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멜랑콜리하다'라고 할 때 멜랑콜리는 흑색의 담즙(쓸개즙)이란 뜻입니다.
흑담즙 (黑膽汁, black bile, melanchoe)
Middle English: from Old French melancolie, via late Latin from Greek melankholia, from melas, melan- ‘black’ + kholē ‘bile’, an excess of which was formerly believed to cause depression.
왜인지 모르겠지만, 고대인들은 담과 마음을 연결시켜 생각했습니다. 그것도 동서양에서 모두 말이죠.
중국어에서 ’대담(大膽)’은 무례하게 보일 수 있는 용기나 자신감을 의미합니다. 한국어에서는 비슷하지만 좀 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됩니다. 또한, 한국어에서 “담이 작다”는 표현은 용기가 없다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영어 표현으로 "have the gall to do something"라고 하면 무례할 정도로 다른 사람을 대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모두 쓸개가 용기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전통적 믿음을 반영합니다
아무튼, 결국, 멜랑콜리하다는 표현의 원래 뜻은 '니 똥이 칼라'라는, 아니, '니 쓸개즙이 검다'는 뜻입니다. 어! 그런데 생각해 보니, 똥색을 결정하는 것이 담습입니다. 황담즙(일반적인 누런 담즙이 없으면 똥색이 흑백이 됩니다. 허옇죠. 그러니, 흑백똥은 황담즙 부족 혹은 흑담즙 과잉이고, 칼라똥은 황담즙 충만한 상태겠습니다.
다음 주제로 넘어가기 전에 자주 쓰이는 의학용어 검은색을 뜻하는 melan(o)와 쓸개를 뜻하는 chol(e)만 한번 리뷰해 보지요.
서양에서는 고대 그리스 의사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460–379 BC)가 네 가지 체액설을 제시하며, 흑담즙을 포함한 네 가지 체액(혈액, 흑담즙, 황담즙, 점액)이 인간의 건강과 기질을 좌우한다고 믿었습니다. 모든 병과 심신의 장애는 이들 체액 중 하나라도 모자라거나 넘칠 때 발생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네 가지 체액은 다음과 같습니다:
• 혈액 (血液, blood)
• 점액 (粘液, phlegm)
• 황담즙 (黃膽汁, yellow bile)
• 흑담즙 (黑膽汁, black bile)
흑담즙의 과잉은 멜랑콜리(melancholy), 즉 우울증을 유발한다고 여겨졌습니다. 멜랑콜리라는 단어는 그리스어 melas(검은)와 kholē(담즙)에서 유래하였으며, 흑담즙의 과잉으로 인한 우울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상태는 공포와 슬픔과 같은 증상으로 특징지어졌습니다. melan(o)는 흑변을 뜻하는 melanoma, 멜라니 세포등에 쓰이는 흑색을 표현한 접두사로 쓰입니다. 이 체액들은 모두 정신상태와 연결됩니다.
• 다혈질 (多血質, sanguine temperament): 혈액이 풍부한 사람은 쾌활하고 사교적입니다.
• 점액질 (粘液質, phlegmatic temperament): 점액이 많으면 차분하고 침착합니다.
• 담즙질 (膽汁質, choleric temperament): 황담즙이 많으면 성격이 급하고 화를 잘 냅니다.
• 우울질 (憂鬱質, melancholic temperament): 흑담즙이 많으면 우울하고 비관적입니다.
히포크라테스의 이론에 따르면 황담즙, 흔히 생각하는 누런 담즙은 용맹하고 과감한 상태와 연결되는데, 이는 동양에서도 똑같았습니다. 전통 중국 의학(TCM)에서는 결단력과 용기와도 관련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동의보감에도 담과 마음에 관한 부분들이 나옵니다. 삼장과 담은 서로 연결되어 마음을 관리한다고도 하였고, 꿈자리가 사납고 겁이 많아지는 것도 심담이 허해서라고 표현했습니다.
心與膽相通心病宜溫膽爲主 - 심장과 담은 연결되어, 마음의 병이 생기면 담을 보해야 한다
治心膽虛怯, 觸事易驚, 夢寐不祥, 虛煩不得睡. - 불안하고 꿈이 많고 잠을 못 자는 것은 심담이 허해서이다
그래서, 귀신을 보느니, 헛것이 보이느니 하면 한약을 지어먹는다고 했고, 이때 치료방법이 심과 담을 보해주는 치료를 했습니다.
아래는 내가지 체액설의 도해인데, 이걸 조금 회전시켜 보면 한의학의 오행속성과 놀랍도록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혈질은 불의 뜨겁고 올라가는 기운에, 흑담질은 물의 차갑고 내려가는 기운에, 황담즙은 나무의 용맹하고 자라는 기운에, 담액질은 금속의 서늘하고 축축한 기운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이 오행은 모두 노(분노), 희(기쁨), 사(생각), 비(슬픔), 공(두려움)이라는 마음의 상태와 연결이 되지요.
이렇게 흥미롭게도, 동서양 모두 담즙이나 쓸개를 인간의 정신 상태와 연결 지어 생각했습니다. 서양에서는 흑담즙의 과잉이 우울증을 유발한다고 믿었고, 황담즙은 용맹함을 유발한다고 믿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동양에서는 쓸개가 용기와 결단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추론은 공통되는 추상적 사고에 기원한 것인지, 아니면 한 가지의 근원이 되는 원류(시작)가 있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지금은 아무도 실제 담과 용맹함을 연결시키지 않습니다만, 누가 알겠습니까? 이렇게 두 문화권이 같은 생각을 한 것으로 볼 때, 어느 날 당신은 신문 머리기사로 이런 제목을 볼지도 모르겠습니다.
쓸개, 제2의 두뇌로 밝혀지다.
치매치료의 길, 담즙에서 발견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