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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neuma: 숨

"이 말씀을 하시고 그들에게 숨을 내쉬며 이르시되 성령을 받으라" (요한복음 20:22)
And when he had said this, he breathed on [them], and saith unto them, Receive ye the Holy Ghost(KJV)


이 구절에서 '성령'으로 번역된 그리스어 단어가 바로 '프뉴마(Πνεῦμα)'다("καὶ τοῦτο εἰπὼν ἐνεφύσησεν καὶ λέγει αὐτοῖς Λάβετε Πνεῦμα Ἅγιον"). 이 단어는 성령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바람, 숨, 공기, 영혼을 모두 아우르는 다층적 개념이다.


Pneuma의 다양한 의미

- 바람 (Wind):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자연의 힘

- 숨 (Breath): 생명의 가장 기본적인 징표

- 영혼 (Spirit):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신비로운 본질


사도행전 2장 2절에서 성령이 오는 순간을 묘사한 장면을 보자.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거센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그들이 앉아 있는 온 집 안을 가득 채웠다.
And suddenly there came a sound from heaven as of a rushing mighty wind and it filled all the house where they were sitting(KJV(

여기서 성령이 오는 순간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고 하는데, 이 바람을 표현한 그리스어가 πνοῆς

pnoēs로, 역시 바람과 영혼을 뜻하는 단어다.


성령이 내는 소리라니, 그리고 그 느낌이라니 참 다이내믹하지 않은가? 그 들에게 영은 매우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실체였는 듯 하다. 이 개념이 얼마나 근본적이었는지는 다른 언어들도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히브리어 '루아흐(רוח)', 라틴어 '스피리투스(spiritus)'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다. 재미있게도, 호흡과 영혼을 연결시키는 사고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나타난다. 중국의 '기(氣)', 인도의 '프라나(Prana)' 모두 호흡과 생명력을 연결시킨다. 요가의 '프라나야마(pranayama)', 기공의 호흡법, 명상의 호흡 집중 등은 모두 고대 그리스인들이 '프뉴마'로 표현했던 개념과 다르지 않다다


이 '프뉴마(Πνεῦμα)'라는 단어가 2천 년 후 교회가 아닌, 의사들의 일상에 들어왔다. 'Pneuma' 혹은 'pnoes' 를 뿌리로 한 의학 용어들을 살펴보자.


- Pneumonia (폐렴): '폐의 염증'이라는 뜻이지만, 어원상으로는 '영혼이 병든 상태'

- Pneumothorax (기흉): 가슴(thorax)에 공기(pneuma)가 들어간 상태

- Pneumonectomy (폐절제술): 폐를 잘라내는 수술

- Pneumoconiosis (진폐증): 먼지가 폐에 쌓여 생기는 병

- Apnea (무호흡증): 숨이 없는 상태

- dyspnea(호흡이상) : 숨이 잘 안쉬어지는 상태, 짧은 호흡, 기침


병원에서 "폐렴(pneumonia) 환자가 응급실로 왔어요!"라고 외치는 간호사나, "기흉(pneumothorax) 의심됩니다"라고 보고하는 레지던트가 사실은 고대 그리스어로 "영혼이 아파요" 혹은 "가슴에 공기가 들어갔어요"라고 말하는 셈이다.


오늘날 의사가 갓 태어난 아기의 첫 울음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기울일 때, 응급실에서 환자의 호흡을 확인할 때,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의 리듬을 점검할 때, 그들은 모두 그 고대의 지혜를 실천하고 있다. AI가 의료진단을 돕고, 로봇이 수술을 하는 시대에도 여전히 의사들은 청진기를 목에 걸고 다닌다. 그리고 환자의 가슴에 청진기를 대고 "깊게 숨을 쉬어보세요"라고 말한다. 이 순간, 21세기 의사는 2천 년 전 그리스 철학자와 정확히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도로 발달한 CT나 MRI로도 포착할 수 없는 무언가를, 귀로 듣는 '숨소리'에서, '영혼의 속삭임'을 들으려는 것이다.


숨소리-프뉴마를 듣는다.





성령을 중심으로 쓴 다른 메모)


예수님께서 요한복음에서 "성령을 받으라" 하실 때 그리스어 성경은 성령을 프뉴마(pneuma)라고 표현합니다. 프뉴마(pneuma)는 숨도 되고 영혼도 됩니다. 같은 절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숨을 불어넣으며"라고 하시는데, 바로 프뉴마(pneuma)의 이중적 의미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럼 제자들은 오순절(펜테코스트/Pentecost)에 성령을 어떻게 받았을까요? 사도행전에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는데요, "바람소리가 방안을 채웠다"고 합니다. 여기서 바람을 표현한 단어가 프노에(pnoe)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숨, 바람, 영혼을 묘사하는 말입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숨결은 곧 영혼이었고, 이를 표현하는 단어가 프뉴마(pneuma) 혹은 프노에(pnoe)입니다.

pneuma, pnea

프뉴마(pneuma)는 2000년이 지난 오늘도 사용됩니다. 공기압으로 작동하는 기구를 뉴매틱(pneumatic)이라고 하고, 숨쉬는데 문제가 생기는 폐렴을 뉴모니아(pneumonia), 흉강에 공기가 차는 병을 뉴모토렉스(pneumothorax), 숨을 안쉬는 것을 아프니아(apnea), 호흡곤란을 디스프니아(dyspnea)라고 합니다. 모두 pneumo나 pnea가 어근으로 사용된 단어들이에요. 접두사 a와 dys는 각각 부정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advocate

성령을 영어로 애드보케이트(advocate)라고도 합니다. 여기서 보케이트(vocate)는 말하다는 뜻이에요. 보캐뷸러리(vocabulary)의 보카(voca)입니다. 애드(ad)는 덧붙여서라는 뜻이죠. 내가 곤란한 상황에 옆에서 친구가 한마디 도와주면 참 좋잖아요? 그게 애드보케이트(advocate)에요. 성령이 우리와 하나님을 중재하는 역할을 표현한 단어지요.

invocation

성령을 내 안으로 모시는 과정을 제례에서 인보케이트(invocate)라고 해요. 인(in)은 안으로라는 뜻이고, 보케이트(vocate)는 말하다, 부르다는 뜻이에요. 내 안으로 영을 부르는 과정을 의미하고, 명사로는 인보케이션(invocation)이라고 합니다. 보통 성체를 축성할 때 하는게 인보케이션(invocation)이에요.

vocation

그럼 접두사를 빼고 보케이션(vocation)은 뭘까요? 맞아요. 직업이란 뜻입니다. 보케이션(vocation)은 부르다, 즉 콜링(calling)이란 뜻이니 여러분의 직업이 되요. 직업은 콜링(calling), 즉 소명(명령 받은 바)라는 뜻이니 자신의 직업을 감사하고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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