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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폰장증후군: 휴대폰이 없으면 똥이 안나온다

급하게 화장실을 가려고 휴대폰을 이리저리 찾아 헤매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똥을 싸는데 휴대폰이 필요한 걸까? 휴대폰을 휴지로 사용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저는 처음에는 단순히 휴대폰이 제 뇌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망가진 것은 뇌뿐 아니라, 장도 희생물이었습니다. 이제는 휴대폰 없이는 배변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험이 저만일까요? 요즘 우리 모두가 '셀폰장증후군'이라는 새로운 중독에 빠져 있습니다.


지루해서가 아니라, 불안해서입니다

우리는 흔히 지루해서 휴대폰을 화장실에 가지고 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완전한 착각입니다. 우리는 셀폰이 없으면 불안하게 되고, 불안은 원활한 배변에 방해가 됩니다. 즉 단순한 지루함 때문이 아니라, 셀폰은 필수적인 배변 용품인 셈이죠. 본래 배변 활동은 평안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야 장의 연동운동이 원활하게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느새 휴대폰이 주는 즉각적 만족에 중독되어 버렸습니다. 셀폰장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은 휴대폰의 끊임없는 자극에 익숙해집니다. 그 자극 없이는 정상적인 생리 활동조차 어려워합니다.


기묘한 역전 현상

이렇게 되면 우리에게는 기묘한 역전 현상이 일어납니다. 평소의 '보통 상태'가 휴대폰이 주는 만족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휴대폰이 없으면 오히려 불안하고 초조한 상태가 됩니다. 이 현상은 담배의 니코틴 중독과 완전히 동일한 메커니즘입니다. 비흡연자의 평온한 상태가 흡연자에게는 담배를 피우는 상태와 같습니다. 반대로 흡연자의 보통 상태는 비흡연자의 불안한 상태와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지루함 때문에 휴대폰을 가져가지 않습니다. 평온해지기 위해서 가져갑니다. 그렇지 않으면 셀폰장증후군의 금단증상에 시달리게 되거든요.

만약 휴대폰이 없으면 배변이 잘 안 된다고 느끼신다면, 이는 분명한 중독 증상입니다. 이는 단순한 습관이 아닙니다. 신체적 의존성이 형성된 상태라는 뜻입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배변 시간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평안해야 할 순간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휴대폰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불안해진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수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잠은 평안함과 부교감신경의 활성화를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셀폰장증후군 환자들은 휴대폰이 없는 박탈 상태에서 불안해집니다. 그래서 수면을 취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런 사람에게 무조건 휴대폰을 금지시키면 오히려 더욱 잠을 잘 수 없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지루함을 견디는 능력' 되찾기


사실 화장실이나 잠들기 전 시간은 본래 지루해도 됩니다. 지루한 게 당연합니다. 아무 자극 없이도 뇌가 편안할 수 있는 능력을 되찾는 것이야말로 핵심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휴대폰이 없을 때의 불안이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 관찰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FOMO(Fear of Missing Out: 소외에 대한 두려움)인지, 단순히 자극 결핍인지, 아니면 자기 생각과 마주하기 싫은 회피인지. 자신의 불안의 정체를 아는 것이 해결의 첫걸음입니다.

먼저 화장실에서만의 휴대폰 사용을 무조건 금지해보세요. 짧은 시간이니 성공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금지하는 방법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변비에 시달리게 된다면 불행하잖아요?

이럴 때는 다른 대체제를 찾아야 합니다. 킨들 같은 이북이나 Wi-Fi 연결이 없는 게임기들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휴대폰 중독자들에게 종이책보다는 이북이나 게임기가 훨씬 안정감을 줄 거예요.

그 다음 단계로, 화장실에서는 아예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기보다, 처음엔 짧은 글(한 페이지짜리 시나 에세이 등)을 프린트해서 가져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실제로 배변 시간이 정말 길어진 건지, 아니면 휴대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오래 앉아있게 된 건지도 구분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면의 경우에도 단번에 끊기가 힘들다면, 테이퍼링 방식을 사용해야 합니다. 급작스럽게 모든 활동을 차단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방식이 중요합니다. 수면 전에는 휴대폰을 침실 밖에 두되, 초반에는 오디오북이나 백색소음 같은 수동적 콘텐츠로 전환하는 것도 단계적 접근이 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휴대폰이 제공하던 즉각적 만족을 대체할 수 있는 건강한 활동들을 찾아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휴대폰을 없애는 방법이 아닙니다. 우리의 뇌와 몸이 자연스러운 평온함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입니다.

수면 전에 명상이나 요가와 같은 활동은 휴대폰 없이 마음의 안정을 찾는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저와 같은 휴대폰 중독자에게 요가나 명상은 참 멀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셀폰장증후군은 현대인들이 직면한 새로운 중독 현상입니다. 원인을 올바로 바라보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서 평안한 배변 활동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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