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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디치 Oct 28. 2020

사피엔스와 바이러스의 공생

코로나 시대에 새로 쓰는 감염병의 역사

 지금까지 밝혀진 구강 내 박테리아 종류는 약 500여 종에 달한다. 평균 치태 1g당 1000억 마리의 세균이 살고 있는 것이다. 구강 내 박테리아 종류를 크게 4가지로 나누면 각종 구내염과 괴사성, 궤양염, 치은염, 구취의 원인이 되는 섬유상균과 괴사성 궤양염의 원인이 되는 나선균, 악취를 풍기며 개체 수가 많고 활동이 강한 간균, 감염 시 염증과 화농을 일으킬 수 있으며 순환장애나 심장질환의 원인이 되는 구균이 있다. 한편 사람의 장 안에는 대장균, 박테로이데스, 유박테리움, 혐기성 연쇄상 구균, 젖산 간균 등 100종 이상의 박테리아가  살아간다. 이 중 장내 세균총은 장의 항상성과 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수다. 반면 특정 병원균이 군집을 이루면 인체에 해가 되는 감염 질환을 유발한다. 인체는 무해한 세균 감염의 경우에는 군집을 형성해 항상성을 유지하고, 유해한 병원균의 감염에 대해서는 방어기전을 작동한다. 우리 몸을 숙주로 기생하는 장내 세균은 우리와 공생관계를 이루며 살아가며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다.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된 이후 사람과 물자는 대규모 이동을 신속하게 진행해 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자연 생태계는 파괴되고 기후 변화로 열대우림과 그 안에 살던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바이러스는 살 집을 잃고 인간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 대표적인 바이러스가 에볼라 출혈열, 에이즈, 사스, 코로나19와 같은 것이다. 인류는 과학 발전에 힘입어 백신과 치료제를 만들어 지구의 환경을 지배하려고 한다. 하지만 자연환경은 인간의 침입에 순순히 응하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자연은 인류에게 생소한 바이러스 공격을 가한다. 이로부터 인류는 전 세계적인 혼란을 겪게 되었다. 저자는 감염병과 인류의 관계를 서로 영향을 미치고 받는 관계이며 궁극적으로 상호 공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감염병은 근절해야 만 하는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보통사람들은 감염병은 근절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왜 저자는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되었을까? 이를 살펴보자. 

<사피엔스와 바이러스의 공생> 표지

     

 1846년, 페로 제도에 홍역이 유행했다. 덴마크 정부는 피터 루드비그 파눔을 파견했다. 파눔의 기록을 근거로 모델을 만들고 계산해보면, 반드시 병원체의 감염성이 약해져야만 유행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유행이 진행될수록 감염성을 지닌 사람이 접촉하는 감수성을 지닌 사람의 비율이 낮아져 유행 종식의 주된 이유임이 밝혀졌다. 즉, 이미 감염된 사람이 마지막까지 감염되지 않은 사람을 지켜주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집단면역이라고 한다. 

<덴마크 병릭학자, 피터 루드비그 파눔>

홍역이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수십만 명 규모를 가진 집단이어야 한다. 그 이하의 인구 집단에서는 감염이 한두 번 일어나고 그칠 뿐이다. 기원전 3000년 무렵 메소포타미아에서 생겨난 홍역은 20세기 중반 그린란드를 마지막으로 지구 구석구석에 정착하게 되었다. 여기까지 5000년이 걸렸다. 이 5000년은 홍역의 생물학적 특성이 바뀌는데 걸린 시간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변화, 대량 수송을 비롯한 교통수단의 발달과 세계 전체를 하나의 분업 체제로 조직하는 근대 세계 시스템으로 이행에 걸린 시간을 의미한다. 현대사회에서 홍역, 볼거리, 풍진, 수두 등은 소아 감염병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감염병들이 소아에 대해서만 유독 높은 감염성을 지닌 것은 아니다. 면역력이 없는 성인에 대해서도 높은 감염성을 보인다. 다만 현대사회처럼 성인 다수가 면역력을 가지고 있는 사회에서는 아이들이 유일하게 감수성을 지니게 되어 이 감염병들이 소아의 전염병인 것처럼 보일 뿐이다. 백신 접종은 일반적으로 평균 감염 연령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집단적으로 백신을 접종하여 면역을 지닌 사람의 비율이 증가하면 소아기의 감염 빈도는 떨어진다. 급성 감염병이 소아 질병으로 바뀌지 않은 사회에서는, 몇십 년의 간격을 두고 돌발적으로 유행한 급성 감염병이 소아뿐 아니라 성인을 포함한 사회 전체에 파괴적인 영향을 끼친다.      

 수렵 채집 사회는 인구의 규모가 작다는 점과 이동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수렵 채집 시기 인류는 중증 질병으로 죽을 것 같은 구성원을 버렸다. 이동 사회는 정주 사회보다 분변 등에 의한 재감염이 적다. 즉, 정주 사회는 자신의 분변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고 이는 소화기 계통의 감염병이나 기생충 감염을 증가시킨다. 일반적으로 정주 사회는 이동 사회보다 감염병이 유행하기 쉬운 토양을 제공한다. 인류의 농경 및 정주의 시작과 더불어 야생 동물의 가축화가 이뤄졌다. 야생동물의 가축화는 인류의 증가에 기여했다. 농경 정주 사회로 본격 이행하면서 인류의 문명은 발전했지만 감염병도 증가했다. 정주는 십이지장충병이나 회충증 등의 기생충 질환을 증가시켰다. 정주지에서 사람들이 배설한 분변을 통해 기생충 감염 고리가 확립된다. 여기에 분변이 비료로 재이용되면 이 순환은 더욱 안정된다. 농경으로 발생된 잉여 음식물은 쥐와 같은 작은 동물을 번성시켰다. 쥐는 벼룩이나 진드기를 통해 특정 감염병을 인간 사회로 옮겼다. 라임병, 야생 토끼병, 큐열, 쓰쓰가무시병, 페스트 등이 유명하다. 야생동물의 가축화는 소의 천연두, 개의 홍역, 물새의 인플루엔자, 돼지의 백일해를 인간으로 옮겼다. 가축에 기원을 둔 병원체는 인구 증가를 바탕으로 인간 사회에 정착했다. 병원체는 새로운 생태적 지위를 획득했다. 이로서 감염병은 적응방산과 같은 진화의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급성 감염병을 보유한 사회는 그것이 유행할 때마다 일정 규모의 인구를 항상 잃는다. 그러나 살아남은 이들은 면역력을 갖게 되고, 획득한 면역력으로 이후의 감염을 피할 수 있다. 반면 급성 감염병을 보유하지 못한 사회는 일상생활에서 감염병으로 피해를 입지 않으나 한번 감염병이 유입되면 그 피해는 감염병을 보유한 사회와는 비교불가할 정도로 크다. 이를 테면, 급성 감염병을 가지지 못한 문명 주변부가 급성 감염병을 가진 문명 중심부를 넘어서려면 문명 중심부가 보유한 생물학적 장벽을 극복해야 한다. 문명이 주변 지역으로 확대될 때는 건조나 한랭 등의 기상 조건, 산맥, 해양 등의 지리적 조건이 장벽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황허강과 양쯔강의 경우는 문명의 확대를 가로막은 장벽은 감염병이었다. 그럼에도 황허강 문명은 양쯔강 유역을 영향 아래에 두었다. 이는 황허 문명이 새로운 감염병을 자신 내부로 끌어들였음을 의미한다. 또, 인도에서 카스트 제도는 사회 구성원의 교류를 관리하고, 감염병 유행을 피하려 한 의도가 있었다는 카와키타 지로의 주장이 존재한다. 저자는 감염병과 문명의 기본 구조를 몇 가지로 정리한다. 첫 번째는 문명이 감염병의 요람으로 기능했다. 두 번째는 문명 속에서 배양된 감염병이 생물학적 장벽으로서 문명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세 번째는 문명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주변의 감염병을 거둬들여 해당 문명의 질병 레퍼토리를 증대시키고 문명 안에서 널리 정착하여 집단 면역을 부여했다. 중세 유럽에서 유행했던 페스트의 공통 기원으로 중국을 지목하는 논문이 2010년 발표되었다. 명의 영락제 때 정화의 대항해와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에서 유럽으로 전파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이 페스트는 반세기에 걸쳐 유럽 전체 인구의 1/3 ~ 1/4에 해당하는 3000만 명의 사람들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구세계와 신세계의 접촉을 보유한 가축의 조우로 표현했다. 구세계의 감염병 대부분은 가축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사육되고 있는 가축은 양, 산양, 소, 말, 돼지, 낙타 등 20종이 되지 않는다. 이들 대부분은 유라시아 대륙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신세계에 기원을 둔 것은 불과 라마나 알파카뿐이다. 이들 가축은 수천 년 전에 사육되기 시작했으며 이후 가축화된 야생동물은 없다. 수 천년 전 이후로 보유한 가축에 따라 해당 지역 고유의 생태가 결정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지역의 생태학적 조건에 영향을 준건 경작한 농작물의 종류이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소비되고 있는 농작물의 80% 정도는 밀, 쌀, 보리, 옥수수, 대두, 감자, 카사바, 고구마 등의 수십 종 밖에 없다. 감염병은 지역에 따라 특유의 생태를 구성하였으며 지역을 벗어나면 생소한 생태를 조우하게 되었다. 유럽이 신세계에 진출함에 따라 구세계의 감염병 레퍼토리가 확대되고 균질화된다. 황열병과 말라리아가 그 예이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로널드 로스는 이 현상을 “파나마 운하는 현미경과 함께 굴착됐다.”라고 비유적으로 말했다.      

<영국 병리학자, 로널드 로스>


아프리카 또는 아시아에 진출한 유럽 열강에게 열대 지역에서 사망하는 자국민의 수를 줄이고 그들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였다. 이를 위해서 현지의 질병을 제어할 필요가 있었다. 제국의 의료는 식민지 전체의 건강 향상을 지향하는 의료 또는 위생 사업을 말하며, 식민지 의학은 서양 근대 의학이 식민지 체제 속에서 축적하고 확립한 의학 체계이다. 이렇게 발전한 식민지 의학은 식민지주의를 정당화하는 논거가 되었다. 또, 근대 의학은 열대 지역에서 의료 행위를 통해 얻은 발견을 통해 지식으로 축적했다. 서양의학은 열대지역에서 말라리아, 트리파노소마증, 황열병 등 수많은 미지의 질병들과 마주쳤다. 이 질병들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과정을 통해 서양의학은 다른 의학 체계를 압도했다.      

제1차 세계대전은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열강들의 전쟁이 인플루엔자 확대에 토양을 제공했고 식민지 경영의 상징인 철도는 인플루엔자를 실어 날랐다. 이 시기 연구를 통해 인플루엔자는 유행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독성이 높은 쪽으로 변모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유행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환경에서는 독성이 강해서 환자가 중증이 된다 해도 강력한 감염력을 지닌 바이러스가 더 많은 증식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유행 속도가 완만해진 상황에서는 단기적으로 독성이 높은 바이러스는 다음 감염이 일어나기 전에 숙주가 사망해버리면 감염의 연쇄가 끊어지고 바이러스 자체가 생존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1954년 조너스 소크는 불활화 폴리오 백신을 개발하고 40만 명 이상의 어린이들에게 불활화 백신을 접종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했다. 이 성공은 이후 미국 사회의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끼쳤다. 현재도 미국은 인플루엔자를 백신 개발을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다. 20세기에 들어와 개선된 위생 상태는 폴리오 감염 연령을 낮췄다. 20세기 이후 서구 사회에서는 폴리오는 소아들을 감염시켰으나 20세기 이전 사회에서는 유아들을 감염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폴리오와 천연두는 근절되었다고 선언되었다. 다만 이들 바이러스는 연구와 군사적 목적으로 미국과 러시아 연구소에 보관, 관리되고 있다. 

오랫동안 질병 대책은 개발 뒤에 치러야 할 대가로 여겨졌다. 개발의 목적 자체가 환경 개변에 있었다. 그 결과 사회의 질병 구조는 좋든 나쁘든 변화했다. 이 변화가 병원체와 숙주를 포함한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장기적으로 인류 건강에 무슨 영향을 끼치게 될지는 현재는 예측하지 못한다.      

자연선택은 변이 유전자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동시에 변이 유전자를 도태시키는 방향으로도 작동한다. 자연은 목적 없이 일어나는 변이를 선택함으로써 진화에 방향성을 준다. 환경에 적합한 생태나 기능을 갖게 된 생물이 도태에서 살아남는다.      

바이러스가 인간에 적응하는 단계를 살펴보자. 적응 제1단계는 적응 준비단계이다. 가축이나 짐승 수준에서 일어나며 사람 간 전염은 일어나지 않는다. 제2단계는 적응 초기 단계로 사람 간 간염이 일어나는 단계로 감염 효율이 낮아 유행은 금방 끝난다. 제3단계는 적응 후기 단계로 사람에 대한 적응을 마치고 정기적 유행을 일으킨다. 제4단계는 적응 단계로서 사람들 속에서만 존재한다. 최종 단계는 과잉 적응 단계로서 사람 안에서 소멸해 가는 단계이다. 

강독성  바이러스는 생존 기반이 된 숙주 집단과 함께 소멸해감에 따라 상대적으로 잠복 기간이 길고 감염률과 치사율이 낮은 약독성 바이러스가 우세해진다. 이 과정 뒤로 바이러스와 사람 사이에 일종의 안정된 관계가 구축된다. 게임이론 개념을 적용해 보면 병원체와 숙주가 개별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면 자연선택은 각자에 대해 이기적으로 작동하지만 바이러스같이 숙주가 꼭 필요한 병원체에 가해지는 선택 압력은 최종적으로 숙주가 환경에 더 잘 적응하게 만든다. 즉, 바이러스의 존재가 숙주의 환경 적응성을 높여 숙주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      

저자는 완전한 적응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환경이 바뀌면 이전 환경에 적응한 것은 새 환경에 대한 부적응으로 귀결된다. 감염병이 없는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은 파멸적인 비극의 준비 작업일지 모른다. 대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공생적 사고’가 필요하다. 이는 우리 몸에서 장내 세균이 완전히 사라지면 재앙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증명한다. 우리는 장내 세균과 같이 살아가듯이 감염병과 적절히 공생해야 하는 게 아닐까?


본사와 제휴한 외부 필자에 의해 서평이 작성되었습니다. 서평 글은 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 본사의 견해와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필자 : Nebula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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