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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것 아닌 의학용어 Nov 30. 2023

유튜브 시대의 글쓰기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한 앱은 유튜브로 8월 한 달 사용 시간은 460억분이었다. 이어 카카오톡 220억분, 네이버 170억분, 페이스북 45억분 순이었다. 유튜브 이용 시간이 2위인 카카오톡의 2배를 넘어선 것이다.
10대의 지난 8월 유튜브 사용 시간은 총 117억분으로 카카오톡(23억분), 페이스북(19억분), 네이버(15억분) 등에 견줘 압도적이었다. 20대의 유튜브 시청 시간은 월 평균 31시간22분으로 그 뒤를 이었고 그 다음은 20시간6분인 ‘50대 이상’이었다. 30대는 18시간25분을, 40대는 14시간7분을 유튜브 앱을 사용하는 데 쓰는 것으로 집계됐다. (출처 한겨레:https://www.hani.co.kr/arti/economy/it/909212.html)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 역시 유튜브를 제일 많이 본다.. '본다'라는 말이 적합한지 모르겠다. 영화나 그림을 본다라는 느낌보다는, 책을 읽는다, 강의를 듣는다, 소통을 한다 등등의 의미의 '본다'이다. 간추린 뉴스기사도 보고, 뉴스기사에 대한 평을 보며 소통도 하고, 넷플릭스에 볼거리도 유튜브를 통해 찾아보고, 새로 산 청소기 사용법도 유튜브를 통해 배우니, 기존의 영상을 본다라는 개념과는 꽤 다르다.


그런데,

내가 유튜브를 볼 때 꼭 확인하는 것이 있다. 오른쪽하단의 총시간이다. 심지어 버튼 클릭의 번거로움을 감수하고서, 필터를 통해 20분 이하의 영상만 찾기도 한다.


20분이 넘어가면 일단 보기 싫고

8분 정도 쓰여있으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클릭한다.


모처럼 내 간택을 받은 영상이 감히 길고 번잡스러운 '인트로'라도 있으면, 당장 쫓아내 버린다.

시작할 때 좋아요, 알림 설정 이딴 소리하면 나도 '싫어오' 버튼으로 대응해 준다.

설사 인트로도 없고, 구독 구걸이 없더라도 서론이 길다 싶으면 바로 뒤로 가기를 눌러주며, 이렇게 생각한다.


 혓바닥이 왤케 길어, 그래서, 결론이 뭔데?

특히 '무슨 병 안 걸리려면, 매일 이거 하나만 아침에...' 이딴 동영상에 '이거 하나'가 영상 1/3을 봐도 나오지 않으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




나는 요 딴 식으로, 위에 처럼 글을 써왔다.

먼저 글을 쓰게 된 배경을 재미있게(내 입장에서) 풀어나가고

왜 이 주제가 중요한지 설득을 하고,

결론을 향해 '빌드 업'을 하며, 궁금하게 만들고

마지막 결론을 뭐 대단한 거라도 주는 양 내어 주며, 내 생각을 덧붙이다.


이게 내가 학교에서 배운 글쓰기고, 논문도, 책도 그렇게 썼다.

하지만,

오늘 아침 여느 때처럼 커피와 함께 유튜브를 보는 중 , 이런 방식이 과연 맞을까? 하는 반성이 들었다.

내 글을 유튜브 세대가 본다면

바로 '싫어요'를 누르거나, 잠시 안내심을 발휘하더라도,  이내 한 문단을 다 읽기도 전에  격하게  '뒤로 가기' 버튼을 클릭하지 않을까?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왜 내가 그렇게 경멸하는 방식으로 글을 쓰는 것일까?


이제는,

서론 - 본론 - 결론의 글쓰기가 아니라

주제 제기(제목) - 결론(주제에 대한 답변) - 본론(결론의 근거) - 서론(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

이렇게 써야 하겠다.


이건 논문에서 초록을 먼저 쓰거나, 보고서에 요약을 제일 첫 페이지에 제사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어차피 아무도 끝까지 읽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면 맨 끝에서부터 보던가.(나는 자주 스크롤을 해서 끝에서부터 보곤 한다) 왜 그런 번거로운 일을 하는가? 요약, 서, 본, 결이 아니다. 그냥 결, 본, 서, 이렇게 쓴다.

애당초 본론과 서론은 선택사항으로 둔다. 읽지 않을 것을 가정한다는 말이다.

그만큼 주제와 결론이 단도직입적이어야 한다. 길게 쓸 필요가 없다!!

그 결론에 대한 근거를 본론에서 제시할 때도, 역시 빌드업해 가는 것이 아니라, 추가 설명을 하듯 해야 한다.

필요한 사람들만 보면 되니까.

이 글을 보는 사람도, 유튜브를 보는 사람도, 이미 배경지식도 알고 있고, 동기부여도 되어있다.

내가 이들에게 배경설명과 동기부여를 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아침 커피 한잔이 대장암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지 글을 쓴다면, 이렇게 쓰겠다.


제목: 이것 하나면 대장암 걱정 뚝

시작: 미국 모모 대학병원에서 진행한 연구에 의하면 커피 한잔을 매일 마시면 대장암 발생률을 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

본론:

기존의 상식과 어떻게 다른지

어느 연구를 인용한 것인지 - 그 연구가 얼마나 의미 있고 중요한 것인지

연구자의 배경이나 학교에 대한 설명

예전 연구와의 차이점

서론:

아침에 커피한자 좋아하시죠? 건강에 좋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드시지는 않았나요?? 기타 등등 헛소리


그래서, 지금까지 쓴 글을 모두 지우고, 이렇게 시작해 본다.




결론

글쓰기는, 서론-본론-결론의 순서가 아니라, 결론, 본론, 서론의 순으로 써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침 커피 한잔이 대장암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지 글을 쓴다면,


제목: 이것 하나면 대장암 걱정 뚝

시작: 미국 모모 대학병원에서 진행한 연구에 의하면 커피 한잔을 매일 마시면 대장암 발생률을 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

본론:

기존의 상식과 어떻게 다른지

어느 연구를 인용한 것인지 - 그 연구가 얼마나 의미 있고 중요한 것인지

연구자의 배경이나 학교에 대한 설명

예전 연구와의 차이점

서론:

아침에 커피한자 좋아하시죠? 건강에 좋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드시지는 않았나요?? 기타 등등 헛소리


본론(근거)

우리가 정보를 습득하는 방식이 예전과 달라졌습니다

더 이상 할아버지가 침대맡에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결론을 향해 빌드업해갈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더 이상 '옛날 옛적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에....'라는 말에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습니다.

짜증이 날 뿐이죠.


기타 등등 기타 등등

.....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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