitation) 증상입니다.
사심(瀉心) - 심장이란 단어로 위장의 문제를 표현
중국에서 ‘사심(瀉心)’이라는 표현은 마찬가지로 심장과 위장, 그리고 다른 신체 부위와의 연결을 보여줍니다. 이 단어는 ‘심장을 내려주다’라는 뜻으로, 가슴이나 명치 부위가 답답하다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반하 사심탕은 소화성궤양, 위염 등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입니다.
물론, 이 모든 다양한 해석과 표현을 고려해도, 심장은 심장을 표현하는 단어로 사용되었습니다. 맥박이 뛰며 혈액을 펌프질 하고, 우리 몸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을 전달하는 그 심장으로서 말이죠. 맥을 통해 진단하는 행위는 고대 중국의학만의 특징으로 생각되지만, 의외로 유럽과 페르시아에서도 역시 중요하게 행해졌던 진단 방식입니다. 고대 그리스인들도 맥을 진단에 활용했으며, 페르시아의 명의 이븐시나는 특히 맥을 통한 진단의 대가로 유명합니다. 이는 모두 심장의 박동을 통해 병을 진단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심장이라는 단어와 개념이 오래된 시간 동안 어떻게 다양하게 해석되고 사용되었는지를 보면, 이것은 고대인들이 인체의 다양한 부분과 기능을 이해하려고 했던 방식을 반영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해석과 사용은 문화, 언어, 의학, 심지어 상징학에까지 그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재밌는 영화까지 말이죠. 정말 여운이 진한 영화였습니다. 내 심장을 가져가 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