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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디치 Oct 22. 2020

콜레라는 어떻게 문명을 구했나?

세상을 바꾼 의학의 10대 발견

 서구 의학의 탄생은 히포크라테스로부터 라고 한다. 의대를 졸업하고 의업의 문에 접어든 의사들이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 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나는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이상의 서약을 나는 나의 자유의사로 나의 명예를 받들어 하노라’라고 다짐한다. 이 다짐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일부이기도 하다. 히포크라테스가 그의 선서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의학에서 인류 역사에서 남을 업적을 세웠다. 그 첫 번째는 질병의 원인에 대한 원칙을 세운 것이다. 히포크라테스는 질병은 자연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지 신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초자연적인 것으로 여겨진 질병을 합리적이고 자연적인 세계로 내려놓았다. 둘째, 임상 의학을 탄생시켰다. 히포크라테스는 환자의 병력을 상세하게 묻고 조심스러운 신체 검진을 통해 증상을 기록하고 진단하고 치료하며 그에 대한 환자의 반응을 평가했다. 셋째, 히포크라테스는 다양한 책과 저술을 통해 당시의 의료 행위를 변화시켰다. 그는 의료 행위를 평범한 노동에서 엄격한 기준을 가진 전문직으로 격상시키고 의학의 모든 영역에 관해 조언했다. 

현대로 넘어오면서 사람은 병원에서 태어나 병원에서 생을 마감한다. 또, 누구나 병원에서 진료받는 환자가 된다. 기술이 발전하고 병원이 영리를 추구하면서 환자는 이름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히포크라테스의 저술과 가르침을 돌아보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저자는 히포크라테스와 같이 인간 정신이 지식의 한계를 새롭고 놀라운 방향으로 넓혀나갔는지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의사, 과학자, 환자, 일반 민중 등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자 했으며 이들 이야기로부터 자연 깊숙이 숨긴 비밀이 갑작스럽게 드러났을 때의 경악과 경이로움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를 살펴보자.     


<콜레라는 어떻게 문명을 구했나> 표지

 1800년대 초 폭발적인 도시 성장으로 쓰레기의 양은 급증했으며 도로와 골목, 저수지는 쓰레기로 가득 차고 막히고 넘쳐났다. 잿더미와 오물이 쌓여서 도로 표면이 높아졌다. 빈민가 입구에 있는 물웅덩이나 수로는 불쾌한 냄새를 풍기고 사유지도 대변으로 넘쳐났다. 대부분의 경우 구식 변소는 집 바닥으로부터 근처 물탱크나 우물로 배수되었다. 콜레라는 이런 지저분한 환경에서 발생하여 1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존 스노우는 탄광에서 콜레라가 환자의 창자에서 배설된 수성 분비물에 의해 옮겨진다고 이론을 제시했다. 나아가 조사를 계속하고 콜레라가 접촉성인 동시에 오염된 물에 의해 전파된다고 주장했다. 그 후, 채드윅이 식수와 오물이 서로 관련 있다고 제안했다. 채드윅의 노력은 1875년 공중보건법으로 결실을 맺었다. 스노우와 채드윅 덕분에 근대적 위생이 핵심적인 구실을 하는 시대, 새로운 도시 문명의 시대로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 

 

존 스노우(왼쪽)과 에드윈 채드윅(오른쪽)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그 밖의 몇 가지 미생물이 질병을 일으킨다는 ‘미생물 병인론’은 오늘날에는 당연한 정설이다. 그러나 18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미생물이 질병을 일으킨다는 생각은 매우 새롭고 기이했다. 젬멜바이스는 모든 의사들에게 부검 뒤 염소액에 손을 씻고 산모를 진찰하라고 한 결과 사망률이 급격하게 감소한 결과를 얻었다. 아쉽게도 그는 미생물 병인론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 미생물 병인론이 지지를 얻은 건 파스퇴르의 연구 결과가 알려진 뒤였다. 그의 실험은 영양액을 두 개의 유리 플라스크에 담는 간단한 실험이었다. 수직의 곧은 병목을 가진 플라스크 하나는 주변 공기와 먼지에 노출되었지만 다른 하나는 길고 휘어진 수평의 병목을 가져 공기는 들어갈 수 있었지만 먼지는 들어갈 수 없었다. 1882년 코흐는 성공적으로 미생물을 분리, 배양, 동물에 주입하여 결핵균 박테리아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오늘날에는 미생물 이론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여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소독법의 선구자 <젬멜바이스>

  1844년 미국의 치과 의사 호레이스 웰즈는 가드너 콜튼이 아산화질소를 흡입하는 공연을 구경하게 되었다. 아산화질소를 마신 관객이 심하게 상처 입었음에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웰즈는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아산화질소의 마취 효과를 확인했다. 이후 환자를 대상으로 아산화질소를 마취제로 사용한 수술을 시도했지만 아산화질소가 너무 빨리 바닥나서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마취에서 깨어난 환자가 비명을 지르는 소동이 있었다. 나중에 환자는 가스가 통증을 많이 줄여주었다고 증언했지만 소용없었다. 1847년 9월 30일 최초로 발치를 받을 환자에게 에테르를 사용했다. 환자는 마취에서 깨어난 뒤 어떤 통증도 없었음을 말했다. 에테르는 냄새 외에도 마취에 걸리는 시간과 마취에서 깨어나 회복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결국 정맥으로 주사하는 ‘티오펜달’이 개발됐다. 1983년에는 프로포폴이 개발됐다. 몇몇 부작용이 문제가 되었지만, 프로포폴은 현재 가장 효과적이면서 안전한 마취제로 널리 사용된다. 최근 뇌신경학자들이 발견한 것 가운데 흥미로운 것은 마취제가 매우 특수한 리셉터에 작용하여 서로 다른 효과를 나타낸다는 점이다. 이는 마취제가 다양한 리셉터와 결합하면 뉴런의 흥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마취제가 무의식, 최면, 진통, 기억상실 등의 독특한 작용을 일으키기 위해서 뇌 속의 각기 다른 부위에서 각기 다른 리셉터와 결합한다는 것이다.     

근대 마취학의 시작 <호레이즈 웰즈>

 엑스선의 발견은 1895년 11월 독일의 물리학자 빌헬름 뢴트겐이 연구와 관련 없는 가벼운 장난을 통해 발견했다. 엑스선은 고압의 전기 방전을 일으키면 음극에서 광선이 방출하며 이 광선을 음극선이라고 했다. 이 음극선이 납처럼 밀도가 높은 물체는 통과하지 못하나 대부분의 물체를 통과함을 알게 되었다. 이 성질을 이용해 인체의 뼈와 조직을 직접 열어보지 않고 보게 되었으며 나아가 암과 그 밖의 다른 질병들을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엑스선의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엑스선의 과다한 노출은 인체에 치명적인 암을 유발한다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빌헬름 콘라트 뢴트겐>

 백신은 1796년 5월 에드워드 제너가 우유 짜는 여인의 손에 생긴 병에서 얻은 우두 바이러스를 접종한 이후 과학자들이 그것의 작용을 이해하기까지 10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백신은 인체가 승리할 수 있도록 방어막을 치는데 도움을 준다. 백신은 병원체 전체를 이용하여 만드는 세포 전체 백신과 병원체의 일부분만 사용하는 구성단위 백신으로 나누어진다. 대부분의 백신이 세포 전체 백신이며, 병원성을 나타내지 못하도록 불활성화 되어있거나(사백신), 약독화된(생백신) 백신으로 다시 분류된다. 사백신은 화학물질이나 방사선으로 병원성 미생물의 생명력을 제거했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인체 내에서 다시 병원성을 나타내는 경우가 없다는 장점이 있으나 효력이 약해서 여러 번 추가 접종해야 한다. 반면, 생백신은 극한 환경에서 병원성 미생물을 배양하거나 지속적으로 숙주를 옮겨가면서 독성을 약화시킨 것으로서 1~2회면 항체 생성이 완료될 정도로 효과는 좋지만, 면역기능이 저하된 사람에게 투여될 경우 병원성을 회복하면서 해당 전염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안정성도 낮아 보관조건도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든다. 숙주인 사람의 세포 속으로 직접 미생물의 외부 단백질을 만드는 DNA를 삽입하여 면역반응을 유발하는 DNA 백신도 있으며 냉장보관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말라리아, 에이즈, 헤르페스, 림프종, 전립선암, 직장암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백신이 개발 중에 있다.     

백신의 선구자 <에드워드 제너>

 우리에게 잘 알려진 페니실린도 특수한 곰팡이 포자의 안착이나 플레밍의 휴가 시기, 심지어 지역의 날씨 패턴까지 포함된 놀라운 우연의 산물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항생제는 그 작용 기전과 항균 범위에 따라 분류한다. 작용하는 부위에 따라서 세포벽, 세포막, 리보좀, 핵산에 작용하는 항생제로 나눌 수 있고 항생제가 효과를 나타내는 세균의 범위에 따라서 페니실린, 세팔로스포린, 모노박탐, 카바페넴, 아미노글리코사이드, 퀴놀론 등으로 다양하게 분류된다. 항생제의 부작용은 약물군에 따라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증상도 있지만, 대부분은 개별적으로 나타난다. 동일한 약물군 내에서도 부작용에 대한 교차반응이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항생제의 부작용에는 과민증, 조직에 손상이 일어나는 직접 독성, 인체에 정상균이 죽어서 새로운 감염이 일어나는 설사 등의 간접 독성 등이 있다. 1940년대 이후 수많은 항생제가 개발되었지만 내성균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새로운 항생제 군을 개발하고 발견하기 위해 5억 년 이상 항생제를 만들어온 미생물을 더욱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멘델이 분리의 법칙, 독립의 법칙을 만들어 낸 이후, 1910년 모건은 초파리 교배 실험을 통해 성염색체의 존재를 확인했다. 모건의 제자 스투트반트는 세계 최초 유전자 지도를 만들어냈다. 1949년 샤가프는 DNA 내부에 아데닌(A)과 티아민(T), 사이토신(C)과 구아닌(G)의 양이 항상 같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953년 4월  크릭과 왓슨은 이중나선 모델을 발표하여 DNA의 구조를 규명했다. 2000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로 인간 DNA의 해독이 이루어졌다. 인간은 60억 개의 뉴클레오티이드를 가지고 있으며 단 한 개의 뉴클레오티이드가 변화하더라도 인간 형질과 질병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를 SNP라고 부른다. 2005년 연구자들은 인간의 DNA를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50만 가지 이상의 SNP를 파악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의사가 환자 개인의 유전적 구성에 기초하여 그 환자에게 맞는 치료방법을 결정할 수 있는 미래를 열었다. 

유전학의 역사(왼쪽부터 멘델, 스투트반트, 샤가프)

 정신질환은 정신 기능에 이상이 생겨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상생활에 잦은 지장을 초래하는 병적 상태를 말한다. 예전에는 뇌에 문제가 있는 정신질환과 뇌에 문제가 없는, 순전히 심리적인 문제로, 정신질환으로 구분하였으나 현대 정신의학은 모든 정신질환은 뇌의 문제로 본다. 정신질환이 공식 명칭이며 정신병은 현실 검증력이 저하되어 망상과 환각 등의 증세를 보이는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들을 말한다. 자기공명영상(MRI)과 양전자단층촬영(PET)을 이용해 조현병 환자의 전두엽 부피 및 도파민 생성 정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치료 반응성이 좋은 조현병 환자는 전두엽 부피가 표준 크기보다 작을수록 도파민 생성 정도가 높지만 치료 반응성이 나쁜 조현병 환자는 이러한 상관관계가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환자의 전두엽 부피 감소 및 선조체 연결의 이상이 도파민 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키고 과잉 생산을 유발한다. 1948년 3월 리튬 치료가 조증 환자에게 처치되었다. 리튬은 많은 부작용을 가지고 있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조증 치료와 몇 가지 다른 정신질환 치료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08년 세계 보건기구는 정신질환은 약물만이 아니라 다양한 지역사회 치료 서비스와의 협력이 이루어져야 하고 일차 의료에 정신 건강 서비스를 통합시켜 관리해야 잘 극복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저자는 대체의학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대신 무조건 긍정하지도 않는다. 기존 의학과 대체의학을 합한 통합의학을 긍정한다. 통합의학은 의사들에게 현대 약 대신 약초를 사용하라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권력관계에 의해 무너졌던 의학의 핵심가치를 회복시키는데 초점을 둔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수많은 의학 정보를 접하고 건강식품에 지대한 관심을 쏟으며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한다. 그에 반해 우리는 접하는 많은 정보와 제품들이 불과 100여 년 동안 대부분 만들어졌음은 잘 모른다. 저자는 알아두면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꼼꼼히 기록했다. 저자가 선정한 주제들은 우리가 늘 접한다. 또, 이를 주변인들과 화제 거리로 삼는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여겨 화제 삼지만 실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주제들이 아닐까?     


본사와 제휴한 외부 필자에 의해 서평이 작성되었습니다. 서평 글은 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 본사의 견해와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필자 : Nebula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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