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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디치 Aug 07. 2020

한국의 병역제도

병역제도는 어떻게 개인의 삶과 사회 시스템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가

 우리나라 평범한 남성들에게는 병역은 어떤 의미일까? 다시 다녀오라고 하면 그러 마하고 답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200여 명이 참여한 설문을 본 적이 있다. 만약 얼마를 준다면 다시 병역을 하겠는가였는데 50% 정도가 10억 이상을 준다면 재입대 용의가 있으며, 10% 정도는 절대 재입대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렇다. 군생활은 정말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곳이다. 그래서 친한 남성들이 모여 군 복무 시절 이야기를 하면 저마다 가장 힘든 곳에서 복무했다고 침 튀기며 목소리를 높인다. 적어도 필자 주변 군필자들은 군 복무가 국방의 의무를 다한, 신성한 일은 아니었다. 그저 다녀와야 하기에 다녀왔을 뿐이다. 개인차원에서 군 복무는 많은 희생을 요구하기에 내키지 않는다. 경력단절, 부당한 대우, 자유의 억압 등, 당장 암울한 기억들만 튀어나온다. 하지만 개인차원이 아니라 국가차원에서는 군 복무는 의미가 달라진다. 평화로운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국가는 일정한 물리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때로는 그 물리력을 외부로 투사해야 한다. 그 물리력이 국방력이며 국방에 대한 정의가 학자마다 다르겠지만 군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이는 없다. 군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병력이다. 아무리 전투 무기 체계가 첨단화되고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더라도 결국 그걸 운용하는 건 사람이다. 국가 단위에서는 우수한 인력을 병력으로 운영하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하다. 이 우수한 인력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적용된다. 우수한 인력을 뽑기 위해서 장치가 필요한데 이게 병역제도이다. 저자는 이 병역제도를 논하고 있다. 

     

<한국의 병역제도> 표지

 저자는 친오빠가 군입대를 하기 전 경력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던 일을 기억하여 병역 민원이 제기되면 민원인의 사정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 했단다. 이 경험이  저자가 병역 제도가 지향해야 하는 바를 기술하는 밑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저자는 군에는 적시에 필요한 만큼의 군인들이 충원되어야 하고, 그 군인들은 무기와 장비를 다룰 줄 알고, 전술을 이해하며, 전투에 바로 임할 수 있는 능력이 구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능력이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어떤 요소를 고려해서 병역 제도를 만들어가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한국군은 창설 당시 72만 명 수준이었으며 1950년대 말 63만여 명 이하로 줄어든 이래 60여 년간 60여만 명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왔다. 2018년 현재 60여만 명이고 국방개혁 2.0에 따라 2022년까지 상비 병력을 50만여 명으로 감축하려고 한다. 한국군은 창설 이래 간부 대비 병사 집단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병력 집약형 구조를 유지해왔다. 이 구조가 수많은 남성들이 군 복무를 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사회가 복잡해지고 인구가 줄어듦에 따라 문제가 생겼다. 남자만 군대에 가는 게 합헌인지 묻게 되었다. 헌법재판소는 ‘남성이 전투에 더 적합한 신체적 능력을 갖추고 있고 신체적 능력이 뛰어난 여성도 생리적 특성이나 임신과 출산 등으로 훈련과 전투 관련 업무에 장애가 있을 수 있다. 최적의 전투력을 확보를 위해 남성만을 병역의무자로 정한 것이 자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여성은 전시에 포로가 되는 경우 남자에 비해 성적 학대를 비롯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커서 군사작전 투입에 부담이 크다’고 결정했다. 문제는 여성도 부사관이나 장교로 임관하는 경우가 늘어나 헌재의 결정이 온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늘어나고 있다. 거기에 부담의 형평성 차원에서 남성만 병역 의무를 지는 것은 매우 큰 부담이므로 여성도 어떤 형태로든 부담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 주장은 남성에게 부과되는 부담이 과하다면 그 부담 자체를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지, 그 부담을 널리 퍼지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저자는 이 측면에서 국가는 남성들의 병역 부담과 여기에서 비롯되는 상대적 박탈감을 회복시키는 데 정책의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 출처 : 뉴스1

 저자는 군인력 관리 체계를 여러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분석한다. 미국의 병/부사관 집단과 장교 집단으로 구분되는 이원형 구조, 이스라엘의 병, 부사관, 장교가 구분 없이 하나의 충원 체계에서 선발되는 단선형 구조와 달리 우리나라는 병, 부사관, 장교가 충원 과정에서부터 분리된 삼원형 구조를 택한다. 병의 징집에 있어 스페인, 태국, 멕시코는 추첨 방식을 터키에서는 저학력자를 먼저 징집하는 방식을 취한다. 

미군 : 이원형 구조
이스라엘군 : 단선형 구조
태국군 : 추첨방식


 지금까지 병 징집 방식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가끔 국가대표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 병역 면제해 주는 경우를 국위 선양했으니 별생각 없이 넘어갔는데 간단하지 않은 문제였다. 1급과 2급 등 신체 우수자를 우선 징집하는 게 좋을까? 무작위로 추첨하는 게 좋을까? 연장자를 먼저 징집해야 할까, 아니면 연장자는 사회에서 일해야 할 필요성이 더 크므로 젊은 사람을 먼저 징집해야 할까? 고학력자나 체육, 예술 등 분야에서 우수한 사람에게 편의를 봐주야 할까? 학력이 낮은 사람을 우선 징집해야 할까? 는 저자 말대로 인구가 많든 적든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다. 우리나라는 대학생들에게 징집에 있어 많은 편의를 주는 나라이다. 앞으로도 병력 수급과 복잡 다단한 사회 변화를 고려하면 이런 사정을 그대로 두어야 할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걸로 보인다.      

 징집의 역사는 의무병제와 지원병제 역사이기도 하다. 의무병제는 국가가 강제로 징집하는 징병제와 평상시에는 본인의 생업에 종사하다 매년 일정 기간 군사교육 훈련을 통해 전술을 연마하고, 전쟁이나 유사시에 동원되어 전시 체제로 편성, 운용하는 제도이다. 스위스가 유명하다. 직업군인제와 모병제는 국가와 개인의 계약관계에 의해 병역에 복무하는 제도이다. 직업군인제와 모병제는 적정한 월급을 준다는 점에서 직업성이 보장되므로 똑같은 직업군인이다.  그렇다면 용병제는 어떻게 다른가? 저자는 용병을 국적 차이에 근거해 다른 나라의 군대에 고용되어 근무하는 군인 정도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PMC회사 같은 경우는 이윤의 극대를 추구하는 사기업인데 이 정의로만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함이 느껴진다. 우리가 지원병제, 직업군인제에 주목하는 건 흔히 우리 군대도 의무병제에서 벗어나 완전 직업군인 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미군의 사병 급여가 우리 병사 급여에 비해 훨씬 많고 월등히 좋은 복지제도 아래서 월등한 전투력을 발휘함이 알려진 영향도 있는 게 아닐까? 한때, 주한미군이 우리나라 병사를 10$ Soldiers(10달러 병사들)라고 놀렸던 기억이 있다. 대만이 모병제로 전환 완료 후 지원병의 기본 복무 기간은 최저 4년으로 늘어나면서 이등병 봉급이 원화로 130여만 원으로 인상되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까지 최저임금의 15% 수준 정도의 극히 낮은 병 급여를 지불했다. 2000년 병장 월급이 1만 3700원이었는데 병사 1인당 월평균 12만 원 정도를 지출했다는 통계가 있다. 병역의 의무를 개인의 비용을 지출해가며 이행했다는 거다. 필자도 병역의무를 이행할 때 내 돈 들여가며 군 복무를 했는데, 남들과 똑같이 하다 보니 의례 것 그러려니 했다. 돌이켜보니 합당한 게 아니었다. 다만 군대 가기도 싫은데 내 돈까지 들이려니 더 싫었었다. 한편 국가단위에서 병사들의 급여를 보면 이 상황이 일면 이해되기도 한다. 국가 재정이 빈약한, 재래식 무기체 계하에서 60만 군인의 급여는 무척 부담스럽다. 국방비에서 병력운영비(인건비)가 39.6%를 차지한다. 병 사수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병사들의 급여를 인상하면 당연히 인건비가 엄청나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병 사수를 다소 줄이고 국방비를 인상한다면 병사들의 급여를 높일 수 있으나, 의무병제 하의 50만 병력을 유지하면서 엄청난 국방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있어 타당한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무기 체계가 현대화, 고도화됨에 따라 획득 이후 군에서 사용하면 평상시 장비 운영 유지 비용도 재래식 무기보다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적절한 상비병력 규모와 병역 제도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저자는 병 복무 기간 결정을 위한 고려 요소를 제시한다. 단순 계산을 이용하면 총 상비군 중 의무병 수요를 병역자원으로 나누어주면 병 복무기간이 나온다. 이를테면 1년 동안 유지해야 하는 의무병 집단 규모가 약 40만 명이고, 연간 가용한 병역자원이 20만 명이면, 병 복무 기간은 2년 정도가 나온다. 문제는 병 복무 기간을 인구수에 따라 매년 쉽게 줄이거나 늘릴 수 없다. 그래서 징집 계획은 18년 전쯤  태어난 남아 수를 고려해서 수립된다. 그러니 미래 병력은 지금 태어나는 남아 수를 가지고 짐작하게 된다. 우리는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어 가고 있고 태어나는 남아 수는 급감하고 있으니 20년 뒤 병력 수급은 지금과는 여러모로 다를 거라 예상된다. 병 복무 기간에 영향을 주는 주요 요인 중 병 숙련도가 있다. 보병, 기갑, 포병 등의 병과는 일정 수준의 전투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일정 숙련 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를테면 보병 16개월, 포병 17개월, 기갑 21개월, 통신 18개월, 정비 21개월 등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국방대 이상목 교수는 고도의 숙련도를 요구하는 인력 집단과 그렇지 않은 인력 집단의 구분 또는 비중이 불분명하고 군의 전문화와 무기 체계 첨단화에 따라 요구되는 숙련도 자체가 다양해졌다고 말한다. 이는 잉여 병역자원이 존재하고 대체 복무를 인정해온 역사를 보면 명쾌하게 병 복무기간을 정하는 건 힘들어 보인다. 우리는 지난 몇 번의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들이 병 복무기간 단축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걸 보았다. 병 복무기간 산정이 단순하지 않음에도 정치적으로 쉽게 결단을 내리면 된다는 인상이 이런 정치 현상을 통해 습득되었던 게 아닌가 싶다.      

 병 복무기간에 관심이 많은 건 당연하지 않은가?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고 20대 초반 남성들의 가장 큰 고민이기 때문이다. 아니 우리 모두는 군 복무를 앞둔 남동생이나 조카 등이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에게 민감한 문제이다. 대체 복무가 가능하다면 대체 복무를 하라고 충고하는 이유는 군 복무가 힘겹기 때문이다. 군 복무기간을 줄이려면 대체 복무, 전환 복무를 최대한 줄이고 징집 대상을 가능한 현역병으로 징집해야 한다. 문제는 어느 선까지 대체 복무나 전환 복무를 줄일까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데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이미 헌재에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병역문제에 있어 가장 확실한 영향은 저출산과 고령화이다. 노인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면 반대로 생산 가능 인구는 급감한다. 당연히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면 국가 재정 상태가 나빠지고 이로 인해 국방 재정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병사들의 복지를 개선하기 힘들어진다. 또한,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면 개인의 연금 부담이 급격히 상승한다. 게다가 인구가 줄어들면 개개인의 인권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양질의 육아와 보육환경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남녀 모두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환경이 된다. 이러한 요인들이 맞물려 군 복무 부담이 줄어들지 않을 거다.      

한편, 우리는 일상에서 스마트 기기를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는 고도로 발전된 과학기술이 군에도 적용됨을 의미한다. 우리 군을 기술군으로 강화하기 위해서 군인의 숙련도가 중요해진다. 의무병 비율 65%를 낮추고 직업군인의 비율을 높여 숙련도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대한민국의 기계화 전력

 저자는 인구 감소 시대에 각종 대체복무를 유지한 상태에서 현역병의 부담만 강화하는 방향은 바른 방향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의무병을 감축하고 장기복무 전문 병사의 확대를 주장한다. 이 변화 바탕에는 군인 개개인의 생명과 인권보호를 위해 병영시설, 장비, 복무 여건, 교육훈련 등 군 복무 전반적 측면에서 높은 수준의 개선을 전제한다. 애국심에만 호소해서 나라를 지키는데 한계가 있음을 지적한다. 이웃나라 자위대 군인의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고 직업군인으로서 자부심도 높지 않은 걸로 안다. 우리가 병역 제도를 바꾸어 나가기 위해서는 군인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고 우리 모두의 국방에 대한 인식도 개선해야 함을 보여주는 예이다. 

우리는 성장하는 젊은이들이, 우리 모두를 위해, 나아진 여건에서 군 복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모두가  복잡한 안보환경에서 걱정 없이 일상을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가능하다. 저자는 피할 수 없는 국방의 의무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이행하려면 무엇을 고민해야 할지 명료하게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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