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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것 아닌 의학용어 Jul 31. 2022

손이 차면 마음이 따뜻할까?

의학용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


인우 : (조금 놀랐다 이내 걱정스런)손이 차요.. 추워요?
태희 : 깔깔.. 춥긴요.. 여름인데..., 저 원래 손 차요. 워낙 마음이 뜨겁다보니까..


저도 손이 찬 편이에요. 중학교 때인가 친구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손이 차네? 손이 찬 사람들이 마음이 따뜻하데." 속으로 생각했죠, '그런가??' 영어로도 비슷한 표현이 있어요.


"Cold hands, warm heart."


손이 찬 사람들이 사실 따뜻한 마음(kind and loving personalities)을 갖고 있다는 표현이에요.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 때문이에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상대방에 대해 신경 쓸수록, 손발이 차가워지거든요.


손발을 차게 만드는 교감신경


자율신경계(의학용어:autonomic nervous system)는 우리 몸의 기능을 자율적으로 조절하는 신경계로, 호르몬 분비, 혈액순환, 호흡, 소화 및 배설과 같은 여러 활동을 조절합니다. 이런 작용이 반사적이고 무의식적이기 때문에  자율(autonomic) 신경입니다. 자율신경계는 다시 교감신경(sympathetic nervous system)과 부교감신경(parasympathetic nervous system)으로 나뉩니다.


교감신경(sympathetic nervous system)
부교감신경(parasympathetic nervous system)


sympathetic은 '같이'라는 'sym'과 비정상적인 자극(paranormal influence)을 뜻하는 'pathetic'으로 이루어진 단어입니다. '자극에 맞추어 대응'하는 시스템을 뜻합니다. 교감신경은 싸우거나 도망가는(fight or flight) 상황에서 자극됩니다. 긴장해서 빠르게 행동해야 하는 상황이죠. 늑대를 만났다고 생각해보세요. 혹은 중요한 면접을 본다고 상상해보세요. 이런 반응이 일어납니다.


- 동공은 확대되고

- 혈관을 수축시켜 출혈을 막고

- 근육으로 피와 영양분이 몰려들고

- 심박수가 늘어나며

- 입이 마르고

- 소화기관은 운동을 멈춥니다.


부교감신경(parasympathetic nervous system)은 교감신경과 반대로 가장 편안하고, 안정감을 느낄 때 활성화됩니다. 혈압, 심박수, 호흡 횟수를 낮추고, 소화 기관의 활동을 증가시키며, 소화액과 침 분비를 촉진시킵니다. 아래 그림에서처럼 sympathetic은 stress의 'S'로 기억하시고, parasympathetic의 'P'는 peace의 'P'로 기억하시면 되겠습니다.



착하고 내성적인 인프피가 손발이 찬 이유


사실 지속적으로 손이 차다면, 레이노드 병(Raynaud' disease) 이라던가 당뇨병성 신경병증(diabetic nephropathy)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해요. 그런데,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교감신경의 항진도 손발을 차갑게 만들 수 있어요. 특히, 여러분이 영화 속의 태희처럼 사람을 만날 때 주로 손발이 차가워진다면, 여러분은 그 사람을 너무 지나치게 배려하고 있거나, 잘 보이려 애쓰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 만남에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게되고, 특별히 잘 보이려 한다거나, 또는 늘 타인에 대해 경계하는 마음이 많다면, 우리의 손발이 차가워질 거예요. 어쩌면 '아싸'가 '인싸'보다 손발이 차가울 확률이 높고, 피(INFP)는 엔티제(ENTJ) 보다 손발이 차가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상대방에 대해 비려하고, 조심하고 있는 것이므로, 마음이 따뜻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처음 만난 이성의 동공이 확대되어 있고, 손발이 차다면


처음 만난 이성의 손이 차고, 동공이 확대되어 있으며, 입이 마르고 자꾸 물을 마신다면, 당신이 너무 마음에 들어 매우 긴장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혹시나, 당신과 한바탕 싸우려(fight)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처음 연애를 할 때는 이렇게 교감신경이 항진되다가, 점차 사랑이 깊어지고, 편한 관계가 되어갈수록  부교감신경이 자극되면서 동공도 축소되고, 손발도 따뜻해집니다. 그리고, 자세도 점점 편해지지요.

이 모든 것이 자율신경계, 부교감신경과 교감신경의 균형이 부리는 마술입니다.



불편한 사람과 있으면 소화가 안 되는 이유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건드리면 바로 교감신경이 자극되기 때문이에요. 교감신경이 흥분되면, 장운동은 멈추고, 뭐를 먹는지도 모르겠고, 침은 말라서 물만 자꾸 들이키게 됩니다. 결국 밥맛도 없고, 소화도 잘 되지 않습니다. 물론 손발도 차가워집니다.


지옥 같은 내 이웃


만약 소화기능이 좋지 않다면, 불편한 사람과의 식사는 무조건 피하세요. 차라리 혼자 먹는 편이 나아요. 왜냐하면, 마음이 너무 따뜻하고 예민하기 때문이죠. 현대 사회는 실제로 fight or flight 해야 할 호랑이나, 늑대를 만나지 않는데도, 일상이 지나친 자극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불편한 회사 동료', '늘 예상보다 더 막혀있는 도로'나, '자려고 하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윗집의 쿵쿵 소리'에, 마치 산에서 늑대를 만난 것처럼 교감신경계가 자극되어 버립니다. 특히 내성적이고 마음이 여리다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지겠죠?


'김씨 표류기'라는 영화를 보고나서는, 한강의 '밤섬'에 가서 홀로 살아가는 상상을 하며... 혼자 실실거렸습니다. 진지하게 뭘 꼭 가져갈까?, 이런 쓸데 없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영화 '김씨 표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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